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기우 언론인] 여야가 말조심경계령을 발동했다. 공천을 받은 후보들의 과거 발언이 논란이 되면서 공천을 취소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여야는 14일 과거 발언으로 논란을 야기한 국민의힘 도태우 변호사와 더불어민주당 정봉주 전 의원의 공천을 심야에 전격 취소했다. 후보들에 대한 사전 검증에 실패한 양당이 논란이 드러나고도 이를 뭉개다가 여론이 악화되자 결국 뒤늦게 공천을 번복한 것이다. 양당이 경선을 통해 공천을 받은 후보자들의 공천을 전격 취소한 것은 이들의 발언 논란이 남은 총선 기간 내 중도층과 수도권 여론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생각에 잠김 이재명.한동훈. 뉴시스
생각에 잠김 이재명.한동훈. 뉴시스

-  강경 지지층 팬덤 공천’...중도층.수도권 민심 악화일로
도태우.정봉주 공천 철회 잇따라..선거 막판 중대 변수로

총선이 임박해질수록 상대 후보에 대한 검증이 본격화되는 것은 여의도 정치권의 불문율이다. 특히 막말 논란은 후보가 된 이후가 아닌 과거 발언이 문제가 된 경우가 다반사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공천 검증 과정을 소홀히 했거나 알고도 무시했다고 볼 수 있다. 국민 눈높이와 거리가 먼 공천이라는 점에서는 여야 모두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다만 여야는 전격적으로 막말 논란을 일으킨 공천 후보자에 대해 공천 취소 결정을 내림으로써 이같은 비판에 방패를 세웠다. 지난 2012년의 전례를 답습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서울 노원갑에 나꼼수 동료였던 김용민씨가 출마했으나 선거 일주일 전 김씨가 미국 전 국무장관을 노골적으로 성적 비하하고, 노인과 종교 폄훼 발언을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패배했다. 당시 비판 여론이 거셌지만 김씨는 사퇴 없이 완주했고, 민주당도 미온적으로 대처하면서 여당인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이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

막말 논란도태우 공천 취소, 장예찬 등 막말 후폭풍

이를 의식해서일까. 여야 지도부는 막말 논란을 일으킨 일부 후보들에 대해 공천 취소 결정을 내렸다. 당초 여야 지도부는 막말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후보들을 적극 옹호했으나 이같은 결정을 내린 건 수도권과 중도층 민심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14일 오후 돈봉투 수령 의혹에 휩싸인 정우택(충북 청주상당) 의원 공천을 취소했다. 이어 같은날 밤 1020분쯤 5·18 발언 논란을 빚었던 도태우(대구 중·) 변호사의 공천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심도있는 논의를 통해 도 변호사에 대한 공천 취소를 의결했다도 변호사의 경우 5·18 폄훼 논란으로 두 차례 사과문을 올린 후에도 부적절한 발언이 추가로 드러나고 있다고 공천 취소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에 앞서 지난 11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공천 재검토를 지시한 뒤 12일 공관위는 재논의 끝에 사과 진정성을 인정해 도 변호사의 공천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도태우 변호사. 뉴시스
도태우 변호사. 뉴시스

그러나 이틀만에 공천을 취소했다. 도 변호사의 부적절한 발언이 추가로 불거진 것이 결정적이다. 도 변호사가 지난 2019년 태극기 집회에 참석해 문재인의 이런 기이한 행동을 볼때 죽으면 그만 아닌가 그런 상상을 해보게 된다고 한 발언과 더불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칭하며 논란을 일으킬 만한 듯한 발언을 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국민의힘이 공천을 취소한 사례는 이번이 네 번째다. 경기 고양정에 단수공천됐던 김현아 전 의원은 후원금 논란으로,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에선 박일호 전 밀양시장은 뇌물수수 의혹으로, 정우택 의원은 돈봉투 수령 의혹으로 공천이 취소됐다.  

다만 국민의힘의 막말 리스크 논란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 난교 발언으로 비판에 휩싸인 장예찬(부산 수영) 후보는 해당 발언 뿐 아니라 서울·부산시민 비하, 대학생 비하 등 과거 각종 막말 전력이 드러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실제 장 후보는 201211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나라) 시민의식과 교양 수준으로만 따지면 일본인의 발톱 때만큼이라도 따라갈 수 있을까 싶다고 썼다. 이와 함께 서울시민의 교양 수준이 얼마나 저급한지 날마다 깨닫는다라며 수준이 일본인 발톱의 때만큼이라도 따라갈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자신의 출마 지역구인 부산의 시민들을 가리켜 교양 없고 거친 사람들이라고 표현해 논란을 사기도 했다.

대학생들을 향해선 전공 서적, 책값 아깝다고 징징거리는 대학생들이 제일 한심하다한 학기에 20만원이 아까우면 그냥 대학을 다니지 말지라고 하기도 했다.

이 같은 논란에 국민의힘 공관위는 여러 사정을 고려하며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장동혁 사무총장은 장 후보 과거 발언에 대해 발언 내용이나 문제적인 지점, 그리고 그것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또 그에 대한 후보의 입장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면서 지켜보겠다사과문의 내용, 후보의 태도나 입장까지 아울러 고려하겠다고 했다. 다만 도 변호사를 향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했으니 괜찮다는 취지의 입장을 보였던 공관위가 공천 취소라는 강수를 두었던 만큼, 국민적 비판 여론이 상당한 장 후보를 향해서도 공관위가 공천 취소 카드를 꺼내들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외에 국민의힘 조수연 후보(대전 서갑)도 일제 옹호 논란이 일고 있다. 광복회는 일본 극우 인사 발언이라고 비판하고 있는 상태다.

민주당도 공천 취소, 이재명도 2찍 논란

더불어민주당도 국민의힘과 별반 차이가 없다. 정봉주 전 의원의 막말이 대표적이다. 정 전 의원은 지난 2017년 자신의 팟캐스트에서 평창동계올림픽과 관련, 북한 스키장 활용 방안을 놓고 패널들과 대화하다 “DMZ(비무장지대)에 멋진 거 있잖아요? 발목지뢰. DMZ에 들어가서 경품을 내는 거야. 발목지뢰 밟는 사람들한테 목발 하나씩 주는 거야라고 말한 바 있다.

이같은 논란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정 전 의원을 두둔하다 논란이 확산되자 입장을 바꾸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지난 13일에는 “(정 전 의원이) 잘못했지만 사과드렸고 아주 많은 세월이 지났다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며 정 전 의원을 두둔했다. 그러나 논란이 확산되자 하루 만인 지난 14일 대전에서 저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엄중하게 사안을 바라보고 있고 정확히 파악해 상응하는 대책을 강구하겠다”, “국민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겠다고 입장을 뒤집었다. 이번 사안이 회복세를 보이던 당 지지율에 다시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은 이날 밤 정 전 의원의 공천 취소를 발표했다. 여기에 정 전 의원이 2001년 아내의 목을 조르고 전자안마기로 머리 부위를 가격하는 등 가정폭력 혐의로 50만 원 벌금형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것도 문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정봉주 전 의원. 뉴시스
정봉주 전 의원. 뉴시스

이 대표도 막말 논란이 일었다. 그는 지난 8일 인천 계양구의 한 식당에 들어가 손님들과 인사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 과정에서 식사 중인 한 남성한테 설마 2, 2찍 아니겠지라고 한 뒤 웃어 보였다. 논란이 커지자 하루 뒤인 9SNS저의 발언은 대단히 부적절했다. 정중히 사과드린다상대 당을 지지하는 국민도, 민주당을 지지하는 국민도 모두 똑같은 주권자이고 이 나라의 주인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14일 세종시에서 지지자들과 만나 살 만하다, 견딜 만하다 싶으면 2번을 찍든지 아니면 집에서 쉬시라. 집에서 쉬는 것도 2번을 찍는 것과 같다고 했다. ‘2’(국민의힘 지지자 비하 발언) 발언으로 9일 사과한 지 5일 만에 다시 ‘2을 연상케 하는 표현을 쓴 것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유권자를 정면으로 무시하는 이 대표의 반민주주의적 의식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여야 막말 경계령, “언행 조심하자초긴장

총선 막판, 여야 모두 막말 논란이 일자 막말 경계령이 발동됐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당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언행을 조심하자고 당부했다. 이재명 대표 역시 저를 비롯한 민주당 모든 후보와 구성원들도 앞으로 한층 말과 행동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며 저부터 절실한 마음으로 선거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해찬 상임공동선대위원장 역시 말 한마디로 선거 판세가 바뀌는 것을 여러 번 봤다. 더욱 신중하게 선대위를 운영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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