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2005년은 을유년 닭의 해다. 닭은 예로부터 밤을 내쫓고 어둠을 걷으며 새벽을 알리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닭띠는 어떤 소식을 모으는 능력이 다른 사람들보다 우수하다고 한다. 부지런하고 꼼꼼한 성격에 남보다 시대를 앞서가는 능력까지 갖췄다는 풀이. 그래서일까. 2005년 새해를 앞둔 닭띠 스포츠 스타들의 각오 역시 남다르다. 띠 풀이처럼 어둠을 걷고 스포츠계를 호령할 준비를 하고 있는 닭띠 스타들을 살펴봤다.

젊은 피의 ‘파이팅’

81년생으로, 새해 24살이 되는 닭띠 스타는 야구 배영수(삼성), 축구 이천수(누만시아), 유도 이원희(마사회), 농구 양동근(울산 모비스) 등이 대표적.우선 2004시즌 프로야구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삼성 배영수는 오는 2005시즌에서도 멋진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배영수가 지난 시즌 보여준 활약은 그야말로 ‘대스타’ 수준. 정규시즌 공동 다승왕(17승)과 승률 1위(0.895) 등 2관왕에 올랐는가 하면, MVP는 물론이고 골든 글러브, 프로야구선수협회 제정 ‘올해의 선수’, 제일화재 프로야구 대상 등 각종 상을 휩쓰는 위력을 과시했다. 이승엽의 일본 진출과 병역비리 등으로 공백이 예상됐던 프로야구 판에 배영수의 불같은 속구와 날카로운 제구력은 오아시스나 다름없었다.

배영수는 “상을 많이 받아 기분이 좋다”면서도 “사람들의 기대가 큰 만큼 부담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시즌보다 더 열심히 연습해서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줄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축구 스타 이천수는 2005년을 누구보다 벼르고 있다. 스페인 프로축구(프리메라리가)에서 뛰고 있는 이천수는 2004년 ‘골 갈증’에 시달려야 했다. 마치 마법에 걸린 듯 차는 골마다 아쉽게 골대를 비켜가는 등 골운이 따르질 않았다. 지난 12월 23일 스페인 프로축구 전반기 리그 역시 무득점으로 마감하며 고개를 숙여야 했을 정도. 하지만 이천수의 한 측근은 “스페인 무대 첫 골 신고가 새해 첫 번째 목표”라면서 “새해에는 골 소식을 자주 전할 것이다. 2006독일월드컵 본선 진출에도 힘을 실을 각오”라고 전했다. 이천수는 윈터브레이크 이후 2005년 1월10일 아틀레틱 빌바오전에 다시 출격할 예정. ‘날쌘돌이’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판승의 사나이’ 유도 이원희의 목표는 ‘세계선수권 2연패 달성’이다. 이원희는 지난 2003년 오사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한데 이어, 2005년 이집트 카이로 세계선수권대회에서의 2연패를 노리고 있다, 사실 이원희는 지난 2002년 독일오픈국제유도대회 결승에서 최용신에게 무릎을 꿇었고, 지난해 2003한국마사회컵 코리아오픈국제유도대회에서도 결승에서 맞붙은 지미 페드로(미국)에게 주저앉았었다. 게다가 발목 부상 여파로 대통령배에서 ‘19세 무서운 신예’ 김재범(용인대)에게 발목을 잡히며 쓰디쓴 패배를 경험했다.

하지만 지난 12월 4일 KRA(한국마사회)컵 코리아오픈 국제유도대회 남자 73kg이하급 결승에서 김재범(용인대)을 맞아 연장 접전 끝에 다리잡아메치기 한판으로 정상에 오르며 연패의 악몽을 털고 짜릿한 우승을 맛봤다. 그는 이런 기세를 몰아 2005년 9월에 열리는 이집트 카이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 메달을 거머쥘 각오다. 이밖에 신인답지 않은 대담성을 갖춘 프로농구 울산모비스 양동근과 2004아테네올림픽에서 한국의 올림픽 첫 8강을 이끌었던 조재진 등 ‘젊은 피’도 꼽히며 닭띠 해 활약이 주목되고 있다.

노장들의 투혼!

그런가 하면 69년생 ‘노장’ 닭띠들의 행보도 주목된다. ‘만세타법’ 양준혁은 골든글러브(2004년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1루수 부문 수상)를 낀 상승세를 계속 잇겠다는 각오다. 양준혁은 35살의 적지 않은 나이에도 지난 2004시즌 타율 3할1푼5리, 홈런 28개, 타점 103점 등 팀의 중심타자로서 큰 활약을 보였다. 2005시즌 역시 팀의 주축으로 나서는 것은 자명한 일이며, 부상 등 특별한 변수만 없으면 각종 기록 달성이 예상된다.한편 ‘노총각’ 양준혁은 2005년에는 꼭 장가를 가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지난 2004시즌 우승하면 장가를 가겠다고 공언했었지만 삼성은 한국시리즈에서 현대에 패해 본의 아니게(?) 결혼을 미뤄야만 했다. 그의 2005년 활약과 더불어 결혼 소식이 전해질지 관심있게 지켜볼 일이다. 70년생이지만 실제 나이는 69년생인 프로축구 ‘기록의 사나이’ 신태용은 2005년엔 ‘꿈나무 키우기’에 주력할 계획이다. 신태용은 지난 12월 자기 이름을 딴 장학회를 만들고 형편이 어려운 축구 꿈나무 돕기에 나섰다. 이미 고향인 경북 영덕 및 현소속팀 연고지인 성남지역 꿈나무 7명에 대한 1기 장학금을 지급한 상태. 신태용은 2005년에 자비 등 5,000만~1억원의 기금으로 장학회를 세운 뒤 김광원 국회농림해양수산위원장 등 후원회 멤버들의 도움을 받아 기금을 적립, 장학법인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A매치에 21회 출장, 3골을 터뜨린 신태용은 국가대표로는 꽃을 피우지 못했으나 K-리그에선 13년 동안 전인미답의 401경기 출장의 대기록에 통산 99골, 68개의 어시스트를 기록중이다. 92년 입단과 함께 신인왕을 거머쥐었고 득점왕(96년), MVP 2회 선정, 역대 최다인 ‘베스트 11’ 9회 수상으로 그랜드슬램도 달성했다. 신태용은 지난 시즌을 끝으로 성남과의 계약기간이 만료됐으나 재계약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