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령' 박지원·'충남 최초' 정진석·'강릉 최초' 권성동도 하마평
국회의장 중립성 위기, 고(故) 이만섭 '의사봉 3타' 뜻 기억해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뉴시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22대 총선이 30일도 남지 않은 가운데 여·야가 총선 승리를 위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번 총선의 결과는 22대 국회의 수장인 국회의장 선출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일찌감치 6선 의원에 당선되면 국회의장에 도전하겠다는 후보들이 즐비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의 최다선자 후보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으로 압축된다. 헌정사상 최초로 여성 국회의장이 탄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대한민국 의전서열 2위이자 입법부의 수장인 국회의장은 특급 대우를 받는다. 국회의장은 차관급 비서실장을 비롯한 23명의 보좌진을 둘 수 있고, 국회 직원 4000여 명의 인사권과 5560억 원에 달하는 국회 예산권을 손에 쥔다. 대지면적 2900평, 연면적 약 660평에 달하는 3층짜리 국회의장 공관도 제공받는다. 나아가 국회의장은 국회 의사지휘권과 직권상정 등 강력한 권한을 가진다. 

국회의장은 국회법 15조에 따라 무기명 투표로 선출하고 재적의원 과반수의 득표로 당선된다. 이와 관련 국회의장은 관례상 원내 1당의 최고령·최다선자 의원이 맡아왔다. 이렇다 보니 22대 총선의 결과에 따라 차기 국회의장도 결정되는 셈이다. 

[박철호 기자]
[박철호 기자]

국민의힘은 12명의 국회의장 후보군이 22대 총선에 출마한다. 6선에 도전하는 5선 중진은 서병수·이상민·정진석·조경태·주호영 국민의힘 의원과 심재철 전 국회부의장이다. 아울러 총선 결과에 따라 5선에 도전하는 4선 중진들이 국회의장에 도전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22대 총선에 출마하는 4선 중진은 김영주·김학용·권성동·권영세·박진 국민의힘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이다. 이와 관련 21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선출 당시 민주당에서도 최다선인 5선 의원들과 함께 4선 의원들이 도전장을 내민 적이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일찌감치 다수의 중진 의원들이 국회의장 도전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민주당을 탈당한 뒤 국민의힘에 입당한 이상민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의장직을 향한 정치적 야망을 숨김 없이 드러낸 바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도 6선의 고지에 오르면 국회의장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충남 최초'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가운데,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강릉 최초' 국회의장에 도전한다.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도 유력한 국회의장 후보군 중 한 명이다. 서 의원은 여당의 험지인 '낙동강 벨트'로 재배치된 만큼 총선 생환 여부에 따라 향후 행보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우택 국회부의장도 6선 고지에 오를 경우 '충북 최초' 국회의장 도전 의사를 밝혔으나. 돈봉투 수수 의혹으로 인해 공천이 취소됐다. 

[박철호 기자]
[박철호 기자]

민주당은 10명의 국회의장 후보군이 22대 총선에 출마한다. 6선에 도전하는 5선 중진은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다. 아울러 5선에 도전하는 4선 중진은 김태년·안규백·우원식·이인영·윤호중·정성호 민주당 의원과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다. 

조 사무총장은 21대 국회에서도 국회의장에 도전한 경력이 있다 보니 6선 고지에 오를 경우 다시금 국회의장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4년 만에 국회 재입성에 도전하는 추 전 장관도 당선될 경우 당내 최다선인 만큼 국회의장 하마평에 오를 수 있다. 추 전 장관의 입장에서는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 국회의장이라는 영예를 안을 수 있는 기회로 보인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비교해 6선 도전자들이 적은 만큼 5선 중진의원들이 후반기 국회의장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호남권 올드보이(OB)인 정 전 장관과 박 전 원장의 행보가 주목된다. 국회의장 선출 관례상 같은 선수라면 최고령자를 우선으로 고려하는 만큼 OB들의 출마 에 힘이 실릴 수도 있다. 81세인 박 전 원장은 22대 총선에서 당선될 경우 헌정사상 최고령 지역구 당선자로 기록된다. 박 전 원장은 내친김에 김진표 국회의장의 역대 최고령 국회의장(75세) 기록을 갱신하기 위해 나설 수도 있다.  

또다시 시험대 오르는 국회의장 '중립성'

고(故) 이만섭 전 국회의장 [뉴시스]
고(故) 이만섭 전 국회의장 [뉴시스]

'영원한 의회주의자' 고(故)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16대 국회 개원사에서 "저는 앞으로 이 자리에서 의사봉을 칠 때, 한 번은 여당을 보고, 한 번은 야당을 보며, 또 마지막으로는 국민을 바라보며 '양심의 의사봉'을 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장의 핵심 덕목이 '중립성'이라는 점을 잘 드러낸 연설이다.

실제로 이 전 의장은 두 번의 국회의장직을 역임하면서 여당의 날치기 통과 요구를 두 차례나 거절한 바 있다. 이 전 의장은 김영삼 정부의 예산안 강행 통과 요구를 거부했고, 김대중 정부 시절 여당의 국회법 개정안(원내 교섭단체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 직권상정 요구도 거부했다. 

21대 국회의 풍경은 사뭇 달랐다. 지난 2022년 조 사무총장은 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선언하면서 "윤석열 정권에 맞서 국민과 민주주의를 지킬 민주당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국회"라고 말했다. 중립성보다는 당파성이 짙은 연설이었다. 

현직인 김 의장도 지난 2022년 민주당의 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직후 "제 몸에는 민주당의 피가 흐른다"고 발언해 중립성 논란이 불거졌다. 국회법상 국회의장은 당적을 보유할 수 없다. 특정 당파의 수장이 아니라 국회 전체를 이끌어가라는 뜻이다. 

22대 국회에서도 극단적인 정치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여·야의 국회의장 후보 누구라도 중립을 지키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민주당의 피' 발언을 한 김 의장조차 21대 국회에서 여·야의 등살에 밀려 고초를 겪었다. 지난해 국민의힘은 손준성·이정섭 검사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자 김 의장을 향해 "탄핵의 대상은 막중한 무게를 잊은 김 의장"이라고 저격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탄핵소추안 처리가 지연되자 김 의장을 향해 "직권남용이며, 직무유기다. 나아가 국회의원들의 입법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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