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대선에 당선되더라도 정말 쉽지 않을 것 같다. 지난 18일 지방균형 개발에 대한 움직임을 보면서 떠오른 생각이다. ‘수도권만 국민이야? 우리도 대한민국 국민이다’라는 구호를 내걸고 서명운동을 주도해왔던 지역균형발전협의체가 1천 119만명의 서명을 받았다. 요지는 균형발전을 위해서 수도권 성장을 억제하고 대신에 더 많은 자원을 지방에 투입하라는 요구이다. 이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경북도지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시민단체와 연대해서 서울역 앞에서 균형발전 촉구 길거리 투쟁을 비롯해서 11월 2일에는 서울역광장에서 국민대회도 개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들의 주장이 가진 핵심은 수도권집중화로 지방경제가 다 죽게 되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최근에 일고 있는 수도권 집중화 방지 정책에 대한 개정작업을 즉시 중간하라는 요구를 담고 있다. ‘선(先)지방육성, 후 수도권의 계획적 관리’라는 주장에는 수도권을 현재 처럼 계속 묶어두고 지방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 증가를 통해서 균형발전을 꾀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반대 측의 움직임도 만만치 않다. 경기도민을 중심으로 2단계 국가균형발전정책철회를 위한 1천만명 서명운동을 주관하고 있는 단체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경기도지사를 중심으로 하는 이 단체는 2단계 국가균형발전정책 범도민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구성하여정부정책에 대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9일 오전 ‘규제 철폐’를 외치면서 광화문 시민열린 마당에 모인 경기도민들에게 경기도 지사는 “귀머거리 대통령과 장관들의 귀를 뚫어주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군사시설보호구역, 물 규제 등으로 피멍이 든 경기도민의 가슴에 대못을 치는 사람은 응징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정치란 표가 있어야 한다. 때문에 표를 얻기 위해서는 이해단체들의 요구를 조금씩 들어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처럼 양 쪽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될 때는 여간 난감한 일이 아니다. 정치와 표를 떠나서 양 측의 갈등을 객관적으로 엄밀하게 보면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까. 참여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지방균형개발 정책은 의도한 결과를 얻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참여정부 말기에 2010년까지 10개 지방으로 공공기관을 옮기기 위해 서둘고 있는 혁신도시 역시 외관상 어느 정도 완성된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예산 낭비의 전형적인 사례로 손꼽힐 것으로 보인다. 설령 공공기관을 이전하더라도 단신 부임하는 경우가 다수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보일뿐더러 업무 추진을 위해 이곳저곳을 다녀야 하는 불편함과 비용을 고려하면 시대와 뒤떨어진 비효율적인 대표 정책으로 오랫동안 간주될 것임에 틀림이 없다.

시장과 맞서려는 어떤 정책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 마치 큰 해일 앞에 버텨 선 한 사람을 머리 속에 떠올려 보면 된다. 물론 이해당사자들의 아픈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시장은 철두철미하게 편익과 비용에 따라 움직인다. 개방과 세계화의 추세를 막을 수 없다면 우리는 국가의 균형 개발에 대한 생각을 냉정하게 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국처럼 작은 나라인 경우는 집중화의 이득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설령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경제 행위를 하는 사람들은 그런 논리에 따라 의식적이고 무의식적으로 활동할 수밖에 없다.

수도권과 지방 사이의 격차는 우리가 원하건 원하지 않건 간에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형평이나 평등을 이룰 수 있으면 좋겠지만, 시장의 흐름은 이를 수용하지 않은 쪽으로 나아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집중과 집중의 이득이 커지는 쪽으로 세상은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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