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 특보 출신 임현규 부사장 재영입…낙하산 인사 비판 자초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KT가 지난해 8월 김영섭 대표 취임 직후부터 시작된 낙하산 인사 문제로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인사를 재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부적으로도 과연 KT를 경쟁력 있는 통신 전문기업으로 키울 수 있을지에 회의적인 분위기다.

노조 등에서는 이미 김 대표의 일련의 행보가 MB 낙하산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한 이석채 전 회장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닌지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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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섭 대표 체제가 벌써 7개월 차를 맞고 있다. 김 대표 선임 과정에서 절차의 투명성 논란 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경영 공백 사태임을 감안해서 KT 내외부에서는 새 CEO에게 기대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김 대표는 법무실장, 감사실장, 컴플라이언스추진실장 등 고위 경영진에 검사 출신 3명을 영입했다.

이용복 법무실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박근혜 특검을 담당했던 검사 출신이고, 추의정 감사실장은 특수통 검사 출신이다. 허태원 컴플라이언스추진실장 역시 검사 출신으로 MB 댓글 수사 방해 의혹 검사를 변호하기도 했다.

- 온갖 추측 분분

또한 한때 박근혜 저격수로 불렸던 임현규 부사장의 영입을 두고 KT 안팎에서는 온갖 추측이 분분한 상황이다.

앞서 KT는 지난해 연말 경영지원부문장에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정책 특보(홍보단장) 출신인 임 부사장을 재영입했다. 1964년생인 임 부사장은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학사와 방송학 석·박사를 취득하고, 알티캐스트 신사업부문장 부사장 등을 지냈다.

그는 이석채 전 KT 회장 당시 KT 비즈니스서비스추진실장 부사장으로 영입돼 KT와 연을 맺은 바 있다.

이를 두고 새노조는 "MB 특보를 지내고 2013년 KT 부사장으로 내려와 낙하산으로 지목됐던 인물을 이번에 다시 부사장에 앉혔다. 내부에서는 재활용 인사라는 비판이 거세다"라고 비판했다.

임 부사장은 MB 특보 시절 “박근혜 후보가 영남대 이사장으로 재직하던 무렵 신기수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이 대학 강당 신축공사를 발주해 준 대가로 성북동 자택을 무상으로 받았다”는 내용의 기자회견 자료를 작성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법원은 “언론 매체를 통한 네거티브 공세는 후보자의 인격권을 침해하고 국민의 올바른 판단을 저해해 공익에 현저히 반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엄벌이 필요하다”고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임 부사장은 대선 직후인 12월22일 항소심에서 징역 5개월로 감형돼 풀려났다.

미디어오늘이 2013년 보도한 바에 따르면 임 부사장은 이명박 정부 덕을 본 게 없다고 하지만 직장을 옮길 때마다 화려한 인맥을 활용했다.

KT에 원서를 넣었을 때도 처음에는 반응이 없었는데 이원종 전 수석이 나서서 이석채 회장에게 부탁해서 면접까지 보게 됐다고 한다. 이 전 수석은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냈던 사람이다.

사외이사의 면모를 살펴봐도 MB 그림자가 남아 있다. 윤종수 김앤장 고문은 이명박 정부 때 환경부 차관이었다.

- 낙하산과 구조조정설만 난무

낙하산 논란이 계열사로 확대되면서 직원들 사이에서는 과거 정권 낙하산 집합소의 오명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KT새노조는 "낙하산 논란이 계열사로 확대되면서 직원들 사이에서는 과거 정권 낙하산 집합소의 오명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며 "이석채 회장 시절 이사회와 계열사 전반에 낙하산이 포진했고 결과는 부실 경영과 사상 최초 적자로 이어졌다"고 일갈했다.

이석채 회장은 2009년 1월 KT 회장으로 임명됐다. 당시 통신업계와 KT 내부에서는 이 전 회장을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 인사’로 인식하고 있었다. 2013년 11월 퇴임 때까지 30여 명의 이명박 정부 인사들을 영입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당시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자녀인 황 모 씨, 안풍 사건에 연루됐던 김기석 전 안기부 기조실장, 이명박 정부 초대 여성부 장관 후보였다 낙마한 이춘호 씨 등 KT 전·현직 인사 36명이 낙하산으로 영입됐다는 주장을 펼쳤다.

최근 들어서는 윤석열 정부 초대 홍보수석을 지낸 최영범이 스카이라이프 사장으로 발탁되면서 정부 눈치를 너무 보는 게 아니냐는 비난 여론도 거세다.

KT새노조는 "낙하산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며 "최근 인사로 KT에서 계열사로 이동한 임원들 자리는 임시직이고 앞으로 다 많은 낙하산, 코드 인사들이 내려올 거라는 우울한 관측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과도한 정치권, 검찰 코드 인사로 인한 KT 경쟁력 저하와 기업이미지 훼손에 대해서도 이사회에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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