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 “대학 진학 후 진로 고민 유도, 옳지 않아”

[종로학원]
[종로학원]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수험생 10명 중 6명이 ‘무전공 선발’에 긍정했다. 대체로 여러 전공을 경험할 수 있다는 이점에서 찬성하는 입장이며 진로 결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좋은 취지인 것 같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반면 문·이과 구분의 필요성과 전공별 기초 소양을 갖춰야 한다는 반대 입장도 나왔다. 한편 교육 현장에서는 기초 학문의 붕괴와 무분별한 특정 전공 쏠림 현상이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기자간담회에서 “전공 벽을 허물고 입학한 뒤 원하는 전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전공과 영역 간 벽은 교수들이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기에 생긴다”라고 밝혔다.

이후 교육부는 지난 1월 정책연구 시안을 공개하며 수도권 사립대의 경우 2025학년도 입학 정원의 20% 이상을 무전공 선발하도록 했다. 2026학년도에는 무전공 선발 인원이 25% 이상으로 올라간다. 

지난 19일 종로학원은 2025학년도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 1104명을 대상으로 지난 7~8일 무전공 입학 관련 온·오프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무전공 선발 필요성’에 대해 수험생 64.5%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불필요하다’는 35.5%로 나타났다.

무전공 선발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는 ‘대학에서 여러 전공을 경험한 후 결정할 수 있어서’와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 학생에게 좋아서’를 가장 많이 꼽았고, 불필요한 이유에 대해서는 ‘문·이과 구분은 필요하고, 전공별 기초 소양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수험생 65% ‘이과 선호’

조사 결과에 따르면 ‘무전공 진학 시 선호 학과 계열’에 관한 질문에 수험생 65%가 이과계열을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고교 이과 학생이 이과계열을 선호한다는 응답 비율은 95.8%로 압도적인 수치를 보였다.

이와 관련 교육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19일 경기 학원가에서 강사로 10년간 몸담은 A씨는 “학생들과 대화해보면 전공에 대한 이해가 깊기보다는 경영·경제, 공과대학 등 취업을 고려한 진학을 시도하려 한다”라며 “기초학문이 붕괴하는 시점에서 섣부른 무전공 입학 제도는 무분별한 전공 쏠림 현상을 야기할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용석 대학정책학회 학회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사실 진로 선택은 대학 이전의 중등 교육과정에서 다 이뤄져야 한다”라며 “학생들이 중·고등학교 시절 내내 대학수학능력시험에만 전념하게 해놓고, 대학에 진학해서야 진로를 고민하라고 하는 것 자체가 옳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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