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갈등이 22대 총선 최대 뇌관으로 부상했다. ‘언론인 회칼테러발언의 당사자인 황상무 대통령실 전 시민사회수석의 사퇴와 이종섭 호주대사의 조기 귀국으로 이른바 윤·한 갈등은 표면적으로 일단락됐지만 더 큰 문제가 남았다. 국민의힘 지역구·비례대표 공천 과정을 거치면서 나타난 양측의 힘겨루기와 갈등은 말끔하게 해소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도권 참패론을 둘러싼 양측의 책임공방도 한창이다. 한때 친명횡재 비명횡사로 불리는 더불어민주당의 공천파동으로 여당의 총선 승리가 가능하다는 낙관론이 득세했지만 상황은 180도 변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수도권 참패가 불보듯 뻔하다는 우려마까지 나온다. 전체 254석의 지역구 의석의 절반이 몰려있는 수도권의 패배는 곧 총선 참패로 이어진다.

지난 충남 서천 전통시장 화재 현장에서 눈보라속 대통령 기다리는 한동훈 비대위원장. 뉴시스
지난 충남 서천 전통시장 화재 현장에서 눈보라속 대통령 기다리는 한동훈 비대위원장. 뉴시스

- 1차 이어 '황 자진사퇴' -2차갈등 봉합수순, 3차 충돌시 공멸위기
-  용산 참모 출마자 38명 중 14명 공천 10명 중 3명 생존률 저조
여연 국민의힘 90석 민주당 130석 전망...‘수도권 위기론부상

용산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소속 수도권 출마자들은 서로 아우성이다. 용산 대통령실은 한동훈 위원장이 해도 해도 너무하다며 부글부글 끓고 있다. 말로는 총선 승리를 내세울 뿐 공천과정을 거치며 자기정치에 몰두하고 있다는 게 골자다. 이 때문에 용산 대통령실 일각에서는 한동훈 사퇴론이라는 미확인 추측성 소문이 불거지기도 했다. 반면 국민의힘 수도권 출마자들은 용산 대통령실의 민심 인식이 안이하다며 절박감을 호소하고 있다. 사석에서는 윤 대통령을 향한 감정섞인 비판도 터져나오고 있다. ‘약속대련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1차 윤한갈등과 달리 2차 윤한갈등의 여진은 현재진행형이다. 정면충돌은 공멸이라는 인식에 양측이 자제할 뿐 물밑 주도권 다툼은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황상무·이종섭 리스크일단락 위태위태다 죽는다아우성

총선을 코앞에 둔 여권은 자고나면 속출하는 악재의 연속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의 언론인 회칼테러발언이다. 특히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의 수사외압 의혹의 당사자인 이종섭 전 국방장관이 호주대사로 출국한 것도 악영향을 미쳤다. 다만 악재를 대하는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인식은 180도 달랐다. 여론악화에 따른 총선 패배 우려가 커지자 양측은 정면충돌 대신 타협을 선택했다.

다만 여진이 지속되고 있다. ‘황상무 전 수석의 사퇴는 만시지탄이고 이종섭 대사의 조기귀국 역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용산 대통령실의 카리스마에 납작 엎드렸던 국민의힘이 크고작은 반발을 쏟아내고 있다. 최대 리스크인 이종섭 대사 자진사퇴론이 대표적이다. 경남지사를 지낸 김태호 의원은 즉시 사퇴하고 민간인 신분으로 철저하게 수사받아야 한다. 계급장을 떼고 수사받는 게 국민 눈높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수도권 중진인 김학용 의원도 공수처에서 질질 끌면 민심은 악화될 텐데 언제까지 계속 기다리느냐. 이종섭 대사의 대승적인 결단이 필요하다며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경기 성남분당갑에 출마한 안철수 공동선대위원장도 만약 이종섭 대사가 거취를 고민한다면, 스스로 고민하고 결단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공천결과는 해묵은 뇌관이다. 용산 대통령실 참모는 총 38명이 지역구에 출마해 14명이 본선에 올랐다. 10명 중 3명 정도가 공천의 좁은 문을 통과한 것이다. 윤심 공천 특혜는 없었다. 오히려 용산 참모 출신이 역차별받은 거 아니냐는 평가마저 나올 정도였다. 김은혜 전 홍보수석, 강승규 전 시민사회수석, 장성민 전 미래전략기획관, 주진우 전 법률비서관, 이원모 전 인사비서관 등 70% 이상은 수석·비서관급 참모들이다. 지역구 공천결과에 대한 용산 대통령실의 서운함은 물론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비례대표 후보자 명단 발표를 놓고도 확산됐다. 특히 비례대표 공천을 놓고 국민의힘 친윤계와 친한계는 정면 충돌했다. 사실상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간 대리전 양상이었다.

친윤계 핵심으로 용산 대통령실 입장을 대변해온 이철규 의원이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한 위원장은 이에 원하는 사람, 추천하는 사람이 안 됐다고 해서 그걸 사천이라고 얘기하는 건 굉장히 이상한 프레임 씌우기이라고 반발했다. 당 일각에서는 한 위원장과 이 의원이 비례대표 공천 문제로 고성의 말싸움을 벌였다는 설까지 흘러나올 정도였다. 윤 대통령도 비례대표 배치 과정에서 당선권 밖을 배정받은 주기환 전 국민의힘 광주시당위원장을 대통령실 민생특보로 임명하면서 우회적인 불쾌감을 표시했다.

문제는 내우외환의 악재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과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21대 총선 당시 수도권 참패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의 격앙된 분위기는 여전하다. 특히 5% 안팎의 격차로 승부가 엇갈리는 박빙지역 출마자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이러다가 다 죽는다는 아우성이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용산 대통령실 때문에 총선을 망치게 됐다는 우려다. 특히 황상무·이종섭악재로 수도권 민심이 급격하게 등을 돌리면서 여론지형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동안 상승세를 탔던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과 정당 지지율 등이 모두 급락했다. 특히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은 한국갤럽 25주차 조사에서 40%를 기록했지만 이후 31주차 37%, 2주차 37%, 3주차 34%로 지속 하락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 역시 31주차 조사에서 39%를 기록하며 40% 탈환을 목전에 뒀지만 2주차 36%, 3주차 34%2주 연속 하락했다. 이러한 현상은 해석이 어려울 정도의 지지율 붕괴였다.

‘170석 대승론실종여연 국힘 90석 민주 130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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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총선 여야 성적표는 애초 초박빙이었다. 3지대의 급증 속에서 여야 모두 단독과반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과 더불어 원내 1당 싸움에 몰두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는 여야 모두 중도 확장이 어려운 배타적인 지지층 구조를 가졌기 때문이다. 22대 총선의 기본구도는 과반 없는 1당 싸움이었다.

다만 연령별 투표율 양극화라는 유권자 지형변화를 근거로 국민의힘을 압승을 점치는 전망도 나왔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의 180석 승리를 정확하게 예측했던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국민의힘 170, 민주당 120석의 구도를 제시했다. 월드컵 승패 적중률이 높았던 문어에 비유해 엄문어라는 애칭을 가진 엄 소장은 기본적인 선거지형은 170120 구도라면서 연령별 투표율 양극화가 나타나기 시작한 게 20214.7 재보궐선거 때인데 세대별로 보면 투표율 차이가 굉장히 커졌다. 지방선거 기준으로 보면 투표한 사람 10명 중 4명은 60대 이상이었고, 민주당 지지기반인 4050은 거의 그대로 유지됐다. 이런 게 유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여전히 국민의힘 우세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시 말해 보수 지지성향이 높은 60대 이상의 투표율을 고려할 때 국민의힘의 대승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최근 분위기는 급격하게 달라지고 있다. ‘황상무·이종섭악재와 조국혁신당의 돌풍으로 정권심판론이 불붙고 있다. 게다가 금()사과로 상징되는 고물가 문제는 물론 해법없이 장기화되고 있는 의정갈등도 여권의 부담이다. 국민의힘 수도권 대표주자인 서울 동작을의 나경원 후보와 경기 성남 분당을의 안철수 후보마저 초박빙 판세로 총선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렸다.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이제는 수도권 위기론을 당연시하는 분위기다. 이는 지지층 결집을 위한 엄살용 전략이 아니라 실제 위기를 알리는 경고등이다. 21대 총선 당시 수도권 참패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21대 총선에서 수도권 전체 121석 중 서울 8, 경기 7, 인천 1석에 그쳤다. 그야말로 대참패였다. 22대 총선에서도 유사한 성적표 되풀이된다면 그야말로 악몽이다.

국민의힘 서울권역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인 김성태 전 의원은 수도권 위기론과 관련, “이종섭 장관이 결국은 결정적으로 수도권 민심에 기름을 들이부은 격이라면서 정권 중반기 전국 선거에서 집권여당이 정권심판론을 비껴갈 수 있다고 보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착각이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경율 국민의힘 비대위원 역시 대단히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서울 의 경우 8석 플러스 알파에 머무르지 않을까라고 예상했다. 안철수 공동선대위원장은 전체 60석인 경기도에서 가져올 수 있는 의석은 10석 정도라고 예상했다.

이를 반영하듯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의 내부 자체 보고서는 충격적이다. ‘대외비로 분류되는 여연의 총선 전망치는 국민의힘 지역구 의석을 9095석으로 예상했다. 비례대표 의석까지 포함하면 최대 110석을 넘기 어렵다. 과반은커녕 1당 싸움은 고사하고 역사적인 총선참패를 예약하는 비관적 전망이다. 주요 언론의 판세 결과를 종합해보면 48개 의석이 있는 최대 격전지인 서울 역시 국민의힘 우세지역은 강남3구를 포함한 10곳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 큰 문제는 수도권 위기론이 전국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용산발 리스크로 텃밭 부산이 흔들리는 게 대표적이다. 최근 총선 여론조사에서 부산 연제구의 경우 노정현 진보당 후보가 김희정 국민의힘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는 이변도 발생했다. 낙동강벨트 역시 여야간 오차범위 이내의 초박빙 판세다. 수도권 위기론이 전국으로 확산되면 대통령 탄핵이 가능한 200석을 야권에 내줄 수도 있다. 국민의힘 서울 동대문을 후보인 김경진 전 의원은 범야권 200석 판세와 관련, “실제 현상인 것 같다수도권 상당수 후보들이 500, 1000, 1500표 차이로 상당수가 고꾸라질 가능성이 높지 않나라고 우려했다.

현재권력 미래권력의 갈등총선후 ‘3차 윤한갈등’?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 대통령과 함께한 한 위원장. 뉴시스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 대통령과 함께한 한 위원장. 뉴시스

현재권력인 대통령과 미래권력인 차기주자의 관계는 늘 위태롭다. 1997년 대선 당시 김영삼 대통령과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후보, 2007년 대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2012년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대표적이다. 때로는 현재권력의 대통령의 파워가 차기 주자를 누르고, 때로는 미래권력이 차기주자의 파워가 현직 대통령을 넘어선다.

물론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관계는 전통적인 모습과는 다르다. 한 위원장은 윤석열정부 초대 내각에서 법무부 장관을 활약하면서 황태자로 불렸다. 윤 대통령 역시 대통령직인수위 시절 한 위원장을 법무부 장관으로 파격 발탁하면서 후원자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사실상 차기주자로 키운 셈이다. 한 위원장이 국민의힘 구원투수로 비대위원장을 맡은 것 역시 총선 이후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노린 윤 대통령의 승부수였다.

다만 위태로운 상황이 지속됐다. 1·2차 윤한갈등이 대표적이다.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 논란으로 촉발된 1차 윤한갈등은 윤 대통령의 정치적 승리였다. 다만 이종섭·황상무 리스크로 불거진 2차 윤한갈등은 한 위원장의 완승이었다. 다만 1·2차 윤한갈등을 거치면서도 찜찜한 구석은 남아있다. 양측이 총선 공멸이라는 우려감 탓에 확전을 자제했지만 근본적인 치유는 사실상 없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총선 본격화 국면에서 의사장기파업을 두고 또다시 갈등이 재현될 소지 또한 다분하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관계는 정치적 생사를 상호 의존하는, 이른바 순망치한(脣亡齒寒)’”이라면서 윤석열정부의 성공과 총선 승리라는 공동의 목표를 가진 두 사람의 끈끈한 협력관계도 1·2차 윤한충돌을 거치면서 다소 금이 갔다고 설명했다. 특히 윤한충돌의 여파로 수도권 참패론이 불거지면서 여권은 최악의 위기 상황에 빠졌다북상 중인 수도권 참패론을 저지하지 못하면 총선 이후 총선패배 책임론을 놓고 제3차 윤한충돌의 가능성도 우려된다.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의 대충돌이라는 사상 초유의 위기 상황에까지 내몰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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