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격전의 현장에서 스포츠 선수들의 웃음을 보기란 정말 힘든 일이다. 경기에서 우승을 했다거나 좋은 성적을 기록했을 때 간간이 그들의 미소를 볼 수 있을 뿐이다. 특히 그들은 연예인과 달라서 가식적인 미소는 지을 줄 모르는 편. 팬들과의 만남이나 인터뷰에서 개인적 성격을 곧잘 드러내 오해를 받는 경우도 종종 있을 정도다. 하지만 미소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겉보기와는 달리 환한 미소로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스포츠계의 ‘미소천사’들을 살펴보자

웃는 모습이 아름다운 그녀, 박세리

우선 골프선수 박세리(27)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박세리는 최근 ‘미소천사’로 새롭게 떠오르며 행복 바이러스를 뿌리고 있다. 사실 그녀는 웃음이 적고 무뚝뚝한 성격으로 유명하다. 인터뷰에서도 경기 이외의 말은 상당히 아끼는 등 다소 냉랭한 편이었던 것. 하지만 최근 그녀의 모습은 180도 달라졌다. 만나는 사람마다 반가운 웃음으로 대하는가 하면 기자들에게도 먼저 다가와 안부를 묻는 등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얼마 전 제주도에서 있었던 타이거우즈와의 경기가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당시 박세리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우즈와의 경기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며 “실력도 실력이지만, 그가 보여준 매너 등은 정말 최고였다”고 밝혔다.

그도 그럴 것이, 세계 최고의 골프 스타로 꼽히는 타이거 우즈는 당시 박세리 최경주 등과의 경기에서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았다. 수많은 갤러리를 향해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어주는 매너 또한 보여주며 ‘역시 프로’라는 찬사를 받았었다. 갑자기 덤벼드는 취재진이나 팬들에게도 귀찮은 모습 한 번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재밌다는 표정으로 즐기는 듯 보였을 정도. 그런 우즈의 모습에 박세리 역시 느낀 게 많았던 모양이다. 한동안 슬럼프에 빠져 더욱 웃음을 잃는 듯했던 그녀의 미소는 그런 의미에서 더욱 값지다고 볼 수 있다.

농구코트의 ‘스마일 맨’ 김훈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의 김훈(31)은 ‘농구코트의 스마일 맨’으로 통한다. 워낙 낙천적인 성격인지라 치열한 경기 중에도 절대 찡그리거나 화를 내는 적이 없다. 연세대학 재학시절부터 ‘스마일 맨’은 그의 오랜 별명. 동료들의 짓궂은 장난이나 고민이 있을 때도 늘상 미소가 가득해 전혀 고민 없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고. 전자랜드의 한 관계자는 “도대체 화내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면서 “웃는 얼굴에 침 뱉을 수 없다고, 어떤 실수를 하더라도 슬며시 웃어 보이는 그를 보면 화가 나다가도 금세 사그러든다. 특히 김 훈 선수는 성격만큼이나 코트 매너도 좋아 상대팀 선수들이 좋아할(?) 정도다. 반칙을 했는데도 웃어버리는 통에 두 배로 미안해 할 정도”라고 그를 극찬했다.

역도 은메달의 ‘살인미소’ 이배영

지난 2004아테네올림픽 역도에서 값진 은메달을 건져 올린 이배영은 ‘살인미소‘로 팬들을 사로잡았다. 당시 이배영은 용상 마지막 시기(195㎏)에서 무게중심이 뒤로 쏠리면서 주저앉아 금메달 꿈은 사라졌지만, 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은메달을 따는 순간 눈물을 흘리거나 바닥에 주저앉는 선수들의 모습만 봐왔던 팬들은 결과를 수긍하고 활짝 웃는 청년의 모습에 반했다.블로그와 포털사이트 게시판에는 이배영이 활짝 웃고 있는 사진들을 모아 ‘힘겹게 바벨을 들고 있을 때도, 안타깝게 넘어진 순간에도, 메달을 목에 걸고 시상식에 올라서는 순간에도 웃음만은 잃지 않았습니다’라는 내용의 패러디가 인기를 끌었을 정도다. 역기를 들고 서 있는 모습이나 실수로 주저앉은 사진에서도 예의 ‘살인미소’를 짓고 있는 것. 이배영의 팬카페와 미니홈피에는 “살인미소에 반했다”는 여성 네티즌들의 글이 여전히 쇄도하고 있다.

거친 몸싸움 뒤에 미소 ‘감동 두 배’

축구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살인미소‘의 주인공은 안정환(28). 조각 같은 외모에 살짝 미소라도 짓는 날이면 뭇 여성들은 밤잠을 설쳐야 할 정도라니 그 강도가 얼만큼인지 가히 짐작할 만하다. 그의 미소를 독차지하고 있는 아내 이혜원씨가 여성 팬들로부터 미움(?)받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던 것. 하지만 긴 머리를 휘날리며 그라운드를 누비다가 승리의 세리머니와 함께 한번씩 날려주는 ‘백만불짜리 미소’는 그런 질투심을 단박에 날려 버린다. 온 국민을 열광의 도가니에 몰아넣었던 2002한·일 월드컵에서 홍명보(35)가 보여준 승리의 미소는 여전히 최고의 명장면으로 손꼽힌다.

당시 스페인전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마지막 골을 성공시키고 승리에 쐐기를 박는 순간 손을 번쩍 쳐들며 환호하던 그의 모습은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사실 홍명보는 선 굵은 얼굴 때문에 종종 ‘화가 난 듯 한 사람’으로 오해를 받기도 한다. 미간이 항상 주름져 있어 온통 근심과 걱정으로 가득한 듯 보이기 때문. 하지만 이날 그의 웃음을 본 사람이라면 “저런 모습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을 것이다. 역시 승리의 기쁨 앞에서는 나이, 성별, 국적 등 모든 것이 불필요함을 고스란히 증명해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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