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은 모여서 놀기를 매우 좋아한다. 놀아도 슬슬 노는 게 아니라 화끈하고 흐벅지게 논다. 더러는 우악살스럽기 조차 하다. 곳곳에 노래방 없는 데가 없고, 프로급의 노래실력에 춤과 웃기기 솜씨를 뽐내는 사람이 수백만은 족히 될 것이다. 그 어려웠던 보릿고개 시절에도 막걸리 한 사발, 깍두기 한 쪽을 앞에 놓고 젓가락 장단에 노래하고 춤추었던 우리들이다. 농사일을 하면서도 노래요, 고기잡이 나가서도 노래다. 상여를 메고 가면서도 노래요, 무덤 흙 밟기를 할 때도 노래에 춤사위가 곁들여 지는 게 우리의 전통장례다. 심지어 눈동자에 핏발을 세우고 벽돌과 쇠 파이프를 들고 시위나 농성을 벌일 때도 사물놀이를 곁들인 노래와 춤은 빠지지 않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처럼 놀기를 좋아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까마득한 옛날 부터 그랬었다. 3세기경의 중국 역사서 <위지 동이전> 에도 ‘나라 사람들이 크게 모여 며칠을 계속해서 술 마시고 밥 먹고 노래 부르고 춤추었다’고 기록돼 있다니 ‘놀기 좋아하기’ 는 이른바 ‘끼’와 ‘신바람’과 함께 우리의 내력이 아닌가 한다.
그 내력 탓일까? 요즘도 쉬는 날 이면 전국의 큰 길이 자동차로 북새통을 이루고, 관광지는 몰려온 사람들로 북적댄다. 심지어 관광지에서 차례와 제사를 모시거나 추모예배를 드리는 경우마저 점차 늘어나고 있을 정도다. 그런데 그 모습이 별로 근사하질 않아서 탈이다.
게다가 우리 민족 특유의 ‘끼’와 ‘신바람’ 탓으로 돌리기가 민망할 만큼 그 작태가 저열하거니와 실제 사례를 시시콜콜 소개할 필요가 없을 만큼 눈에 익은 막가파식 무질서와 파렴치 행위, 그리고 곳곳에 쌓인 쓰레기 더미가 바로 그 예다.
그래서 1970-80년대의 고속성장시대를 살면서 스스로 ‘잘 살게 되었다’거나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엄청 많이 늘었지만 그 생각과 행동은 여전히 전근대적인 구습과 ‘밑바닥 생활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는 20여 년 전의 연구결과 (김선호·김정한 <한국의 중층문화> 1989 일조각) 가 아직도 그 유효성을 유지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를 흔히들 문화의 세기라 한다. 그리고 문화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이 시대의 확실한 아이콘의 하나로 자리 잡은 것도 사실이다.
다시 말해서 모든 가치개념과 그 체계가 ‘문화’ 와 연계되어 새롭게 조명되는 시대라는 이야기다. 그러므로 올 설 연휴는 온 가족이 둘러앉아서 먹고 마시며 즐겁게 놀 되 우리의 사는 모습과 수준이 가급적 문화적이어야 한다는 현실인식을 공유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
거기에 ‘끼’와 ‘신바람’ 이 융합되어 큰 시너지 효과를 내는 설 연휴가 된다면 새 시대의 개막과 함께 더 할 나위 없이 좋겠다는 생각이 언뜻 떠오르며 유난히 상쾌해지는 이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