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한국 정치사에서 가장 유명한 복수혈전은 서울 서대문갑이다. 주인공은 연세대 총학생회장 선후배인 이성헌 서울 서대문 구청장과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0016대 총선을 시작으로 202021대 총선까지 무려 6번의 맞대결을 이어왔다. 19대 총선까지는 22패였고 20·21대 총선은 우상호 의원이 승리했다. 부산 북·강서갑 역시 여야의 맞대결이 치열했다. 지역구 조정 이전 현역인 민주당 전재수 의원과 국민의힘 후보였던 박민식 전 국가보훈처 장관이 18대부터 21대 총선까지 22패의 호각세를 유지해왔다. 22대 총선에서는 우상호 의원의 불출마와 박민식 전 장관의 지역구 이동으로 라이벌 매치가 무산됐다. 22대 총선 열기가 고조되면서 전국 곳곳에서 이성헌 vs 우상호’, ‘박민식 vs 전재수카드를 뛰어넘는 라이벌 빅매치가 형성되고 있다. 아울러 이번 총선의 경우 여야 모두 악재 속출에 따라 판세가 요동치면서 리턴매치 성적표에 따라서 254개 지역구 전체 성적표도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총선에서 맞붙은 강태웅 후보와 권영세 후보. 뉴시스
지난 총선에서 맞붙은 강태웅 후보와 권영세 후보. 뉴시스

- 한강벨트·낙동강벨트 등 4·10 총선 여야 공천 마무리 국면
- 서울 용산 권영세 vs 강태웅충남 정진석 vs 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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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혈전 격전지 승패에 따라 여야 총선 성적표 좌우

여여가 22대 총선 공천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도태우 국민의힘 후보와 정봉주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막말 논란으로 일부 지역 공천이 취소되기는 했지만 총선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 한강벨트는 물론 PK지역 최대 격전지인 낙동강벨트 역시 대부분 대진표를 완성했다. 이에 따라 상당수 지역에서 전통의 라이벌 매치가 성사됐다. 수도권은 물론 지역에서도 여야 같은 후보가 2번 이상 맞대결을 펼치는 지역만도 전국적으로 수십여곳에 이르고 있다. 현역 의원들은 수성을, 원외인 도전자들은 이변을 노리고 있다. 특히 복수혈전이 치러지는 지역의 경우 정권안정론 vs 정권심판론을 뛰어넘어 3% 안팎의 박빙 승부가 예고되는 지역이다.

권영세vs강태웅리턴매치대통령실 상징 서울 용산대격전

서울 용산은 여야가 화력을 총동원한 격전지다. 대통령실이 위치했다는 상징성 탓에 여야 모두 놓칠 수 없는 지역이다. 특히 지역 내에서 이태원참사가 발생했다는 점도 유권자들이 고려 요인이다. 서울 용산의 총선 결과에 따라 윤석열정부의 순항 여부가 엇갈릴 수 있다.

22대 총선에서는 지난 총선에 이어 또다시 권영세 vs 강태웅여야 라이벌 매치가 성사됐다. 국민의힘에서는 윤석열정부 초대 통일부장관을 지낸 권영세 의원이 나섰다. 총선에서 승리하면 5선 고지에 오른다는 점에서 22대 국회에서 유력한 국회의장 후보가 될 수 있다. 야권 후보의 저력 또한 만만치 않다. 강태웅 민주당 후보는 지난 총선에서 만찬찮은 득표력을 과시했다. 정치신인으로 도전해 여권 실세인 권 의원과의 경쟁에서 불과 0.66%(890) 차이로 석패했다. 민주당에서 용산 탈환을 위해 한때 강원지사를 지낸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의 전략공천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지만 지난 4년간 밑바닥 표심을 다져온 강태웅 후보를 선택했다. 권영세 의원의 수성이냐 강태웅 후보의 탈환이냐에 따라 서울 한강벨트는 물론 수도권 전체 성적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고민정 vs 오신환대진표가 확정된 서울 광진을도 주목할만한 지역구다. 앞서 21대 총선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민주당 최고위원인 고민정 의원의 초박빙 접전이 이어졌다. 22대 총선에서 대리 복수전이 치러진다. 현역인 고민정 최고위원을 상대로 국민의힘 후보로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친오세훈계인 오신환 전 의원이 나섰기 때문이다. 고 의원이 재선 도전에 성공한다면 야권을 대표하는 차세대 여성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오 전 의원이 승리한다면 오 시장의 패배를 설욕하면서 본인의 여의도 재입성은 물론 오 시장의 차기 대권구도에도 디딤돌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 초강세 지역인 서울 도봉을의 맞대결도 관심사다. 대진표는 현역인 민주당 오기형 의원에 맞서 국민의힘 후보로 김선동 전 의원으로 짜여졌다. 역대 선거에서 11패를 교환한 두 사람의 맞대결은 이번이 사실상 결승전이다. 201620대 총선에서는 김선동 전 의원이, 4년 전인 21대 총선에서는 오기형 의원이 각각 승리를 거뒀다. ‘오기형 vs 김선동라이벌 매치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서울 동북부 지역 선거에 미칠 파급 효과 때문이다. 민주당 초강세 지역에서 이변이 벌어질 경우 단순히 서울 도봉을뿐만 아니라 49석에 해당하는 서울지역 선거 전체 판세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안양 동안을 이재정vs심재철인천 동미추홀 윤상현vs남영희

지난 총선에서 맞붙은 이재정 후보와 심재철 후보. 뉴시스
지난 총선에서 맞붙은 이재정 후보와 심재철 후보. 뉴시스

서울에 이어 경기도 격전지도 한두 곳이 아니다. 여야가 이번 총선에서 사활을 거는 경기도는 전체 의석이 무려 60석이다. 역대 총선에서 이미 두세 차례 이상 맞대결했던 전·현직 의원들간의 리턴매치가 이뤄지는 격전지 승부의 향방에 따라 여야의 성적표도 엇갈릴 수 있다. 민주당은 수성을, 국민의힘은 탈환을 예고하고 있다.

최대 격전지는 이재정 vs 심재철리턴매치가 성사된 안양 동안을이다. 지난 21대 총선에서는 민주당 현역인 이재정 의원이 5선 중진으로 국민의힘 터줏대감인 심재철 전 국회부의장에게 승리했다. 당시 민주당의 수도권 초강세 현상으로 이 의원이 54.15%의 과반 득표율로 41.73%에 그친 심 전 부의장을 가볍게 제쳤다. 이 의원은 특히 민주당 단수공천을 받으면서 지역구 경쟁력을 과시하며 3선 도전에 나섰다. 승리할 경우 수도권을 대표하는 민주당 차세대 리더로 우뚝 선다. 지난 4년간 복수의 칼을 갈아온 심재철 후보는 이번 총선에서 승리하면 6선 고지에 오른다.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원내 1당으로 승리한다면 선수를 고려할 때 22대 국회에서 가장 유력한 차기 국회의장 후보군이다.

유의동 vs 김현정재대결이 성사된 경기도 평택병도 관심 지역이다. 두 사람은 지난 21대 총선 평택을에서 1.56%포인트 차이의 초박빙 승부를 연출한 바 있다. 평택은 특히 삼성전자가 위치해 한국 반도체산업의 중심지로 인구 증가세가 커지고 있다. 평택병 선거구 신설에 따라 여야 정치지형이 변화하면서 예측불허의 선거전이 예고된다.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으로 현역인 유의동 의원은 3선 중진의 경륜을 앞세워 지역구 수성을 노리며 4선 도전에 나선다. 민주당에서는 이재명 대표 언론특보를 지낸 김현정 후보가 탈환에 나섰다. 관건은 선거구 변화에 따른 여론의 유불리다. 이에 따라 여야 모두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만큼 팽팽한 선거전이 예상된다.

인천으로 눈길을 돌리면 최대 격전지는 동·미추홀을이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다선 중진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인천의 보수 텃밭으로 불리는 곳이다. ‘무소속의 사나이윤상현 국민의힘 의원과 남영희 민주당 후보의 맞대결이 성사됐다. 4선 중진의 윤 의원은 20대 총선과 21대 총선에서 각각 새누리당과 미래통합당 공천에서 탈락했지만 무소속 출마 이후 본선에서 승리하며 압도적인 경쟁력을 자랑했다. 윤 의원은 탄탄한 지역구 경쟁력을 바탕으로 승리를 장담하는 분위기다. 지난 총선에서 전국 최소 표차인 171표로 석패한 남영희 민주당 후보는 지역구 바닥표심을 다지는 4년간의 활동을 바탕으로 여권 거물을 꺾는 대이변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친명계 원외 후보로 확고한 입지를 다진 남영희 후보는 인천 계양을에 출마한 이재명 대표의 직간접적인 지원사격을 바탕으로 인천 지역 최초의 지역구 여성 의원을 노리고 있다.

여야 대표 충청맹주 누구정진석vs박수현 3번째

지난 총선에서 맞붙은 박수현 후보와 정진석 후보. 뉴시스
지난 총선에서 맞붙은 박수현 후보와 정진석 후보. 뉴시스

여야 영호남 맞대결 구도에 전통적으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충청권도 곳곳이 격전지다. 특히 정진석 vs 박수현리턴매치는 충청을 넘어 전국적인 관심 대상 지역구다. 정진석 의원의 승리는 중원에서 보수 우세를, 박수현 전 의원의 승리는 진보 강세를 보여줄 전망이다. 지난 21대 총선에 이어 이번 총선에서도 두 사람은 충남 공주·부여·청양 지역구에서 맞붙는다.

국회부의장을 역임한 5선 중진인 정진석 의원과 문재인정부 청와대 대변인과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박수현 전 의원의 맞대결이다. 앞선 두 차례의 대결에서는 정진석 의원이 모두 승리하면서 22승을 거뒀다. 다만 총선을 거듭할수록 양측의 격차가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선거의 향방을 예측하기 어렵다. 20대 총선에서는 3.2%포인트, 21대 총선에서 2.2%포인트 차이의 박빙 승부였다.

정 의원이 승리하면 박 전 의원과의 3번 맞대결에서 모두 승리하면서 6선 고지에 오른다. 국민의힘이 다수당이 되면 차기 국회의장을 노려볼 수 있다. 박 전 의원이 탈환에 성공한다면 기사회생의 역전승이다. 박 전 의원의 승리는 단순한 선거 승리가 아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등 민주당을 대표하는 충청 정치인이 전멸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총선 승리 시에는 지역맹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인근인 충남 서산·태안도 격전지다. 국민의힘 3선 중진인 성일종 의원과 문재인정부 초대 청와대 의전비서관을 지낸 조한기 후보의 리턴매치가 관심사다. 이밖에 충남 천안갑에서는 국방차관을 지낸 국민의힘 신범철 후보와 현역인 문진석 민주당 의원과의 리턴매치가, 충북 증평·진천·음성에서는 현역인 임호선 의원에 맞서 경대수 전 국민의힘 의원이 설욕전에 나선다.

김기현·박맹우, 정동영·김성주라이벌 리턴매치

총선 본선만이 아니다. 여야 공천과정에서부터 흥미진진한 맞대결 리턴매치가 성사되면서 유권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내부의 집안싸움 성격의 복수혈전이 치러진 것이다. 국민의힘은 울산 남구을, 민주당은 전북 전주병이 대표적이다. 각각 공천장이 당선증이라는 점에서 총선 본선만큼이나 뜨거운 라이벌 구도였다.

울산 남구을은 김기현 전 대표와 박맹우 전 시장이 맞붙었다. 두 사람 모두 울산시장을 지낸 정치 거물이다. 김기현 전 대표는 남구을에서 4선 의원에다 울산시장까지 지냈다. 반면 김 전 대표에 앞서 3선 울산시장을 지낸 박 전 의원은 20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치열한 경선 끝에 승자는 김 전 대표였다. 울산 정가의 최대 라이벌인 박 전 시장을 누른 김 전 대표는 5선 등극을 눈앞에 보게 됐다. 김 전 대표는 한동훈 비대위원장 출범과 더불어 불명예 퇴진한 만큼 총선 승리를 통해 22대 국회에서 권토중래한다는 각오다.

지난 총선에서 맞붙은 김성주 후보와 정동영 후보. 뉴시스
지난 총선에서 맞붙은 김성주 후보와 정동영 후보. 뉴시스

전북 전주병은 민주당 공천의 최대 하이라이트였다. 현역인 김성주 의원과 과거 집권 여당의 대선후보를 지낸 민주당 거물인 정동영 전 의원이 맞붙었다. 지역 명문인 전주고와 서울대 선후배 사이인 두 사람은 공천과정에서 초접전을 벌였다. 승자는 정동영 전 의원이었다. 전북은 민주당 강세현상으로 공천장이 곧 당선증이다. ‘올드보이의 부활이라는 비판에도 여의도 재입성을 눈앞에 둔 정 전 의원은 22대 국회에서 원로 중진으로 비중있는 정치적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남 해남·완도·진도에서 공천받은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과 더불어 민주당을 대표하는 호남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의 주요 빅매치 격전지는 여야간 박빙승부가 예상되는 곳이라면서 지난 총선에 이어 또다시 탈환과 수성의 치열한 대결이 펼쳐지지는 여야간 리턴매치는 총선 전체 성적표를 좌우하는 핵심 선거구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현역 의원이 수성에 승리한다면 선수에 따라 22대 국회에서 국회의장, 당 대표, 원내대표, 국회 상임위원장 등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반면 원외 도전자가 승리할 경우에는 다윗의 기적이라는 이변의 주인공으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면서 촉망받는 차세대 리더 정치인으로서 발돋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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