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혁 “어떤 공연 하든 늘 상대방 흐름에 맞춰 함께 가려고 집중”
최혜선 “상대 배역과 소통하며 서로 많은 감정과 생각 공유 노력”

이준혁
이준혁

[일요서울ㅣ장휘경 기자] 10·20대 청소년들은 장래 직업에 대한 원대한 꿈이 있지만, 자신의 진로 설계가 과연 올바른 것인지 확신을 얻지 못해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일요서울이 다양한 직업군의 멘토를 만나 그 직업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알아봄으로써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직업관을 심어주고 진로를 정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번에는 ‘연극예술인’을 꿈꾸는 1020 청소년들을 위한 멘토로 이준혁&최혜선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연극예술인 이준혁과 최혜선은 현재 대학로 연극 운빨로맨스에서 주연 한량하와 노월희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최혜선
최혜선

연극은 물론 다양한 뮤지컬 출연 경험이 있는 이준혁은 어렸을 때부터 영화 보는 걸 좋아했다. 영화를 보면서 늘 주인공과 스토리에 동화되고 공감하는 자신의 모습이 신기했고, 그런 순간을 만들어내는 배우라는 직업이 신기하면서도 대단하게 느껴져 배우가 됐다.

최혜선 또한 많은 연극작품에서 남다른 끼를 발산했다. 그는 학생 때부터 하고 싶은 것도 욕심도 많아서 많은 것을 경험해보며 복싱을 배우고 대회도 나갔다. 악기를 배우고 싶어 밴드부에서 드럼도 배웠다. 미술도, 다른 운동도, 여러 악기도 배우고 싶었지만 모든 걸 다 해볼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때 영화를 보면서 배우라는 직업이 눈에 띄었다. 연기자가 되면 모든 직업을 다 경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배우를 꿈꾸게 됐고, 꿈이 실현된 덕분에 현재 많은 직업을 경험하며 느끼고 표현하게 돼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준혁 (맨 오른쪽)
이준혁 (맨 오른쪽)

- 현재 연극 ‘운빨로맨스’의 주연으로 활동하시는데, 이 프로그램이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준혁 : 복잡하지 않으면서 짜임새 있는 스토리와 재치 있는 대사들, 그리고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들과 연출효과들이 신선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덕분에 보러오시는 관객분들이 공연을 보는 순간만큼은 다른 걱정 없이 즐겁게 즐길 수 있잖아요.

최혜선 : 원작 웹툰으로도 인기가 좋아, 드라마까지 방영했던 ‘운빨로맨스’를 저희가 연극으로 표현하고 있는데요. 먼저 다양한 장소를 무대로 재현한 점이 장점이고요. 신점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통해 운명을 믿는 여주와 자신의 노력을 믿는 남주가 서로의 신념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모습을 통해 재미와 감동을 주는 작품이에요. 4명의 등장인물이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개성 강한 캐릭터라 재미를 더해주죠. 그런 데다가 온 가족이 보아도 재밌게 즐길 수 있는 내용이라 많은 사랑을 받는 것 같아요.

- 두 분이 한량하/노월희 배역으로서 열연하고 계시는데, 상대 배역과 서로 호흡을 맞추기 위해 특별히 노력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이준혁 : 특별히 노력한다기보다 어떤 공연을 하든 늘 상대방의 흐름에 맞춰서 함께 가려고 집중하는 편이에요. 그래야 더 자연스러우면서도 예상치 못한 순간이 발생했을 때 유연하고 재치있게 넘어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최혜선 : 작품 속 카사블랑카라는 카페에서 처음 만난 량하와 월희라는 인물들은 시간이 지나며 서로 매력을 느끼는 관계로 발전하는데요. 이런 상황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기 위해 배역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찾기 위해 많이 노력했어요. 상대 배역과 많은 이야기를 하고,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과 생각들을 많이 공유했거든요. 역할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배우와 배우 간의 라포를 형성하려고 노력했고요. 연습 때뿐만 아니라 공연하면서도 계속 이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이준혁
이준혁

- 관객들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주는 연극예술인이 되려면 어떤 면에 집중해서 자신을 성장시켜야 하나요.

▲이준혁 : 많은 것들이 있겠지만 자기 자신에 대한 많은 생각과 다양한 경험들 안에서 어떠한 것을 얻고 체득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최혜선 : 기본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무대에 설 때 관객에게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선 발성, 호흡, 화술, 이 세 가지가 기본적으로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기본을 잊지 않고 매일 연습한다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많이 성장해 있을 거예요. 나아가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것이 아닌 연기는 항상 누군가와 함께하는 예술이기 때문에 상대에게 집중하는 법, 상대의 말을 듣는 법 등을 적극적으로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연기하시면서 동료들 또는 관객들에게 바라는 점이나 감사가 느껴지는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이준혁 : 얼마 전에 우연히 공연 후기를 보다가 ‘요새 삶이 힘들고 재미없었는데 공연을 보고 많이 웃고 살아갈 힘을 얻었다’는 글을 봤어요. 그리고 ‘인생의 첫 공연으로 이준혁 씨 공연을 봤다’고 하신 관객분이 ‘앞으로 공연에 더 많은 관심이 생길 것 같다’는 글을 남겨 주셨어요. 그런 후기를 볼 때마다 제가 배우의 한 일원으로서 그래도 ‘잘 해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관객분들께 감사함을 느껴요.

최혜선 : 연극을 하면서 항상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공연하는 경우도 많았어요. 컨디션이 너무 안 좋은 날이면, 함께하는 동료들과 관객들에게 죄송함을 느껴요. 어느 날,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서 평소보다 더 열심히 했는데요. 그러다 순간 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을 때, 저의 몸 상태를 알고 다른 동료들이 큰 에너지를 내면서 소리를 보태줬던 것이 기억나요. ‘힘들다, 아프다’ 말하지 않아도 제 모습과 눈을 보고 바로 알아서 도와줬던 동료들 얼굴이 아직도 잊히지 않아요. 그때 공연이 끝난 후 고마워서 많이 울었어요. 또 그날은 관객석에서 여느 때보다도 더 큰 박수와 환호가 나왔던 기억이 나요. 그런 날이면 동료들과 관객들에게 감사함을 많이 느낍니다.

최혜선
최혜선

- 연극예술인으로서 추구하는 가치관은 무엇이며, 앞으로 어떤 연극예술인으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이준혁 : ‘최고로 잘하진 못해도 늘 최선을 다해 부끄럽지 않은 연기를 하자’라고 늘 생각하고 노력합니다. 이준혁이라는 배우는 공감을 이뤄내고 보는 이에게 멋진 순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배우로 기억됐으면 해요.

최혜선 : 무대에서 다시 보고 싶은 배우로 기억되고 싶어요. 제 공연을 보고 다시 찾아오게 만드는 힘을 가진 배우가 되고 싶거든요. 관객들이 저를 믿고 다시 찾아 주실 때면 그것만큼 행복한 게 없습니다. 함께 작업한 동료들 혹은 같은 일을 한 배우들이 한 무대에 서보고 싶다고 할 때도 정말 행복해요.

- 대중들 가운데는 연극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도 존재하는데요. 연극을 좀 더 친근하고 재미있게 관람하려면 어떤 점을 유의해서 관람하는 것이 좋을까요.

▲이준혁 : 정확한 이해나 분석도 좋지만 마음을 열고, 있는 그대로 보면서 순간의 감정을 충실히 즐기시는 것도 하나의 방법 아닐까요?

최혜선 : 공연하면서 암전 연습을 많이 해요. 관객들은 보지 못하는 모습 중 하나죠. 그런데 핸드폰, 스마트 워치 등의 불빛이나, 화장실과 자리 이동을 위한 외부 불빛을 사용하게 되면 저희의 암전 연습이 무의미해질 때가 있어요. 관객들에게 안 보이는 상태에서 완벽하게 움직여야 하는데 불빛으로 인해 관객들에게 그 모습이 보일 때, 그때가 가장 아쉬워요.

최혜선
최혜선

- 자신만의 독특한 공연 스타일과 연기 세계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준혁 : 최대한 자연스러우면서 그 안에서 새로운 것을 보여줌으로써 보는 이들이 공감하도록 하는 편입니다.

최혜선 :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 연극을 하면서 이 말을 가장 좋아해요. 가장 진지할 때 보는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그런 작품을 좋아합니다. 블랙코미디의 장르이기도 하죠. 상황을 역설적으로 풀어 관객들을 더 즐겁게 만들어 주는 작품들은 배우들에게 많은 역량을 요구하지만 그걸 하나하나 이수해 나갈 때 재밌고, 행복하거든요.

- 마지막으로 연극예술인을 꿈꾸는 10·20 청소년들을 위해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이준혁 : 쉽지 않은 길이지만 언젠가 멋진 연기를 해낼 그 순간을 위해 모두 화이팅해요!!

최혜선 : 학교로 진로 교육을 나간 적이 있는데, 그때 학생이 배우가 꿈이라며 배우로서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든지를 물어보더라고요. 배우는 기회를 잡기 위해 수많은 노력과 반복적인 연습 그리고 인내의 시간이 필요한데요. 이 중에서 저는 인내가 가장 힘들다고 말했어요. 잠깐의 화려함을 위해 수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게 배우라는 직업이에요. 많은 오디션을 보면서 많이 떨어지고 좌절하게 되죠. 나의 노력을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아요. 지루하고 지치고 힘들 때도 많아요. 그래도 그러한 시간을 꿋꿋하게 견디며 자신만의 방법으로 즐긴다면 무대 위에 올랐을 때 말할 수 없는 큰 성취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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