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방선거 앞두고 압박 작전 아니냐”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이미경 사무총장(왼쪽으로부터), 박지원 정책위의장, 이강래 원내대표, 정세균 대표가 회의 준비를 하고 있다. photo@dailysun.co.kr

민주당이 검찰에 단단히 화가 났다. ‘골프 게이트’, ‘한상률 게이트’로 집권 여당 의원들의 수사와 동시에 대한통운 비자금 사건으로 인해 민주당 전·현직 실세의원들의 실명이 거론되고 있는데다 고위직 당직자가 다음 소환 대상자로 거론되면서 초긴장된 상황이다. 무엇보다 한명숙 전 총리의 ‘5만달러 수수설’이 불거지고 검찰 출석이 임박하면서 친노 진영에서는 ‘정치 공작’이라며 대대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한 전 총리 역시 ‘인생을 걸고 정치공작에 맞서겠다’고 일전을 벼르는 가운데 검찰과 민주당, 검찰과 친노간 진실 공방이 치열하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권오성 부장검사)가 수사중인 대한통운 곽영욱 전 사장 비자금 조성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지난주 검찰에서는 참여정부 실세였던 한명숙 전 총리가 곽 사장으로부터 인사청탁 명목으로 5만달러를 직접 건네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곽 전 사장은 총리 공관에 들어갈 당시 양복 왼쪽·오른쪽 주머니에 각각 2만 달러와 3만 달러를 넣은 채 한 전 총리를 만나 돈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그는 최근 검찰 조사과정에서 구체적인 전달 행위를 직접 시연해보였으며, 검찰은 돈을 전달한 정확한 시각과 총리 공관의 출입 기록, 곽 전 사장의 동선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 총리에 대해 소환통보를 한 검찰은 곽 전 사장이 업무연관성이 전혀 없는 남동발전사장으로 임명된 배경에 한 전 총리가 개입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미 곽 전 사장은 대한통운 법정 관리인으로 재직할 당시 83억원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검찰에선 이 돈 중 일부가 한 전 총리에게 흘러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곽 전 사장은 한명숙 전 총리 외에 민주당 고위 당직자 C 의원과 참여정부 시절 K 전 의원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져 해당 인사들을 긴장케 만들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전 총리는 기자회견을 통해 “일원 한 푼 받은 바 없다”, “인생을 걸고 모든 정치공작에 맞서 싸우겠다”며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주 대한통운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여수세계박람회 문모씨와 한국남동발전 전 감사인 이모씨 등 2명을 소환해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검찰은 피의자 신분으로 한 전 총리에 대해 출석 통보를 했고 한 전 총리는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한통운 사장, ‘학연-지연-사회 인맥’ 총동원

한편 검찰 조사를 받은 문 모 씨의 경우 전북 전주출신으로 전주고를 나와 DJ와 참여 정부 시절 해양수산부 장관실 비서, 해양정책과 과장을 거쳐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 인사관리비서관을 지내다 MB 정권이후에는 국토해양부 해운물류본부 본부장으로 재직중 올해 2월 여수세계박람회 기획본부장으로 파견 근무중이었다. 무엇보다 충청도 출신이지만 곽 전 사장이 전주고를 나왔고 남동발전사장으로 임명 당시 문 모 씨가 인사비서관으로 있었다는 점에서 검찰은 연결고리를 찾고 있다.

또한 문 모 씨가 해수부에 근무할 당시 상관이었던 박 모 씨의 개입 가능성에 대해서도 검찰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박 씨는 고대 출신으로 해수부 총무과장으로 재직하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된 이후 인수위 경제 2분과를 거쳐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냈다. 특히 문 씨와 함께 2006년부터 인사제도비서관, 인사관리비서관에 있었고 곽 전 사장이 남동발전사장으로 임명된 2007년 4월에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다.

또한 남동발전 감사인 이 모 씨는 열린우리당 당 홍보국 국장출신에 정동영 전 의장 특보로 활동했던 인사로 국회 정책연구위원을 거쳐 남동발전 감사로 재직했다. 고대 출신인 이 모 씨는 곽 전 사장과 마찬가지로 전형적인 정치권 낙하산 인사인 셈이다. 검찰은 아울러 산업자원부 2차관을 지내고 한전사장으로 재직한 이원걸 전 차관을 참고인 자격으로 8일 조사했다.

이처럼 대한통운 곽 전 사장에 대한 전방위 검찰 수사에 민주당은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특히 전북 전주고 출신들이 적잖이 등장하면서 C 의원이 다음 수사 대상이라는 말까지 돌았다. 하지만 C 의원측은 “우리 의원은 참여정부 말기에 친노 인사들과 청탁을 할 정도로 친분이 깊지도 않았고 민주당 경선 준비로 바빠 신경 쓸 틈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북 출신에 고위 당직자인 또 다른 C 의원이 구설수에 올랐다. C 의원의 경우 당시 참여정부 핵심 요직에 근무했고 고대 출신 이모씨가 검찰 조사를 받은 이후 여의도에 그럴듯하게 퍼지기도 했다.


민주, ‘참여정부 총리-장관-청와대 불똥 튀나’

한편 대한통운 비자금 사건이 민주당 출신 핵심 인사들에게 집중되면서 민주당은 전면공세로 나서는 분위기다. 정세균 대표는 지난 11일 확대간부회의에서 “검찰의 지금 태도는 수사가 아니라 야당을 흠집 내기 위한 정치 공작이라고 판단한다”며 “한명숙 상임고문은 민주당의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인데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을 가지고 흠집 내고 그래서 야당에 타격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또한 정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 사돈이 검찰에 가서 조사를 받았을 때는 쥐도 새도 모르게 이뤄져 6개월 후에 검찰 스스로가 조사했노라고 얘기해 알게 됐다”며 “두 사안을 비교하면 이번 수사가 야당 탄압을 위한 것임이 드러나는 것으로 검찰이 동원된 야당 탄압을 즉시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으로서는 고위 핵심 인사들에 대한 검찰 조사가 내년 지방선거에 영향력을 줄려는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민주당에서는 곽 전 사장이 현 정권 충청 출신 핵심 인사에게 ‘유임 청탁’을 했다는 검찰발 소식에 충청 출신으로 MB 정권 요직에 근무했던 L 전 장관을 주목하고 있다.

일단 검찰 주변에서는 한 전 총리와 곽 전 사장을 연결시켜준 ‘중간 다리’ 역할을 한 야권 인사까지 이미 수사를 마쳤다는 말이 나오면서 소환에 불응하고 있는 한 전 총리가 검찰에 출석할 경우 진위 여부를 분명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어 민주당을 바짝 긴장케 만들고 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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