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후보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그의 승리에 대한 한국 정치인들의 관심이 매우 높다. 정치인들은 오바마의 당선에 대해 제각기 자신에게 유리하게 의미를 부여한다.

일부 한국의 40대 젊은 정치인들은 우리나라에서도 미국과 같이 “젊은 리더십이 요구된다”고 하였다. ‘40대 기수론’ 까지 들춰냈다.

중견 정치인들은 오바마의 ‘변화’ 강조가 대선승리의 견인차 였다며 한국에서도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지도자가 나설 때라고 강조하였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세계적으로 진보의 시대가 왔다.”고 주장 하였다.

386 운동권 출신들은 세대교체론을 다시 꺼내 들었다. 47세의 오바마 당선을 계기로 한국에서도 386세대를 내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또 어떤 386 세대 정치인은 “오바마는 미국의 386”이라고 견강부회까지 했다.

오바마의 당선에 젊음과 변화 강조가 크게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오바마의 당선에는 한국 정치인들과는 달리 그의 젊은이답지않은 원숙한 지도력과 폭넓은 포용력 그리고 기존 체제에 대한 존중이 작용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친북좌익 이념에 묶여 조국의 과거사를 범죄시하는 386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오바마는 대선 기간중 흑인이면서도 흑인 표를 싹쓸이 하기위해 흑백 차별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선거 때 마다 호남 푸대접을 외쳐대며 지역감정을 부추겨 표를 긁어 모는 한국의 좀팽이 정치인과는 판이하다.

오바마는 고등학교 때 농구 선수로 운동하면서 페어플레이(공명정대한 행동) 스포츠맨십을 체질화 했다. 그는 대학 시절 공부에만 열중하였고 법과대학원을 나왔으며 대학 교수와 변호사로 활동하였다. 그는 높은 학식, 정연한 논리, 페어플레이로 무장한 정치인이다.

오바마는 한국의 386 운동권 처럼 학생 때 공부는 하지아니하고 마르크스 불온문서나 들척이며 화염병을 투척하는 반정부 시위에나 따라다니지 않았다. 그는 불법·폭력시위를 혐오하는 철저한 기존 법·질서 수호자이다.

오바마는 당선 수락 연설에서 미국의 역사와 전통에 한없는 자부심과 긍지를 느낀다고 역설하였다.

그는 “미국은 모든 것이 가능한 나라, 우리의 건국 아버지들의 꿈이 우리 시대에 살아있는 땅, 민주주의의 힘, 등을 의심하는 사람이 있다면, 오늘 저녁 여러분이 답변해주어야 한다.”고 선언하였다.

조국을 신뢰하고 건국 아버지들의 위업을 소중히 여긴다는 자부심의 표출이었다.

오바마는 ‘변화’와 ‘개혁’을 내세웠던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과는 전혀 다르다. 노 대통령은 한국의 과거사를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했던 시대”이며 “분열세력이 승리”한 나라라고 침을 뱉었다. 하지만 오바마는 ‘변화’를 강조하면서도 미국의 과거사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미국은 “모든 것이 가능한 나라”라며 무한한 자부심을 가졌다.

오바마는 민주당 소속으로 전통적인 미국 진보주의 이념에 젖어있다. 그러나 그는 한국의 친북반미 좌익 정당인 민노당 처럼 자유시장 경쟁체제를 적대시하며 북한 공산독재를 변호하지 않는다. 그는 좌익이 아니고 반공에 기반한 철저한 자유민주주의자 이다.

한국의 정치인들은 오바마의 당선을 단순한 ‘변화’와 세대교체 그리고 ‘진보 시대’의 도래라고만 거두절미 해서는 안된다.

오바마를 알려면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이 한국 정치인들도 오바마와 같이 좀팽이 아닌 큰 정치인으로 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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