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타이타닉’(1997년,제임스 카메룬 감독)은 두 젊은이의 지고지순(至高至純)한 러브스토리가 매우 아름답다. 그리고 호화 여객선 타이타닉 호의 침몰 시 승객 2천2백명 중 7백여명을 구하고 자신은 배와 운명을 같이 한 선장과 승무원들의 모습도 의롭고 아름답다. 곧 닥쳐 올 자신의 죽음에 아랑곳하지 않고 승객을 한 명이라도 더 구하겠다는 승무원들의 모습은 마치 경건한 제사의식을 드리는 성자였다.

그리고 여성과 아이들을 구명정에 먼저 태우라는 명령을 내리고 바닷물이 밀려오는 조타실로 들어가 홀로 최후를 맞이하는 선장, 자신만 먼저 탈출하려는 파렴치한 승객들을 권총으로 다스리고 자살한 선원의 모습은 차라리 거룩한 희생제물이었다. 침몰하는 여객선의 선상에서 음악연주를 계속했던 스트링 앙상블 멤버들도 수도자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래서 그 때 연주했던 음악 (찬송가 ‘내 주를 가까이 하게함은’)의 간절한 하모니가 더욱 찐한 감동과 긴 여운으
로 남아 있지 않을까.

진짜 프로, 참 좋은 리더의 모습을 보여준 최근의 사례 한 가지가 더 있다.

지난 8월 20일 일본 오키나와 현 나하 공항에서 화재·폭발사고가 났던 대만의 민간 여객기의 기장도 타이타닉 선장에 못지않은 진짜 프로, 참 좋은 리더였다.

그는 사고 당시 승객 157명과 자신 포함 승무원 8명 등 모두165명이 비상 탈출에 성공한 기적의 현장에서 조종석담당 여승무원과 부기장의 탈출성공까지 확인하고 난 뒤 기체폭파 수 초 전 마지막으로 창문에서 뛰어 내렸는데 진짜 프로, 참 좋은 리더의 진면목은 그 장면 하나만으로도 족하지 않을까. 구구한
설명이 허접스럽게 보일 정도다.

대만에서 그를 국민적 영웅으로 칭송한다는 소식이 유난히 반가운 것도, 영화 타이타닉 의 영상이 아직도 생생한 것도 영웅의 그리움에 대한 대리만족 또는 보상심리가 아닐런지.

그런데 우리에게도 그러한 국민적 영웅이 탄생될 기회가 있었다. 단지 영웅이 될 수 있었던 사람이 기회를 살리지 못 했을 뿐이다. 192명의 사망자와 148명의 부상자를 낸 대구 지하철 참사이다. 가 그 예인 데, 기관사가 운전키를 뽑아 들고 홀로 탈출하는 바람에 영웅은 커녕 참사의 책임을 지는 처량한 신세로 전락해 버렸다.

상품에만 명품이 있는 게 아니다. 사람에도 명인이 있다. 그리고 명품에만 가짜가 있고 짝퉁이 있는 게 아니다. 명인에도 가짜가 있고 짝퉁이 있다. 대구지하철 참사의 기관사와 요즘의 가짜 학위, 가짜 학벌의 주인공들이다.

싱싱한 풀, 맑은 물가로 이끌어 가는 참 리더인 줄 알았더니 거친 들, 위험한 골짜기로 내몰고 가는 얼치기 짝퉁 리더였다. 진리 밖에 모르는 외골수 학자인 줄 알았더니 세상의 온갖 권력을 제멋대로 활용하여 자신의 학문적 권부를 축성한 능수능란한 성공기술자였다.

우리는 그 동안 참으로 많은 가짜 프로, 짝퉁 리더에 속아 살아온 게 사실이다.

그로 인한 폐해는 참으로 심각하다. 리콜, 소송 등 피해보상책이 형식적이나마 존재하고, 그 피해자가 일부 극소수에 한정되기 마련인 짝퉁명품과 달리 가짜 프로 짝퉁 리더로 인한 피해의 경우 제도적 피해보상책이 막연할 뿐더러 그 피해범위가 그야말로 국민적, 국가적이고 그 정신적 경제적 손실이 측량하기 어려울 만큼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짜 프로, 짝퉁 리더는 한 마디로 ‘참 나쁜 리더’ 라 할 수 있다. 그들을 ‘공공의 적’ 제1호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