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엘 법무법인 김연준 변호사]
[로엘 법무법인 김연준 변호사]

형사법정에서 항상 모든 절차가 계획한 대로, 예상한 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증인신문을 진행할 때는 특히나 예상했던 것과 다른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이 큰 것처럼 느껴진다. 증거기록을 바탕으로 주신문 또는 반대신문사항(증인에게 할 질문들의 목록)을 정리해서 준비해 갔는데, 정작 출석한 증인은 물어보고자 한 내용과 전혀 상관없는 답변을 하거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라는 답변만을 ‘반복 재생’하기도 한다.

심지어 수사 단계에서 피해자 본인 또는 참고인으로 진술했던 사람을 재판에서 증인으로 신청했으나, 정작 증인신문이 예정된 공판기일에 법정에 출석하지 않고 행방이 묘연해지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처럼 형사재판에서 검사 또는 피고인(변호인)이 신청한 증인이 아예 법정에 나오지를 않는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증인신문 과정을 ‘건너뛰거나’ 하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공소사실과 관련하여 검사가 제출한 증거 중 피고인 아닌 사람의 진술이 기재된 서류(진술기재서류)에 대해서, 피고인(변호인)이 그 서류를 증거로 채택하는 데 ‘부동의’한 경우, 그 진술을 한 본인이 법정에 출석하여 증언하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① 형사소송법에 별도로 규정된 예외적인 상황이 아닌 이상 ② 원진술자가 직접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해당 서류의 진정성립을 인정하고, ③ 여기에 더하여 일정한 경우 피고인(변호인)에게 그 내용에 관하여 원진술자에 대한 반대신문을 할 기회가 주어지는 등 여려 법적 요건이 갖추어져야만 해당 진술기재서류에 증거능력이 인정되어 범죄사실을 입증하는 증거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경우(특히 공소사실을 다투며 무죄 주장을 하는 경우) 검사가 증거로 제출한 진술기재서류를 곧바로 증거로 채택하는 것에 대해 피고인(변호인)이 ‘부동의’하기 때문에, 증인신문의 경우에도 검사가 해당 진술기재서류의 원진술자를 증인으로 신청하고, 증인신문기일에 원진술자가 증인으로 출석하여 위 서류(들)의 진정성립 인정의 과정을 거치고, 피고인 및 변호인은 증인으로 출석한 해당 인물에 대해서 반대신문을 과정부터 거치는 구조로 증거조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형사사건에서 유죄·무죄의 심증은 다른 장소가 아닌 법정(공판정)에서 심리를 진행함으로써 형성하여야 하고(=공판중심주의), 법관의 면전에서 직접 조사한 증거만을 재판의 기초로 삼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실질적 직접심리주의)’ 형사재판의 근간을 이루는 정신이 위와 같은 증거조사 방식에 관한 규정을 통해 구현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범죄사실의 증명과 관련하여 핵심적인 위치에 있는 증인이 아예 법정에 나타나지 않는다면, 재판부에서는 증인이 다시 출석할 수 있도록 증인신문기일을 새로 지정하고, 증인소환장이 증인에게 도달하지 않았다거나 증인의 소재 및 행방을 알 수 없는 경우는 검사로 하여금 증인의 소재를 탐지하도록 하는 것이 실무상 일반적인 절차이다. 예정했던 절차는 사실상 ‘헛바퀴를 돈다’고 표현해도 좋겠다.

어떻게든 사건이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공들여 반대신문사항을 정리하고, 증인신문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갖은 돌발상황을 상상하며 잔뜩 긴장했던 변호인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증인이 불출석해서 재판이 속행되는 때 허망함과 약간의 안도감(?)이 섞인 복잡한 감정이 든다.

< 김연준 변호사 ▲ 고려대학교 졸업 ▲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 변호사시험 합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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