주사위는 던져졌다.’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기원전 49112일 군대를 이끌고 루비콘강을 건너 로마로 진격하면서 했다고 알려진 말이다. 당시 로마에서는 군대를 이끌고 루비콘강을 건너면 로마의 국법을 어기는 것으로 이는 곧 반역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 돌이킬 수 없는 전환점을 뜻하는 말로 최근에는 정치인들이 결연한 의지를 표출할 때 즐겨 쓰는 말이 되었다.

유사 버전으로는 2012년 대선에 출마했던 안철수가 돌아갈 다리를 불살랐다고 하였으며,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도 지난 2월 광주를 찾아 윤석열 정권을 하루라도 빨리 종식시키기 위한 정치를 하겠다며 돌아갈 다리를 불살랐다고 하였다. 결연한 의지의 표현일 테지만 진정성이 의심되는 별로 와닿지 않는 표현이기도 하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지역구에 대한 공천 작업을 거의 완료했다. 막말이 최고의 경쟁력이 되는 부화뇌동(附和雷同)의 시기에 윤석열 대통령을 찬양하고 이재명 대표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면 공천장이 남발되는 그런 시대 상황이지만 나름대로 의미 있는 공천 결과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이 깃발만 꽂으면 따논당상이 되는 전남 해남·완도·진도 선거구에서는 개딸 수만 명의 위력을 지닌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공천장을 거머쥠으로써 대한민국 의정 사상 최고령 지역구 의원을 꿈꿀 수 있게 되었다. 고령화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국회의원 선거는 그 자체로 꿈이 아닐 수 없다.

이제 그러한 꿈을 현실이 되게 할지 꿈에 머무르게 할지를 판단하는 국민 심판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한동훈의 꿈, 이재명의 꿈, 박지원의 꿈, 수많은 선량들의 꿈을 현실화시키는 것은 오롯이 국민의 힘인 것이다.

인류 문명의 발전은 강과 함께 이루어져 왔다. 세계 4대 문명의 발상지도 강이었고, 우리나라에 국한하더라도 강을 지배하는 자가 역사의 주인공이 되었다. 삼국시대 한강을 지배한 신라가 최후의 승자가 되었고, 을지문덕 장군은 살수에서 수나라 30만 대군을 무찔렀다.

그런데 난데없이 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강을 테마로 전개되고 있다. 탄핵의 강을 넘겠다는 국민의힘은 박근혜 지킴이를 자처하던 유영하 변호사를 대구 달서갑 선거구에 공천하여 탄핵의 강 도하작전을 시작했다. 박근혜를 지킬 유영하는 무사히 탄핵의 강을 건널 것으로 보이지만, 그에 따르는 보이지 않는 희생은 국민의힘이 감내해야 할 몫이다.

조국의 강은 조국 스스로가 애초에 조국의 강은 존재하지 않았다며 결기를 보임으로써 수많은 사람들이 조국의 강으로 스스로의 몸을 던지고 있다. 그 결과 조국의 강은 물이 없어져 누가 봐도 강이 아닌 강으로 변했다. 홍수 때만 조심하면 될 터이니 금배지가 필요한 이유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의 제1당을 결정짓는 포인트도 우리나라 강 중에서 가장 긴 강인 낙동강과 한강에서 결판이 날 듯싶다. 더불어민주당은 수성하는 입장에서 낙동강 벨트에는 명장들을 배치했고, 한강 벨트에는 이재명의 호위무사 중심으로 방어진을 구축했다. 공격하는 입장이 된 국민의힘은 저격수를 통해 적장의 목숨을 노리는 전략으로 나섰다. 선거 초반부터 격전지로 변해버린 전장에서 과연 누가 생환해 돌아올지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이제 루비콘강을 건넌 전사들이 각자의 생존을 건 마지막 전투에 임하고 있다. 그 전사들은 자신들의 목숨만이 아닌 주군의 목숨도 걸고 쟁투 중이다. 결과에 따라 카이사르처럼 종신독재관이 될 수도 있지만, 폼페이우스처럼 평생 쫓기는 신세가 되어 요단강을 건널 수도 있다. 과연 누가 카이사르가 될까? 또 누가 폼페이우스가 될까? 주권자의 입장에서 강 건너 불구경하는 것도 좋겠지만, 그 불을 끌 수 있는 역할을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선거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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