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대통령(DJ)은 “날씨가 풀리면 방북하고 싶다”며 시기는 “4월 중·하순”경 이라고 했다. 그는 경의선 개통에 즈음해 열차를 타고 평양에 가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그가 작년 8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초청을 받았고, 노무현 대통령도 방북을 권유했음을 상기할 때, 그의 방북은 구체적으로 추진중인 것으로 짐작된다.하지만 DJ는 방북하기에는 문제가 너무 많다. 그가 방북해서는 안될 이유는 다음 다섯 가지로 집약될 수 있다.첫째, DJ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자신과의 서울 답방 약속을 지키지 않고 위반했다는데서 방북해서는 안된다. 김정일은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에서 ‘적절한 시기에 서울을 방문하기로 하였다’고 내외에 약속했다. 하지만 김은 약속을 깨고 서울에 오지 않았다. 그런데도 DJ가 굳이 평양으로 찾아간다면, 남북관계에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된다. 김정일로 하여금 남한과 합의한 사항들을 마음대로 깨도록 권장하는 격이다. 나쁜 행동에 상을 주는 것이기도 하다. 둘째, DJ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 대가로 김정일에게 5억달러나 불법으로 넘겨주게 함으로써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다는데서 방북하기에 적합지 않다. 정상회담 대가 지불로 인해 국민들은 DJ가 김정일과 다시 만난다는 것을 불안해 한다. 그가 김과 마주앉게 되면, 앞으로의 노무현-김정일 정상회담을 위해서도 또 막대한 대가 지불이 제기되지 않을까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김정일은 DJ를 돈 보내준 사람으로 기억하고 뭔가 더 기대할 수 있다는데서 김을 만나기에 적절치 않다. DJ는 대북 불법 송금으로 김에게 퍼주고 양보하는 사람으로 인지되었다. 그로 인해 DJ가 김정일을 만날 경우 남북관계를 왜곡시키는 결과를 빚어내지 않을까 우려치 않을 수 없다. 셋째, DJ는 재임중 체통을 잃을 만큼 지나치게 김정일에게 서울 답방을 구걸했었다는데서 방북 하기에 적절치 않다. 그는 김의 서울 답방을 시도때도 없이 계속 촉구하더니 2001년 5-6월 사이에는 18일 동안 무려 5 차례나 답방을 애걸하는것도 서슴지 않았다. 그밖에도 DJ는 같은 시기에 이한동 국무총리를 통해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자리에서 김정일의 서울 방문을 “충고해달라”고 간청케 하기까지 했다.DJ는 김정일을 만나지 못해 애걸복걸했다. 그는 왠지 김정일 앞에선 자꾸만 작아지기만 했다. 그런 사람이 수억달러의 불법 외화를 싸들지 않고 빈 손으로 김을 찾아가 만날 때, 과연 당당하게 대한민국의 국익을 관철시킬 수 있을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넷째, DJ는 김정일과의 담판 맞수가 되지 못한다는데서 방북해서는 안된다. 그는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엄청난 대가를 지불했으면서도 6·15 공동선언문에서는 북측의 주장대로 끌려갔다. 그는 김을 만난다해도 그에게 끌려 다닐 것이 우려된다는데서 또 다시 무엇을 양보하고 돌아올는지 걱정된다.다섯째, DJ가 4월 북한을 방문한다는 것은, “날씨가 풀려서”가 아니라 김일성 생일에 축하 사절로 찾아가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는데서 4월은 더 더욱 안된다.DJ는 방북하기에 문제가 너무 많다. 그래서 그는 날씨가 풀리면 북행 열차를 탈 것이 아니라, 고향 하의도 봄 휴가를 위해 손주들과 함께 남행 열차에나 오를 것을 권유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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