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몰디브전에서 힘겨운 싸움 끝에 한국이 2006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을 통과했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내년 2월 최종예선을 통과해야만 비로소 2006독일월드컵 본선무대를 밟을 수 있기 때문. 현재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에 오른 팀은 총 8개 팀. 한국을 포함해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바레인 등 중동의 강호들이 최종예선 진출에 성공했고, 40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도전하는 북한도 최종예선행 티켓을 따냈다. 아시아 지역에 배당된 월드컵 티켓은 모두 4.5장. 특히 한국은 최종예선에서 중동강호들과 맞붙을 가능성이 커 ‘중동의 모래바람’을 잠재워야만 독일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다.

중동의 바람을 잠재워라!

한국이 독일로 직행하기 위해서는 최종예선에서 최소한 조 2위를 차지해야 한다. 조 추첨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도 있겠지만 최종예선에 오른 나머지 7개 팀의 전력이 모두 만만치 않아 독일행을 쉽게 장담할 수만은 없는 처지.특히 한국은 최종예선에서 중동 4팀 중 최소 두 팀과 한 조에 포함될 가능성이 커 힘겨운 맞대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 쿠웨이트, 바레인, 사우디 등 중동 팀과의 대결은 결코 만만치 않다. 한국은 힘과 체력을 앞세운 중동 축구에 약한 모습을 보여 왔다. 지난 7월 아시안컵 8강전에서 이란에 3-4로 패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2차 예선까지의 성적을 놓고 보면 ‘중동 전통의 강호’ 사우디아라비아(FIFA 랭킹 30위)가 가장 힘든 상대로 평가된다.

우즈베키스탄(51위)이 역대 전적상 비교적 쉬운 상대이긴 하나 이들도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어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없다. 그나마 쿠웨이트와 바레인은 객관적인 전력 비교에서 한국에 뒤져 있다. 한국은 바레인과 A매치에서 9승3무1패로 압도적 우위를 지키고 있다.이란은 FIFA랭킹(11월)에서 20위로 한국(24위)에 앞서 있고 상대전적에서도 8승3무7패로 우위에 있다. 노장 알리 다에이와 아시안컵 8강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했던 알리 카리미 등의 공격력이 무섭다. 결국 한국은 이란, 사우디와 한 조에 배정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해야 한결 수월하게 최종예선에 임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한편 한국은 ‘영원한 라이벌’ 일본과의 맞대결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02월드컵 4강국인 한국이 1위, 16강에 오른 일본이 2위로 확정됐기 때문에 한국이 일본을 만날 가능성은 없다. 2002월드컵 예선에 출전하지 않은 북한은 8위가 돼 7위와 조 추첨을 하게 되므로 남북한이 같은 조에 소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북한과 한조가 된다면 93년 이후 12년 만에 ‘남북대결’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북한은 2차 예선 최고의 이변을 일으킨 팀. 일찌감치 최종예선 진출 티켓을 확정지은 북한은 중동의 강호 아랍에미리트연합을 따돌리는 실력을 과시하며 화려하게 국제축구 무대로 돌아왔다. 때문에 북한과 맞대결을 펼치는 양상이 된다면 결과는 섣불리 판단할 수 없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 독일행이다!

하지만 누가 상대가 되든 한국은 지난 몰디브 전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보완하지 않는 한 6회 연속 월드컵 본선 장도가 가시밭길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축구협회 한 관계자는 “조직력과 골 결정력 부족이 여전한 문제점으로 드러났다”면서 “이대로는 최종예선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해외파를 포함해 대표팀의 전반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한국은 조 추첨에서 중동 팀들과의 대결이 불가피하며 본선행의 최대 걸림돌이 될 것 같다”면서 “중동 팀들은 무시할 수 없는 강호 팀이다. 물론 최종예선에서는 강팀들과 만나기 때문에 지난 몰디브 전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 펼쳐질 수 있겠지만 고질적인 문제와 세대교체를 단행하지 않는다면 독일행 티켓을 따낼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본프레레 감독이 이끄는 한국대표팀은 12월 19일 부산아시아드경기장에서 벌어지는 독일대표팀과의 친선전을 시작으로 내년 1월 말 실시되는 전지훈련을 통해 본격적인 담금질에 들어간다. 본프레레 감독은 전지훈련과 최종예선을 통해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를 할 예정이어서 최종예선에서 살아남는 멤버만이 독일 땅을 밟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종예선 경기는 2005년 2월9일 시작해 3월26일, 3월30일, 6월4일, 6월11일, 8월17일에 열린다. 이에 따라 대한축구협회는 내년 2월 시작하는 월드컵 최종예선을 한 달 앞둔 내년 1월초 대표선수들을 소집, 약 한 달간 유럽 원정경기와 훈련을 준비하고 있다.고비를 넘긴 본프레레 감독이 중동의 바람을 잠재우고, 독일행 티켓을 따내기 위해 어떤 비책을 들고 나올지 모두의 이목이 집중된 시점이다.


<인터뷰>본 프레레 감독 “최종예선에선 수준 높은 경기 보여줄 것”

공격적 축구 지향, 최고의 선수들로 팀 구성할 터 살얼음 행보가 거듭됐던 한국 축구는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진출로 일단 최대 위기를 넘기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숙제를 남겨두고 있는 상황. 한국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본프레레 감독의 어깨가 무거울 때다. 지난 17일 몰디브 전을 마친 본프레레의 각오를 들어봤다. 다음은 본프레레 감독과의 일문일답.

- 이번 몰디브전에 대한 평가를 해 달라. ▲ 초반 득점을 하지 못한 게 아쉽다. 하지만 후반에 상대 문전을 노려 득점을 성공시켰다. 볼이나 선수들의 움직임 역시 후반에 빨라졌다. 운이 따르지 않아 아쉽지만, 최종예선에 진출한 것에 만족한다.

- 공격적인 축구를 지향하겠다고 약속했는데.▲ 공격적인 축구를 펼쳐 많은 찬스를 만들었다. 하지만 운이 따르지 않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지만 결과적으로 2골밖에 들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1차전에서 0-0으로 비긴 팀을 이겨 최종예선에 진출한 것에 만족한다.

- 하지만 골 결정력 부족과 경기운영에 대한 문제점이 여전히 지적되고 있다. ▲ 전반부터 득점을 노렸으나 압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수비 위주로 나온 상대팀 전술에 대한 우리의 플레이도 확실하지 못했다. 그 점은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문제다.

- 최종예선을 앞두고 보완 과제는.▲ 갈수록 수준 높은 팀들을 많이 만나게 될 것이다.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지만 꾸준히 보완해 갈 계획이다. 최종예선에서는 이전 팀들보다 수준 높은 팀들과 맞붙기 때문에 우리도 수준 높은 축구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 최종예선에 대한 구상을 얘기해 달라. ▲ 우리가 보유한 최고의 선수들로 팀을 만들 계획이다. 득점과 공격력에 있어 최고 수준을 보여줄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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