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를 통해 어떤 바람이 불어오나... 초점은 ‘기업 밸류업’

지난 20일 오전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삼성전자 제55기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가운데 주주들이 이동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지난 20일 오전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삼성전자 제55기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가운데 주주들이 이동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일요서울 ㅣ이지훈 기자] 3월 셋째 주를 시작으로 슈퍼 주주총회 시즌이 시작됐다. 이번 주총 시즌의 최대 관심사는 정부가 내세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인 ‘주주환원’이다. 지난해 실적 악화 개선을 위해 수장 교체를 통해 변화를 추구하는 기업들과 지배구조·주주환원 개선하는 기업들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일요서울은 기획 특집으로 3월 20일부터 3월 22일까지 주요 기업의 주주총회를 정리 했다. 

-삼성전자 주주, "감사위원, 회계와 재무 전문 인사가 고용되길"

지난 20일 삼성전자는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의장을 맡은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주주총회를 시작하며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지속 강화하면서 미래 핵심 키워드인 인공지능, 고객 경험, ESG 측면의 혁신을 이어갈 것"이라며 "다양한 신제품과 신사업,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조기에 발굴할 수 있는 조직과 추진 체계를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현재 삼성전자 주주들의 가장 큰 불만은 ‘반도체 실적 부진’이다. 주주총회에 참석한 주주들이 불만을 토로하자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반도체 업황의 '다운 턴'도 있었고 우리가 준비 못 한 이유도 있었다"며 "근원적인 경쟁력 있었다면 시장과 무관하게 사업을 잘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한 게 가장 큰 이유였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하며 “올해는 근원적인 경쟁력을 마련해서, 시황 영향을 덜 타는 사업을 만들어가도록 하겠다”고 제언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주주총회에서 ▲1호. 지난해 재무상태표 승인의 건 ▲2호. 사외이사 신제윤 선임의 건 ▲3호.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조혜경 선임의 건 ▲4호. 감사위원회 위원 유명희 선임의 건 ▲5호. 이사 보수 한도 승의 건 ▲6호. 정관 일부 변경의 건 등 총 6개의 의안이 의결됐다.

이번에 발의된 6개 의안은 모두 통과됐다. 하지만 눈에 띄는 점은 2 호안과 4 호안이다. 2 호안은 87.51%, 4 호안은 92.81%로 나머지 4개 의안이 98~98%인 점을 감안했을 때 현저히 떨어지는 수치이다. 2호·4호 의안은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이다. 

유독 감사위원 선임의 건에 대한 찬성률에 떨어지는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이번에 선임되는 감사위원들의 이력을 봤을 때 감사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이며 주주 입장에서는 감사위원은 회계와 재무 전문 인사가 고용되길 바람이 영향을 끼쳐 다른 의안보다 찬성률이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지난 21일 현대자동차는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주주총회를 시작하며 연임에 성공한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은 올해 경영 전략과 관련해 “전기차의 극본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체계로의 전환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결의를 내비쳤다.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빌딩 앞 모습. [뉴시스]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빌딩 앞 모습. [뉴시스]

이번 주주총회를 통해 현대자동차는 재무제표 승인의 건을 포함해 5개 의안이 의결됐다. 장 사장 선임의 건을 비롯해 이동석 국내 생산 담당·안전보건 최고책임자(CSO) 사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기로 밝혔으며, 기획 재경 본부장인 이승조 전무를 사내 이사로 선임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이 전무는 현대제철 사장으로 임명된 서강현 사장을 후임으로 기획 재정본부장을 맡고 있다. 현대자동차 경영관리실장과 재무관리실장, 재경사업부장을 거쳐 기획 재정본부장을 맡은 재무·회계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같은 날 아시아나 인수합병이라는 큰 산을 넘고 있는 대한항공도 인천 베스트웨스턴 호텔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주주총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가 조 회장의 주총 인사말을 대독했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장기적인 큰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며 “올해는 통합 항공사 출범 준비에 돌입하는 매우 중요한 해이기 때문에 기업결합심사 절차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성공적인 통합을 이끌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아시아나 인수합병에 성공하는 것이 올해의 주된 목표임을 암시했다.

한진 그룹 CI [제공 : 한진그룹]
한진 그룹 CI [제공 : 한진그룹]

대한항공은 주주총회를 통해 조원태 사내이사 선임안, 표인수·허윤 사외이사 선임안, 이사 보수 한도 승인 등의 안건을 모두 통과했다. 앞서 대한항공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보수가 과도하며 주주 권익 침해 행위에 대한 감시 의무를 등한시한다는 이유를 내세워 조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재선임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혔지만 우려와 달리 모든 안건이 무리 없이 가결됐다.

지난 22일 현대제철은 인천 베스트웨스턴 하버파크 호텔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서강현 전 현대자동차 기획 재경 본부장이 새로이 현대제철의 사내이사 선임의 건이 주된 의안으로 전해진다. 서강현 전 본부장 사내이사 선임의 건은 찬성률 97.8%를 기록하며 원안대로 가결됐다.

이사회 측은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의 추천 사유에 대해 “오랜 기간 현대자동차그룹의 중역으로 재직하면서 기획 및 재경 부문의 다양한 경험과 고도의 전문성을 축적해 왔고, 이를 기반으로 주요 의사결정을 내린 경험이 풍부하다고 판단했다”라며 “특히 2019년부터 2020년까지 당사의 재경 본부장을 역임하며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함과 동시에 철강산업의 이해도 및 전문성을 축적했다”라고 현대제철이 전개해 나갈 경영활동과 기업가치 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일하게 H지수 ELS 분쟁조정 기준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힌 우리금융

같은 날 금융업계에 따르면 KB·하나·우리금융지주도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홍콩 ELS 배상안에 대한 언급이 있을 지 이목이 쏠렸다. 

먼저 KB금융은 이명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을 사외이사 선임하며 기존 권선주, 오규택, 최재홍 사외이사와 이재근 기타비상무이사(KB국민은행장)가 재선임이 됐다. 지난해 KB금융은 순이익이 전년도 대비 11.5% 증가한 4조6319억 원을 기록했다. 4대 금융 지주 중 유일하게 상승곡선을 유지했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각 사의 서울 중구 본사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승열 하나은행장과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가 하나금융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점은 금융지주 대부분은 대표이사 회장 1인만 사내이사로 두고, 계열사 수장들은 비상임이사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하나금융은 기존 사내이사인 함영주 회장에 포함해 사내이사 두 명을 추가했다. 기존의 사내이사 1인 체제라는 관례를 깨고 3인 체제를 구축해 대내외적으로 불확실한 금융환경 속에서 책임경영·내부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우리금융은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와 이은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를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새로 선임된 2명의 사외이사를 포함해 우리금융 이사회 사외이사 수는 6명에서 7명으로 늘었고, 여성 사외이사 수도 기존 1명에서 2명이 됐다.

서울시내 시중은행 ATM기의 모습. [뉴시스]
서울시내 시중은행 ATM기의 모습. [뉴시스]

KB금융은 연간 주주환원율은 27.9%에서 37.5%로 10%P가량 증가했다. 32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포함할 시 주주환원율은 38.6%까지 오르며 업계 내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여준다. 하나금융의 주주환원율은 33%로 지난해 1500억 원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포함해 전년 대비 6%P 증가했다. 우리금융은 주주환원율은 26.2%에서 전년 대비 7%P 상승한 33.7%를 기록했다.

이번 주총을 앞두고 최대 관심사였던 H지수 ELS 자율배상안에 대해 KB금융과 하나금융은 자율배상안에 대한 언급이 없었지만, 우리금융 이날 이사회 직후 금융감독원의 H지수 ELS 분쟁조정 기준안을 수용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외에도 20일부터 22일 까지  ▲현대모비스 ▲포스코그룹 ▲금호석유화학  ▲삼양홀딩스 등이  주총을 열고  2024년을  성공 경영을  위한 초석을 다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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