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월드컵 조별예선에서 토고에 역전승과 프랑스에 무승부를 거둔 한국 대표팀의 활약이 여러 곳에 강한 파장을 미치고 있다. 한국 월드컵 대표팀의 기운이 이번에는 일본 열도를 홈런포로 뒤흔들고 있는 ‘아시아의 대포’ 이승엽의 방망이에 전달됐다.

지난 20일 라쿠텐 골든 이글스와 인터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이승엽은 교류전 35경기에서 16홈런을 쏘아올려 2위인 애덤 릭스(야쿠르트·13개)를 3개차로 따돌리고 2년 연속 일본프로야구 인터리그 홈런왕에 올랐다. 또 메이저리그 극동담당 스카우터들이 올해 미국 진출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일본내 ‘3대 거물’로 이승엽을 거론하며 관찰 대상 중 한명으로 주목하고 있다.


일본 최고타자 ‘우뚝’

일본프로야구 인터리그 홈런왕을 2연패한 ‘아시아 대포’ 이승엽(30·요미우리 자이언츠)이 일본 최고 타자로 우뚝 섰다. 지바 롯데 시절 바비 밸런타인 감독의 플래툰시스템에 따라 좌투수가 나오면 ‘반쪽 타자’로 전락했던 이승엽은 요미우리 자이언츠 이적 후 처음 맞은 교류전에서 홈런 16개를 쏘아올리고 타율도 0.360의 최정상급 기량을 펼치며 양리그를 통틀어 정교함과 파워를 두루 겸비한 최고 타자임을 입증했다.

지난 20일 라쿠텐 골든 이글스와 인터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이승엽은 교류전 35경기에서 16홈런을 쏘아올려 2위인 애덤 릭스(야쿠르트·13개)를 3개차로 따돌리고 이 부문 선두에 올랐다. 이승엽은 홈런 1위, 장타율 1위(0.757), 타격5위로 발군의 기량을 뽐냈다. 인터리그에서의 성적을 앞세워 센트럴리그에서도 타격 2위(0.333), 홈런1위(23개), 타점4위(51개), 장타율1위(0.647), 최다안타 2위(86개), 득점1위(56개)에 오르는 등 공격 전 부문을 사실상 접수했다.

이승엽은 지난해 교류전에서도 12개의 홈런을 몰아치며 4명과 함께 공동 홈런왕에 올랐다.군계일학급 활약에도 불구, 이승엽은 소속팀 요미우리가 교류전에서 13승23패로 철저히 밀리며 리그 3위로 추락해 내놓고 기뻐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고쿠보 히로키, 다카하시 요시노부 등이 부상으로 빠지고 불펜의 난조, 팀 동료들의 전반적인 야구 센스 부족 등이 겹치면서 이승엽은 교류전 기간 내내 홀로 외로운 싸움을 벌였다.상대 벤치에서도 이승엽만 잡으면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퍼져 나가면서 심하게는 ‘1:9로 싸운다’는 얘기마저 들렸다.

요미우리 4번 타자 이승엽에게 주어진 부담이 너무 커보였다. 영광이 있었다면 이승엽은 해결사로서 좀더 집중력을 키워야 한다는 숙제도 안았다. 공격 전반에서 선전 중이나 득점권 타율은 아직도 2할대(0.286)에 머물렀다. 운이 없었는지 인터리그 기간에 나온 홈런 또한 주자가 1루에 있을 때 또는 솔로포가 전부였다. 이승엽의 홈런 23개 중 주자가 2루 이상의 득점권에 있을 때 나온 것은 지난 4월9일 주니치전에서 9회 2사1,2루에서 때린 게 유일하다. 요미우리는 3-4로 끌려가던 7회 연속 4안타를 맞고 4점을 더 내주며 3-8로 무릎을 꿇었다.

반면 이승엽은 올 인터리그에서 타율 0.360(136타수49안타), 29타점으로 마무리하며 2년 연속 ‘교류전의 사나이’로 이름을 날렸다. 특히 이날 홈런을 추가하지 못한 애덤 릭스(야쿠르트·13개)를 제치고 2년 연속 교류전 홈런왕을 확정지었다.그리고 야쿠르트 스왈로스의 용병 라미레스가 42타점을 몰아치며 높은 팀 공헌도를 평가받고 있다.

야쿠르트는 교류전 22승13패로 롯데와 1위를 다투고 있다.투수 부문에서는 주니치 드래곤스의 사토 미쓰루가 단연 돋보인다. 그는 6경기 중 4경기를 완투하며 5승 무패, 평균자책점 0.91의 신들린 피칭을 보여 강력한 경쟁자로 평가 받는다. 주니치도 인터리그를 20승1무15패로 잘 마쳤다.한편 이승엽은 지난 21일과 22일 이틀 동안 휴식을 취한 뒤 지난 23일부터 나고야돔에서 주니치와 3연전을 시작으로 다시 센트럴리그 팀들과 치열한 순위 싸움을 벌이고 있다.

야구인생 최고의 황금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낳은 최고 스타는 역시 이승엽(30·요미우리)이다. “WBC는 메이저리그 진출 창구”, 비록 결승 진출은 좌절됐지만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은 변방에 머물던 한국 야구에 대한 세계의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이승엽 (요미우리 자이언츠) 등 몇몇 선수는 메이저리거를 압도하는 기량으로 단숨에 ‘월드스타’로 급부상. 이제 세계가 그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아시아의 홈런왕’ 이승엽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아시아존’을 넘어 ‘월드 슬러거’로 인정받기 시작하는 분위기다.

초등학교 4학년에 처음 글러브를 잡은 지 꼭 21년째인 올해 이승엽은 야구 인생 최고의 황금기를 맞고 있다. 야구월드컵 WBC에서 이승엽은 예선과 본선 7경기를 거치며 거둔 성적은 홈런 5개, 10타점을 기록. 빅리그의 거포들을 제치고 홈런왕에 오르는 쾌거를 달성했다. 일본과의 지역예선 최종전에서는 나루히토 왕세자 부부, 와타나베 쓰네오 요미우리 회장, 나가시마 종신명예감독 등 일본 최고의 귀빈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역전홈런을 날려 일본열도를 패닉상태로 몰아넣기도 했다.

당시 이승엽의 눈부신 활약에 야구의 본고장 미국에서조차 극찬이 이어졌다. 스포츠전문 채널 ESPN 칼럼니스트 에릭 닉은 이승엽을 이제는 전설이 된 ‘마지막 4할타자’ 테드 윌리엄스와 비교했다. 닉은 “이승엽의 부드럽고 간결하면서도 힘있는 스윙이 윌리엄스를 떠올리게 한다”며 최고의 찬사를 던졌다. LA 다저스 토미 라소다 부사장 역시 “2003년 다저스가 이승엽을 잡지 못한 것은 너무나 큰 실수였다”며 이승엽 영입 실패를 뼈아파했다.

WBC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이승엽의 진가는 최근 들어 그 빛을 더하고 있다. 70년 역사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3번째 외국인 4번타자가 된 이승엽은 지난 20일 끝난 인터리그에서 홈런 1위, 장타율 1위(0.757), 타격 5위로 발군의 기량을 뽐냈다. 바로 명실상부한 ‘아시아 홈런왕’에 등극하는 셈이다. 이같은 이승엽의 신화는 일본 열도를 지나 태평양 건너 북미대륙에서 새롭게 쓰여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승엽은 이번 시즌을 마치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겠다고 이미 수차례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요미우리가 이승엽을 잡기 위해 거액을 베팅할 것이다.

미국쪽에서 “요미우리 만큼 베팅할 수 있겠느냐”는 말이 나왔다. 얼마전 일본에서는 ‘요미우리가 와타나베 회장의 지시로 이승엽의 ML행을 저지하고 재계약에 나설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다.이승엽이 현재 4번타자로 발군의 성적을 거두고 있고 자금이 풍부한 요미우리의 특성상 거액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이승엽은 올해초 계약금 5,000만엔 포함 총 2억1,000만엔에 입단계약을 했다. 지금의 성적을 유지한다면 연간 4억엔 정도와 다년계약을 보장받을 가능성이 높다.김경문(두산 감독)은 “승엽이가 돈에 얽매였으면 일본에 가지 않고 삼성에 남았을 것이다”며 ‘무조건 ML행’에 무게를 두었다. 2003년말 당시 삼성은 총액 100억원 이상을 베팅했다는 설이 있다.

거액 스카웃설 ‘파다’

요미우리 이승엽이 메이저리그의 ‘일본내 3대 관찰 대상’중 한명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내 ‘3대 거물’은 이승엽(요미우리), 마쓰자카 다이스케(세이부), 구로다 히로키(히로시마). 메이저리그 극동담당 스카우터들이 올해 말 미국 진출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일본내 ‘3대 거물’로 거론하고 있는 명단이다. 지난 8일 잠실구장을 찾은 뉴욕 양키스의 아시아담당 스카우터 존 콕스에 따르면 이들 3명에 대한 정보를 주요 구단들이 꾸준하게 업데이트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9일 일본으로 출국한 존 콕스 역시 이승엽을 체크하는 게 주된 목적이라고 말했다. 30개 구단으로 운영되는 메이저리그는 자국 이외에도 중남미 국가로부터 꾸준하게 선수를 공급받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만 있다면 월봉 5,000달러만 받아도 목숨을 바치겠다”는 중남미 야구 유망주들을 싼 값에 데려다 1,000만달러짜리로 키워내곤 한다. 수많은 원석을 수입해 그중 일부를 다이아몬드로 가공해내는 셈이다. 반면 일본 프로야구는 조금 다른 성격의 선수 공급처이다. 빅리그 구단들은 일본 팀으로부터는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을 낸 선수들을 데려다 쓴다.

검증을 마친 선수들을 ‘완제품’ 형식으로 수입한다는 얘기가 된다. 그리고 올해 빅리그 팀들이 관심을 갖는 일본 프로야구의 3대 완제품이 바로 이승엽, 마쓰자카, 구로다인 셈이다. 이승엽은 지난 WBC를 통해 2년전 처음 미국 진출을 노크했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분명 자신의 가치를 올려놓았다. WBC에서 ‘빅리그 어느 팀에 갖다놔도 당장 주전으로 뛸 수 있는 선수’란 평가까지도 받았다. WBC MVP(3승·방어율 1.38)을 차지한 세이부의 ‘괴물투수’ 마쓰자카는 이미 2년 전부터 강력하게 메이저리그 진출 의지를 밝혔다. 지난해에도 구단 반대로 미국 진출이 좌절되자 강한 아쉬움을 보였다.

뉴욕 양키스가 “안타까울 따름”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마쓰자카는 내년 시즌을 마쳐야 FA가 된다. 하지만 워낙 빅리그 진출 의사가 강해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 히로시마의 10년차 오른손투수인 구로다는 올해 말 FA가 된다. 지난해에는 15승12패, 방어율 3.17의 성적을 남겼는데 완투경기가 무려 11차례였다. 센트럴리그 역사상 3번째로 한시즌 5차례 완투승을 기록했다. 지난해까지 통산 219경기서 60차례 완투경기를 선보인 철완이다.



# 메이저 리그 통신박찬호-박지성 남다른 우정 ‘화제’

박찬호는 지난 19일(이하 한국시간) LA 에인절스를 상대로 시즌 5승(6⅔이닝 3실점)을 달성한 직후, 클럽하우스에서 기다리던 한국 취재진을 보자마자 월드컵 한국-프랑스전을 물었다고 한다. 박찬호는 강판 직후 들어서 결과(1-1 무승부)는 알고 있었지만 “골은 누가 넣었느냐”며 궁금해 했다. ‘박지성’이라는 기자 말에 박찬호는 “역시 박지성이다”라며 인정하듯 말했다고 한다.

박찬호는 지난 14일 LA 다저스와의 펫코파크 홈경기 승리 직후에도 “한국이 잘 했느냐?”라며 한국 취재진에게 경기내용을 물었다. 이날 등판 탓에 정작 경기는 못 봤다는 박찬호는 “나중에 케이블로라도 봐야겠다”고 관심을 표했다. 당시에도 박지성의 활약이 뛰어났다는 한국 취재진의 말을 듣자 박찬호는 “프리미어리거라 역시 여유가 있다. 보는 눈이 다르다”고 평가했다. 박찬호는 지난 3월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때, 한국의 전승 4강 주역이었다.

마무리와 선발을 오가며 10이닝 무4사구 무실점으로 WBC 3대투수로 선정됐다. 그리고 박찬호 외에 서재응(LA 다저스), 이승엽(요미우리), 김병현(콜로라도) 등 해외파들이 핵심적 활약을 펼친바 있다. 이번 독일월드컵에서도 박지성, 이영표, 안정환 등 해외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중추적 기능을 발휘하고 있다. 박지성에 대한 박찬호의 호평 역시 축구의 ‘한국 에이스’에게 보내는 기대감과 믿음이 담겨있는 발언으로 들렸다.

박지성도 자신의 에세이 ‘멈추지 않는 도전’에서 미래의 배우자감에 대해 얘기했다. “1년의 대부분을 영국에서 보내 연인을 만들기가 쉽지 않겠지만 1년의 대부분을 미국에서 보내는 박찬호 선배의 결혼은 나에게 작은 희망을 줬다”며 “박찬호 선배와 같이 착하고 인내심 많은 여자를 아내로 맞이하고 싶다”며 부러워했다.지난 19일 LA 에인절스전 승리 직후 ‘다음 등판이 언제냐?’는 한국 취재진의 질문에 박찬호는 이렇게 답했다. 즉 휴식일이 끼여있는 것과 상관없이 선발 5인 로테이션이 유지된다는 소리였다. 변동 가능성은 있지만 5인 선발 체제가 유지될 경우 팀 스케줄 상 앞으로 화요일이 계속 휴식일이라 전반기 막판까지 5일 간격 등판이 유력하다.

4일 간격 등판을 더 선호하는 듯한 박찬호이지만 경험이 많기에 무난히 적응하는 추세다. 그리고 박찬호가 우리은행에서 판매하고 있는 ‘박지성 정기예금’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지난 4월14일 “미국프로야구 샌디에이고의 박찬호 선수가 ‘아이러브 박지성’ 정기예금에 가입했다”고 밝혔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도 이미 지난 11일 자신의 이름을 딴 이 상품에 가입했다. 박찬호는 이 상품에 가입하면서 축구 국가대표팀의 독일월드컵 4강 진출을 기원했다는 게 은행 관계자의 전언. 태극전사들의 월드컵 성적에 따라 금리를 차등 적용하는 ‘박지성 예금’은 축구대표팀이 우승할 경우 연 10%의 금리가 적용될 예정이다. 4강에 오르면 연 7%, 8강 또는 16강에 오르면 연 4.5%가 적용된다. 16강에 오르지 못하면 현재 판매중인 6개월제 정기예금 상품금리와 같은 연 4.1%의 금리가 적용된다. 박지성은 물론 최근 박찬호 선수도 이 예금에 가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4강 진출을 염원하는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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