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법무부장관 시절부터 독특한 대응 화법으로 상대편을 곤경으로 몰아넣곤 했다. 그의 대응화법을 “틱톡 화법”이라고도 한다. ‘숏폼’ 동영상처럼 즉각 대응하고 핵심을 잡아 공격에 들어간다는 뜻이다. 상대편의 과거 잘못된 언행을 즉각 끄집어내 꼬집는다는 데서 공감과 설득력을 지닌다.

운동권 출신이었으며 ‘돈 봉투 사건’으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2023년 11월 한동훈 법무장관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어린놈” “건방진놈”이 “국회에 와서 인생 선배, 한참 검찰 선배를 조롱하고 능멸하고 이런 놈을 그대로 놔둬야 하느냐” 했다. 

그러자 한 장관은 “어릴 때 운동권 했다는 것 하나로 사회에 생산적 기여도 별로 없이 자그마치 수 십 년간 자기 손으로 돈 벌고 열심히 사는 시민들 위에 도덕적으로 군림했다”며 “대한민국 정치를 수 십 년간 후지게 만들었다”고 반박했다. 그의 반박으로 송 전 대표는 운동권을 팔아 호위호식 했으며 정치를 후지게 만들었다고 지적돼 도리어 조롱당하고 말았다.

또 작년 10월 김의겸 민주당 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장관 등 여럿이 청담동에서 술을 밤늦게 까지 마셨다고 했다. 여기에 한 장관은 술자리 참석이 없었다며 “장관직을 걸겠다”면서 “의원님은 뭘 걸겠느냐”고 다그쳤다. “뭘 걸겠느냐”는 다그침으로 김의겸은 허위날조 유포자가 되고 말았다.

지난 3월초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당에서 탈당, 국민의힘에 입당한 김영주 국회 부의장에 대해 “윤리 항목에서 0점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한 위원장은 “김 위원장이 0점이면 이재명 대표는 마이너스 200점”이라고 응수했다. 되로 주고 말로 받은 셈이었다.

한편 이재명 대표는 딱 잘 라 말하는 “단정 화법”을 쓴다. 그는 2021년 10월 대선후보 시절 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해 “구속될 사람은 이재명이 아니라 윤석열 후보”라고 했다. 확실한 듯이 단정하는 그의 화법은 사실인 것처럼 들리게 한다. 몇 분 후 거짓이 탄로 날 지라도 우선 확실한 것처럼 믿게 하는 “단정 화법”이다.

2016년 박근혜 탄핵 정국에서 이재명은 “대통령도 죄가 있으면 감옥에 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막상 자신이 대장동*위례개발 특혜의혹으로 감옥에 갈 위기에 처하자, “검찰이... 조작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 조작”이란 “단정 화법”으로 이 대표에게는 죄가 없는 것 처럼 들리게 했다.

이 대표는 지난 2월 “정부가 무려 1000조 원 가까운 장밋빛 공약을 마구 남발하고 있다”며 “대국민 사기극을 할 때 가 아니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는 예산과 투자 유치 공약 831조원 속엔 민간 투자가 대부분인 사업이라고 반박했다. 그래서 ”정작 사기를 치고 있는 건 이 대표‘라고 받아쳤다. 그는 곧 “사기극”으로 탄로 날 것도 상대편에게 뒤 집어 씌울 수 만 있다면 앞뒤 가리지 않고 확실한 것 처럼 단정적으로 터트리고 본다. 그는 3월24일 한 유세장에서 청중들에게 “아 이 무식한 양반들아”라고 소리쳤듯이 유권자들를 “무식한 양반들”로 간주, 자기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걸로 착각하는 것 같다. 그는 순발력과 잔머리는 잘 돌아가는데 멀리 내다보지 못한다는 데서 유발되는 태생적 지적 결함이다.

한편 한 비대위장은 탁월한 기억력으로 상대편의 과거 행적을 끄집어내 반격하는 “틱톡 화법”을 동원, 상대에게 되로주고 말로 받게 한다. 그렇지만 왕성한 기억력과 순발력으로 뒷받침된 “틱톡 화법”은 자칫 가볍다는 인상을 유발한다. 그의 활력 넘친 제스쳐(몸짓)도 가볍게 보일 수 있다. 순발력으로만 그치지 말고 묵직한 정중성도 함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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