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로 성공하려면 상사 잘 만나야… 출세 책임지는 아버지와 같아”
“새로운 재료로 새로운 요리 개발해 먹어보며 교류할 때 가장 즐거워”

후덕죽 (앰배서더 서울 풀만호텔 중식당 호빈의 총괄셰프)
후덕죽 (앰배서더 서울 풀만호텔 중식당 호빈의 총괄셰프)

[일요서울ㅣ장휘경 기자] 10·20대 청소년들은 장래 직업에 대한 원대한 꿈이 있지만, 자신의 진로 설계가 과연 올바른 것인지 확신을 얻지 못해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일요서울이 다양한 직업군의 멘토를 만나 그 직업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알아봄으로써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직업관을 심어주고 진로를 정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번에는 ‘중식요리사’를 꿈꾸는 10·20 청소년들을 위한 멘토로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빈의 ‘후덕죽’ 총괄셰프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대만 국적의 화교 출신인 ‘후덕죽’ 셰프는 앰배서더 서울 풀만호텔 중식당 호빈의 총괄셰프로서 한국 조리업계 최초의 임원 탄생 신화의 주인공이며 2000년에는 ‘신지식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1977년부터 2019년까지 4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호텔신라 ‘팔선’에서 근무하며 200여 가지가 넘는 요리를 개발했고, 중국의 후진타오, 장쩌민 전 주석, 주룽지 전 총리로부터 “중국 본토 요리보다 더 훌륭하다”고 극찬받은 명실상부한 ‘한국 최고의 중식요리사’이자 중식요리전문가이다.

후덕죽 셰프가 이끌었던 호텔신라의 중식 레스토랑 ‘팔선’은 아시아 베스트5 식당에 선정되었고, 이곳의 중화요리는 이견의 여지 없이 국내 최고로 손꼽혔었다.

후덕죽 셰프는 신라호텔 근무 시 팔선 담당 상무였다. 당시 한국 조리사 최초로 대기업, 그것도 삼성그룹 계열사 고위 임원 자리를 얻었을 만큼 후덕죽 셰프의 명성은 하늘을 찌른다.

그는 호텔신라 ‘팔선’에서 일하면서 3년 만에 당시 최고 중식당 소리를 듣던 플라자호텔 ‘도원’을 따라잡았다. 그리고 현재 엠배서더 서울 풀만의 ‘호빈’으로 옮긴 그는 40여 년 전 그 시절보다 더 열정 넘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호빈’을 오픈한 지 2년 만에 미쉐린 별을 획득한 것이다. 후덕죽 셰프는 지난 2월에 열린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4’ 행사에서 호텔 중식당 ‘호빈’으로 미쉐린 스타와 더불어 ‘2024 미쉐린 멘토 셰프 어워드’ 특별상을 수상했다.

- 정통 중식의 대가로서 명성이 자자한데, 처음 중식 셰프가 되신 동기는 무엇인가요.

▲제가 초등학교 때 부모님이 중국 요리점을 운영했었어요. 옛날 60년대에는 프라자 호텔이 있는 시청 앞 소공동에서 덕수궁 서소문 쪽 일대가 차이나타운이었는데, 지금의 대한항공 빌딩 자리에서 저희 부모님이 중국 음식점을 하셨었거든요. 그렇다 보니 주방에서 일하는 광경을 자주 보게 됐는데 그때마다 굉장히 호기심이 생기고 셰프들의 모습이 너무 멋있게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어느 날 아침에 몰래 주방에 들어가서 학교 가는 형제들 점심도시락을 만들어주게 됐고, 그것이 요리하게 된 계기가 됐어요. 이후 주방장에게 걸려 혼도 많이 났었지만 요리 후 깨끗이 정리·정돈하면서부터는 귀엽게 봐줘서 만들고 싶은 요리를 맘껏 만들 수 있었고 결국 나중에 셰프가 되도록 기초 자질을 키울 수 있었어요.

-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4 1스타 & 멘토 셰프 어워드에 선정되셨는데, 선정되신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미쉐린이 한국에 들어온 지 8년 정도 됐을 텐데, 8년 전 미쉐린이 처음 들어왔을 때는 오픈한 지 1년도 안 된 퍼시즌 호텔 중식당이 1스타를 받았었어요. 미쉐린이 들어오자마자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호텔 중식당에 별을 줘서 서울에 있는 호텔들이 다 의아해했는데, 당시 심사위원들이 우리 한국 중식당 요리 스타일이 아닌 본토의 요리 스타일이다 보니까 그런 평가를 내린 것 같아요. 그러나 퍼시즌 호텔 중식당 음식은 우리 한국 사람들 입에 안 맞아 결국은 별에서 다시 떨어졌어요.

저는 신라호텔에서 근무했을 때 미쉐린 스타를 많이 기대해서 한때는 미쉐린 스타 때문에 음식 메뉴를 전부 다 바꾸려고 했었어요. 근데 이부진 사장님께서 30년 넘은 단골 고객들이 이렇게 많은데 그분들의 입맛에 맞춰야지 미쉐린 별 때문에 바꿔서는 안 된다고 제대로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동안 별이라는 것에 전혀 신경을 안 썼어요. 그냥 평상시에 찾아오는 고객들에게 정성 들여 맛있게 해드렸을 뿐인데 작년 여름철인가 갑자기 전화가 한 통 와서 미쉐린에 선정됐다는 거예요. 그때 사실 저는 어리둥절했었어요. 신청접수를 안 했는데도 미쉐린 자체에서 손님으로 와 암행어사처럼 꼼꼼히 살펴보고 먹어본 후 평점을 매겨 선정했더라고요. 심사위원이 누군지도 모른 채 호빈이 미쉐린에 선정된 거죠. 거기에다 저는 셰프 멘토상도 수상해 두 개 상을 받은 셈이에요. 스타상 하나 받고 또 멘토상을 받았는데, 셰프 멘토로서 후배들을 많이 가르치고 양성한 게 하나의 공로인가 봐요.

- 고품격 요리로 고객에게 건강과 맛을 함께 누릴 수 있게 해주시는 것으로 유명하신데, 어떤 요리를 만드실 때 가장 즐거우신가요.

▲어떤 특정 요리를 할 때 즐거운 것이 아니라 어떤 요리를 하든 요리하는 그 자체가 즐겁죠. 그러한 가운데 새로운 재료로 새로운 요리를 개발해 먹어보면서 교류할 때가 가장 즐거웠던 것 같아요. ‘아 이렇게도 요리할 수가 있구나’ 또는 ‘저렇게 해도 요리가 될 수 있구나’ ‘이거 좋다’고 하면서 여러 사람이 맛보고 의견을 공유할 때가 가장 즐거웠다고 생각해요.

- 최고의 식재료로 고객들에게 기분 좋은 만족감을 주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셰프님의 요리 중 가장 자신 있는 품목은 무엇이고, 그것은 어떤 특성을 가졌나요.

▲1988년 우리나라 올림픽 때 제가 처음 개발한 ‘불도장’이라고 있어요. 지금도 많은 사람한테 가장 인기 있는 요리가 불도장인데, 그 불도장이 제 일생 최고의 상품이라고 볼 수 있어요. 특허도 등록돼 있거든요. 제가 후씨니까 ‘후 불도장’이라고 이름 붙였어요. ‘후 불도장’은 저의 가장 중요한 요리 철학을 담고 있어요. 바로 의식동원(醫食同源)인데 ‘약과 음식은 근원이 같다’는 뜻으로 평상시 먹는 음식으로 건강을 유지한다는 의미예요. ‘후 불도장’은 육수를 중탕으로 6시간 이상 끓여 내고 건해삼, 자연송이 등 15가지 고급 식재료와 10년 이상 되는 술, 소홍주가 들어가는 귀한 음식입니다.

- 최고의 명성을 가진 셰프님이신 만큼 그 명성에 걸맞게 스태프의 서비스 교육도 철저하실 것 같은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서비스 지침은 무엇일까요.

▲저는 조리와 서비스는 갈라놓을 수 없는 관계라고 생각해요. 100%가 완벽이라고 보면 조리가 50%, 서비스가 50%여야 돼요. 그래서 사원들한테 항상 회의하면서 “조리하고 서비스는 한 가정의 부부 관계나 마찬가지다. 떨어뜨리려야 떨어뜨릴 수가 없다. 요리를 맛있게 한다 해도 서비스가 안 좋으면 아무 소용 없다”고 얘기해요. 그래서 신상품 요리 나올 때 항상 조리 기술을 교류하면서 서비스 교육도 함께합니다. 그래야 사원들이 고객 앞에 가서 ‘어떤 음식인지’ ‘어떻게 먹는 것인지’ 등을 설명할 수 있고, 고객들은 만족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거죠.

- 현재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빈’의 셰프로서 그 역량을 발휘 중이신데, ‘호빈’은 중식당으로서 어떤 특징과 장점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호빈은 ‘귀한 손님을 모신다’는 의미의 이름이며, 광둥요리를 기반으로 중국 4대 요리를 고루 맛볼 수 있는 정통 중식당이에요. 광둥요리는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저는 전국 각지에서 가장 좋은 재료를 가져다가 화학조미료 없이 음식을 완성하죠. 덕분에 미쉐린 스타까지 받았지만 이에 안주하지 않고 더욱더 노력할 예정이에요. 더욱 업그레이드시켜서 미쉐린 스타 하나 더 받아야 하잖아요. 지속 업그레이드시키는 게 제 목표에요.

- 중식 셰프로서 성공하려면 어떤 역량과 자질이 필요하며 어떻게 노력해야 하나요.

▲셰프로 성공하려면 제일 중요한 게 일단 상사를 잘 만나야 해요. 저도 처음 배울 때 마찬가지였지만 어떤 셰프에게 어떤 기술을 어떻게 배우는지에 따라 사회적인 성공이 좌우되거든요. 즉, 사회적 상사는 앞으로 자신의 출세를 책임지는 아버지와 똑같아요.

그리고 셰프로 성공하기 위해 노력하더라도 쉴 때 노는 건 좋아요. 다만 근무 시간에는 집중력을 가지고 음식을 만들어야 해요. 음식은 절대 어스러지면 안 됩니다. 그래서 저는 일할 때만큼은 현장을 왔다갔다하며 애들이 집중적으로 임하도록 엄하게 다스리고 있어요.

또한 요리하는 일에 재미와 흥미를 느껴야 해요. 저는 일이 워낙 재미나니까 열심히 했고, 지금은 많은 분이 알고 찾아오니까 그를 저버릴 수가 없어 휴일에도 나와서 일하는 경우가 많아요.

- 요리를 만드시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은 무엇인가요. 셰프가 되신 후 형성된 철학이나 소신이 있나요.

▲첫째는 당연히 요리 기술이 좋아야겠지만, 기술 이전에 사용 재료 신선도가 좋아야 해요. 신선도가 좋아야 맛있는 음식을 낼 수가 있거든요.

또 하나 저는 3低1高라는 철학과 소신으로 요리를 만들어요. 3저(低)는 설탕, 기름, 소금, 이 세 가지가 낮다는 얘기죠. 먼저 단맛을 낮게 하고 짠맛을 낮추며 기름기 양도 낮추고 있어요. 그리고 1고(高)는 단백질 높은 고단백 건강식을 만든다는 의미죠. 이러한 3저1고의 원리를 가지고 지금까지 요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중식 셰프를 꿈꾸는 10·20 청소년들을 위해 조언 부탁드립니다.

▲지금 국내에는 조리학과 나온 학생들이 많더라고요. 대학 졸업생들도 많고 전문 고등학교 나온 애들도 많은데요. 제가 가르쳐 보니까 고등학교 나온 젊은 애들이 더 열심히 하더라고요. 대학교 나온 애들은 나이가 많다 보니까 군대도 가야 하고 결혼도 해야 하는데 돈 벌어놓은 건 없지…, 여러 가지 생각으로 한 가지 목표에 끈기 있게 전념하질 못하더라고요.

이 업계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상사를 잘 만나서 기술 습득하는 것인데, 그러려면 1~2년 동안은 잘 버티고 견뎌낼 수 있는 끈기와 인내가 필요하거든요.

제 업무 경험으로 봤을 땐 고등학교 막 졸업한 애들이 성장 속도가 빨라요. 제가 지금 고등학교 나온 애들 1~2명 정도 키우고 있거든요. 얘들은 정말 의욕적이고 눈이 반짝반짝한 게 벌써 틀리더라고요. 솔직히 주방에는 위험한 조리기구들이 많잖아요. 칼이나 후라이팬 등을 정신 차리지 않고 잘못 다루면 다치거든요.

결론은 요리사로 성공하려면 믿을 수 있고 존경스러운 상사를 롤모델로 삼아서 그 롤모델을 목표로 끈기 있게 나아가면 돼요. 상사는 자신을 믿고 열심히 일하는 후배의 능력을 보고 판단해서 새롭게 오픈하는 호텔이나 각종 대회에 나가도록 키워주니까요.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