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분 매입경쟁 경쟁 벌어질 수도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75년 동업자 영풍그룹의 장씨 가문과 최씨 가문이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에서 격돌했지만 승부를 내지 못했다.

이에 업계는 비슷한 우호지분을 가진 두 가문이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할 것으로 보고 있다.

19일 오전 고려아연의 첫 정기주총이 열렸다.이번 주총의 핵심 쟁점은 영풍 측의 ‘배당 증액 요구’와 고려아연 측의 ‘제3자 유상증자 허용 여부’다. 

우선 결산 배당 5000원을 포함한 배당금 결의(제1호 의안)는 참석 주식수 62.74%의 찬성률로 고려아연의 원안대로 통과됐다. 결산 배당을 주당 5000원으로 결정하면서 지난해 고려아연의 주당 현금 배당금은 총 1만5000원으로 전년보다 5000원 줄게 됐다. 고려아연 지분 7.49%(3월13일 기준)를 들고 있는 2대 주주 국민연금 역시 배당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반면 제3자 유상증자 허용 여부는 영풍 측의 승리로 끝났다. 고려아연 측은 외국 합작 법인뿐 아니라 국내 법인도 제3자 유상증자에 참여할 수 있게 정관을 바꾸는 안건을 제시했다. 고려아연에 우호적인 국내 법인을 포섭하기 위한 전략이다. 하지만 투표 결과 최종 부결됐다.
 
고려아연과 최대주주 영풍이 사상 첫 표대결을 펼친 이번 고려아연 주총은 형식상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다만 업계에선 비슷한 우호지분을 가진 두 가문이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본격적인 갈등을 표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고려아연과 영풍이 주총 후 내놓은 보도자료에서도 유추해 볼 수 있다. 고려아연은 정관변경 의지를 강조했다. 영풍은 ‘주주가치 제고’를 앞세워 이를 막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영풍 측은 “많은 주주 분들이 표를 모아 준 덕분에 주주권을 침해하는 현 경영진의 전횡에 제동을 걸 수 있게 됐다”며 “최대주주인 영풍은 앞으로도 전체 주주의 권익 보호와 가치 제고에 더욱 힘쓰겠다”고 밝혔다.

고려아연 측은 “상장사협의회가 권고하고, 영풍을 포함해 97%에 달하는 상장사가 도입한 표준 정관을 도입하는 안건이 과반을 넘는 주주들의 찬성에도 특별결의 요건을 넘지 못해 부결됐다”며 “국내를 넘어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경영 시스템 구축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영풍그룹은 1949년 고 최기호ㆍ장병희 창업주가 공동 설립한 '영풍기업'이 모태다. 1970년 영풍 석포제련소, 1947년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를 설립해 아연 제련사업을 하고 있으며 장씨 일가는 영풍 석포제련소, 최씨 일가는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를 각각 맡아 경영해 오고 있다. 

고려아연의 경우 장씨 일가가 지분을 소유하고 최씨 일가가 경영을 맡는 형태로 운영돼 왔다. 그런데 2022년 고려아연이 한화 계열사인 한화H2에너지USA에 제 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시작으로 자사주 교환, 상호지분 투자 등으로 우호 세력을 늘리면서 영풍도 계열사 등을 통해 지분 확보에 나서는 등 보이지 않은 신경전을 벌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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