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서상기, 경남 안홍준 불출마 대타 김재원도 동참

한나라당 대권경선후보인 박근혜 전 대표가 지난 2007년 창원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9회 전국 고엽제 전우회 총회 및 충혼위령제에 참석, 김재원 대변인과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

6·2 지방선거에 ‘박근혜는 없다’는 말이 현실로 되어 가고 있는 분위기다. 한나라당내 친박 성향의 의원들중 광역단체장 출마를 희망했거나 거론된 인사들이 하나둘씩 자폭하듯 불출마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당초 친이 친박간 피터지는 경쟁이 예고됐던 대구 시장 당내 경선이 대표적인 예다. 친박 서상기 의원이 갑자기 불출마를 선언함으로써 힘이 빠지는 분위기다. 친박 이완구 전 충남지사 역시 충남도지사 선거에 변수로 작용하고 있지만 정중동의 행보를 보이면서 지지자들을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 급기야 친박 진영에서는 ‘박 전 대표가 지방선거에 전혀 움직일 생각 없다’는 소문이 사실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당밖 친박 인사들의 모임인 미래희망연대(구 친박연대) 인사들이 대타로 전국에 광역단체장 후보를 내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박 전 대표의 숨겨진 의중이 무엇인지 알아봤다.

“참모들에게 한 마디 상의도 없었다”

당내 대표적인 친박 인사로 대구 시장의 출마가 유력했던 서상기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한 직후 참모가 한 말이다. 몇 개월을 고민했지만 결정은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이뤄진 셈이다. 친이 김범일 시장에 맞서 서 의원의 출마를 언론에선 기정사실화 할정도로 출마가 확실했다. 또한 ‘박근혜 텃밭’이라는 점에서 출마를 선언할 경우 친박 진영이 뭉쳐 낮은 지지도지만 전혀 승산이 없는 게임은 아니였다.

하지만 서 의원이 불출마 선언하면서 박심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지만 그 뒤에 ‘침묵’으로 일관한 박 전 대표 무언의 불출마 압박이 존재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박근혜 텃밭에서 서 의원의 패배는 박근혜 패배로 이어질 위험이 커 사전에 차단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왔다.

서 의원외에 친박 후보로 거론된 이한구, 유승민 의원 등은 진작에 출마를 접었다. 대구 출신 친박 의원들이 하나둘 출마를 접자 무소속으로 남아있는 친박 인사인 김재원 전 의원이 부상했다. 하지만 김 전 의원 역시 ‘대구시장 출마를 준비 한 적이 없다’고 일축하면서 ‘안타깝다’는 말로 우회적으로 아쉬움을 토로했다. 당밖 무소속 신분이지만 박 전 대표의 복심을 누구보다 잘 아는 김 전 의원 역시 부정적이자 박 전 대표의 의중이 명확해 진게 아니냐는 시각은 더욱 확산됐다.


박근혜 텃밭, ‘친이 후보’에 양보한 배경

대구시장뿐만이 아니다. 경남도지사의 경우 친박 김태호 전 지사가 불출마하면서 친이로 전향한 사이 친이명박 핵심 인사인 이달곤 전 행안부 장관과 친이재오계인 이방호 전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다. 친박 성향의 의원들중 김학송, 안홍준 의원 등이 친박 후보로 하마평에 올랐지만 개인적인 이유를 들거나 출마 여부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어 도전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세종시’ 문제로 충청민심을 그대로 알 수 있는 충남도지사 선거 역시 친박 후보를 찾아보기 힘들다. 충청권 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표의 ‘세종시+알파’ 발언이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친박 성향의 이완구 전 충남지사가 불출마 선언을 한 이후 친박 인사중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인물은 당내 최고위원인 김학원 전 의원뿐이다. 하지만 김 최고위원 역시 출마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조사에서도 안희정 민주당 후보에 뒤지고 있는데다 자유선진당 이태복 후보가 선전하고 있는 상태다.

충남도지사 선거 변수는 ‘이완구 전 지사’의 출마여부였다. 이 전 지사는 여전히 한나라당 당원이지만 청와대와 여당내 주류인 친이측의 ‘세종시 수정안’ 당론 결정에 반발하면서 불출마 선언과 함께 도지사직을 사퇴해 당에서 공천 받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때 지역 정가에서는 재출마하기위해선 친박 연대 모임인 미래희망연대로 당적을 바꿔 출마를 하거나 ‘무소속 출마설’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이 전 지사는 당적 이탈에 부정적이고 이미 불출마 선언을 한 상황에서 재출마하는 데 부담감이 적지 않아 현실화될 공산이 낮다는 분석이다.

그나마 강원도지사의 이계진 의원과 친박 표심을 얻고자 하는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김충환 의원 정도가 출마했거나 준비중인 상황이다. 하지만 강원도의 경우 3선 연임제한에 걸린 김진선 도지사는 불출마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고, 김 의원의 경우 친박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의미를 두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친박 이완구 후보 불출마… 박심 작용하나

반면 친박 성향의 인사가 광역단체장으로 있는 곳에는 친이 후보의 격렬한 도전을 받고 있어 대조를 이루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친박계의 김관용 경북지사에 맞서 친이계의 정장식 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이 도전장을 냈기 때문이다.

이미 두 사람은 박 전 대표가 대표 시절 경북도지사 후보를 놓고 당내 경선을 치렀고 이번에는 친이계로 간주되는 정몽준 당 대표 체제에서 치열한 리턴매치를 펼치고 있다. 또한 충북에서 친박 정우택 현 지사에 친이계인 한대수 제2사무부총장간 경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두 사람 역시 박 전 대표가 대표 시절 후보 경선에서 대결했다.

수도권의 경우 김문수, 오세훈, 안상수 등 현직 광역단체장 모두 계파별 색깔보다는 인물간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어 친이 친박 대결과는 거리가 멀다. 대전의 경우 친박 박성효 현 시장과 친이 후보 대결보다는 자유선진당 염홍철 전 시장과 양자대결을 펼치고 있다. 제주 역시 당파보다는 인물 중시 선거 특성으로 계파별 대결과는 무관한 지역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미래희망연대에 출마 예상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구 친박연대에서 당명을 바꾼 희망연대는 충청권과 영남권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후보자를 내겠다는 복안이다. 희망연대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은 전지명 대변인, 경기도지사 이규택 대표, 송영선 의원은 대구 시장, 노철래 원내대표와 엄호성 전 의원은 각각 충남지사와 경남지사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인사는 “송영선 의원과 엄호성 전 의원은 개인적으로 강력히 희망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당직에 있는 인사들은 의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희망연대, ‘광역단체장 후보 속출’ 실현 미지수

하지만 친박 일각에서는 희망연대 인사들의 출마에 대해 박근혜 전 대표가 부정적이라는 점을 들며 향후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와 관련 이 인사는 “한나라당내에서 친박 후보 출마는 당내 계파간 격돌이 재현된다는 점에서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또한 하마평에 오른 인사들이 개인적인 사정이나 검찰의 사정설로 인해 주저앉는 경향도 존재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반면 그는 희망연대 후보자들의 지방선거 출마관련 “한나라당내 친박 인사들이 예비후보 등록부터 우리의 출마를 격려하지는 못할망정 우려스런 발언을 보이는 것은 안타깝다”며 “친박이 (이번 선거에서)잘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친박 핵심 진영에서는 박 전 대표가 지방선거에 개입하지 않을 결심이 선 이상 희망연대 역시 후보자를 낸다고 해도 탄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한나라당내 친이 진영에서는 박 전 대표가 지방선거에 손을 떼는 모양새가 향후 친이 중심으로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참패할 경우 당내 퍼질 ‘박근혜 책임론’을 제기할 태세다.

이에 박 전 대표가 지방선거 직후 치러질 전당대회와 차기 대권 경쟁에서 박 전 대표가 우위를 점하기위해 자신의 텃밭인 TK 지역을 비롯해 핵심 광역지역단체장을 친이 후보에게 양보한 점을 들며 ‘지방선거 무책임론’에 대한 반격의 카드로 삼기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확산되고 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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