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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독일 월드컵은 그야말로 유럽과 남미의 대결로 압축되고 말았다. 하지만 독일 월드컵에 이변이 없다고 싱거워 하지 말자. 약팀들의 화끈한 반란이 사라진 그라운드는 세계 최강들이 맞붙는 꿈의 ‘빅매치’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일부터 4강 티켓을 놓고 이번 8강에서는 세계적인 축구 스타들이 불꽃 튀는 경쟁을 펼쳐 축구팬들의 흥미를 더욱 모았다.

이번 월드컵 8강에서는 개최국 독일과 남미의 ‘터줏대감’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를 비롯해 이탈리아, 잉글랜드, 프랑스 등 한 차례씩 월드컵 우승 경험이 있는 나라들이 대거 8강에 진출해 역대 어느 대회보다 흥미진진한 4강 대결이 펼쳐졌다. 선수들 또한 우승후보국답게 화려한 기술과 빠른 스피드로 세계적인 스트라이커의 면모를 보여주었다.2002년 우승팀 브라질과 98년 우승팀 프랑스, 개최국 독일과 마라도나의 후예 아르헨티나 등. 이번 대회 8강전, 4강전 모두 빅매치로 채워졌다. 그러나 한편으로 세계적인 빅매치를 바라보는 눈길에는 ‘그들만의 잔치 같다’라는 씁쓸함이 섞여 있다.



유럽 텃세 여전

이번 독일월드컵 8강에 이어 결승까지 유럽과 남미의 잔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16강 토너먼트를 마친 결과, 가나와 에콰도르, 호주 등 제3세계 국가들이 모두 탈락했다. 8강전은 축구의 양대산맥이라 할 수 있는 남미와 유럽의 전형적인 2중 구도로 갈렸다. 유럽과 남미국가들의 8강 대결은 98년 프랑스 대회 이후 8년 만이다.

미리 예상했던 우승후보국들로 유럽 6팀, 남미 2팀으로 유럽에서는 독일·잉글랜드·포르투갈·이탈리아·프랑스·우크라이나, 남미에서는 아르헨티나·브라질이 8강을 넘어 4강에 도전했다.그리고 이번 대회 8강팀의 역대 월드컵 경력은 화려함 그 자체다. 브라질(5회)·독일(3회)·이탈리아(3회)·아르헨티나(2회)·프랑스(1회)·잉글랜드(1회) 등 6팀이 2002년까지 열린 17차례 대회에서 15번 우승했다. 역대 우승팀 중 이번에 8강에 끼이지 못한 팀은 1930, 1950년 2회 우승팀인 ‘흘러간 강국’ 우루과이뿐이다. 이런 결과는 세계 축구의 중심인 유럽에서 열려 시작 전부터 어느 정도 예상됐다.

2002년 한ㆍ일월드컵 당시만 해도 아프리카 돌풍의 주역 세네갈과 아시아를 대표하는 한국, 북중미의 미국 등이 8강에 오르며 나름의 다양한 축구지형도를 그릴 수 있었지만 독일월드컵은 초반부터 이어오던 이변의 부재를 어김없이 16강에서도 재현해낸 것이다. 하지만 아시아나 아프리카 등 다른 지역에서 보는 시각은 곱지만은 않다. 세계 축구의 주도권을 잡은 유럽 국가와 국제축구연맹(FIFA)이 텃세를 부렸다는 시각 때문이다.

이런 시각은 이번 대회의 말썽 많은 판정에 대한 불만으로 모아졌다.한국이 제프 블라터 회장의 모국인 스위스와 조별리그 3차전에서 당한 불이익에, 호주가 이탈리아와의 16강전 막판에 페널티킥을 내준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불만은 FIFA가 대회 흥행을 위해 16강 토너먼트부터 강팀끼리 맞붙을 수 있도록 미리 대진을 짰다는 의혹으로까지 번지고 있다.2002년 우승팀 브라질과 98년 우승팀 프랑스, 개최국 독일과 마라도나의 후예 아르헨티나 등. 이번 대회 8강전은 모두 빅카드로 채워졌다. 그러나 세계적인 빅매치를 바라보는 눈길에는 ‘그들만의 잔치 같다’는 씁쓸함이 섞여 있다.

상금도 ‘싹쓸이’

지구촌 최대 축구축제인 월드컵은 각국 선수뿐 아니라 축구협회도 부와 명예를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월드컵 4강 진출에는 각국 명예도 걸려 있지만 큰 상금이 따라온다.유럽 6개국과 남미 2개국의 세계 축구 정상들이 이변 없이 8강전에 올랐다.이들에게는 ‘우승’이라는 명예도 달려 있지만 우선 8강전에서 이겨 4강에 올라간 나라는 80억원이라는 보너스를 받게 된다.국제축구연맹(FIFA)은 이번 대회 상금과 출전 수당으로 2002 한ㆍ일월드컵 때의 2억1,200만스위스프랑(약 1,600억원)보다 크게 오른 3억스위스프랑(약 2,272억원)을 내걸었다.이 가운데 8강팀은 16강을 통과하면서 이미 1,150만스위스프랑(약 87억원)씩을 확보했다.

여기에다 8강전에서 승리하여 4강에 진출한 국가들은 80억여 원을 더 받게 됐다.이에 따라 3~4위 팀은 예선 리그부터 누적 금액으로 각각 2,150만스위스프랑(약 162억원)을 거머쥐는 셈이다.우승하면 누적 금액으로 2,450만스위스프랑(약 185억원), 준우승은 2,250만스위스프랑(약 170억원)으로 3~4위 팀과 많은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일단 4강 진출 여부가 최소한 80억원 가량을 더 버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셈이다.

16강 진출은 이뤘지만 8강 문턱을 밟지 못한 8개 팀은 850만스위스프랑(약 64억원)씩을 챙겨 돌아갔고, 한국을 비롯해 본선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한 16개팀은 600만스위스프랑(약 45억원)씩을 벌어 돌아갔다.하지만 선수 개개인으로서는 각국 축구협회와 정부가 지급할 별도 우승 보너스가 있어 최대한 많이 이겨야 한다. 물론 우승하면 성적 보너스에 자신의 몸값도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 있다.우승과 동시에 가장 두툼한 돈방석에 앉게 될 팀은 우크라이나. 월드컵 본선 첫 진출에 8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 우크라이나는 이미 선수들에게 800만달러(약 76억원)를 지급했고 우승하게 되면 선수 1인당 100만달러(약 9억5,000만원)를 보너스로 줄 방침이다.이어 잉글랜드는 우승 보너스로 6억원씩을 지급하기로 선수들과 합의했고 출전 횟수에 따라 최고 4억원의 수당도 따로 챙겨주기로 했다.

이 밖에 독일은 우승 상금으로 선수 개인당 30만유로(약 3억5000만원)를 내걸었으며 포르투갈은 27만5,000유로(약 3억2,000만원)를 주기로 했다.노장 투혼은 ‘화제’
월드컵이 개막하기 직전까지도 호나우두(30·브라질)와 지네딘 지단(34·프랑스)은 적잖은 비난과 놀림을 받았다. 하지만 대회가 막바지를 향하면서 이들은 진가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팀을 승리로 이끌며 다시 한번 세계적인 선수의 면모를 보이고 있는 이들 슈퍼스타. 지난 27일 가나전 선수 입장을 할 때부터 호나우두의 비대해진 몸매는 눈에 띄었다. 그라운드에서 10m도 떨어지지 않은 관중석에 앉아있던 한 국내 축구인이 말했다. “호나우두의 축 처진 엉덩이 좀 봐, 착 달라붙은 호나우딩요와 비교되잖아.”확실히 호나우두는 살찐 티가 역력했다.

그러나 그가 세간의 비웃음을 경탄으로 바꿔 놓는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전반 5분 카카가 스루패스를 찔러주는 순간 호나우두는 2선에서 비호처럼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골기퍼와 1대1 상황을 만든 그는 한차례 가벼운 헛다리짚기 드리블로 가나 골기퍼 킹스턴을 통과했다. 뒤에서 수비수가 달려들었지만 호나우두는 공에 오른발을 툭 갖다대 팀의 결승골이자 월드컵 통산 최다골(15골)을 만들어버렸다.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황제’만의 위엄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황제는 ‘마당쇠’ 역할까지도 했다. 후반 초반 오른쪽 윙백 카푸가 오버래핑한 자리가 뚫리자 호나우두는 수비지역 깊숙이 내려와 상대공격을 차단했다. 후반 중반 이후 호나우두는 눈에 띄게 활동폭과 스피드가 떨어졌다. 허리에 손을 얹고 가쁜 숨을 몰아쉬는 장면도 자주 보였다. 하지만 후반 43분 히카르지뉴의 패스를 받아 치고 들어가며 슈팅을 날리는 모습은 2002년과 다를 바 없었다. 3골을 기록한 호나우두는 득점 선두 클로제(독일·4골)에 한 골 차로 따라붙어 2회 연속 득점왕도 노릴 수 있게 됐다.

늙은 수탉도 ‘부활’

이번 독일 월드컵 참가국 가운데 평균연령이 가장 높은 프랑스는 2006독일월드컵 G조 2위로 간신히 16강에 올라 ‘늙은 수닭’이란 오명을 샀다. 그러나 프랑스는 지난 28일 스페인전에서 나이를 잊은 듯한 30대 노장들의 플레이를 앞세워 무적함대 스페인을 3대1로 가볍게 꺾었다. 세월의 무게감도 ‘마지막’이라는 결연함으로 무장한 지네딘 지단(34)의 발목을 붙잡지는 못했다.

그는 이곳이 자신의 축구인생의 마지막 땅이 아니기를 바라며 뛰고 또 뛰었다. 때로는 최후방 수비에까지 가세하는 지단의 헌신에 프랑스는 승리를 거뒀다. 마지막 쐐기골은 그의 몫이었다. 경기 종료를 앞둔 후반 47분. 왼쪽 페널티지역에서 동료 비에라의 패스를 받은 그는 스페인의 푸욜을 가볍게 제친 후 오른발로 왼쪽 골 그물을 흔들었다. 레블뢰에서 29번째 터트린 골 폭죽이자 ‘지단의 선발출전은 상대에게 도움이 된다’고 악평을 늘어놓던 프랑스언론을 향해 건재함을 알린 기지개였다. 또 1994년 8월 17일 체코전이 벌어진 보르도에서 시작된 지단의 ‘레블뢰’인생 13년째, 105번째 A매치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물론 스피드와 개인기술은 예전 같지 않았다. 상대 수비수들이 우두커니 세워두며 펼쳤던 360도 회전기술인 ‘마르세유 턴’도 구경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미 레알 마드리드 은퇴식을 마치고 이번 대회를 끝으로 축구화를 벗는 지단에게 패배는 곧 끝이었다. 이날 지단은 화려한 기술보다는 숨을 고르며 한 번의 기회를 노리는 노련함으로 살아날 수 있었다. 98 프랑스 월드컵에서 조국에 첫 우승을 안겼고, 세 차례나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상’을 거머쥐었던 ‘지단의 시대’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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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진·이호 ‘러시아행’ 비하인드 스토리아드보카트 “처음부터 찍었다”

김동진(24·FC서울)과 이호(22·울산현대)가 딕 아드보카트 감독을 따라 러시아 1부리그인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함께 이적하게 됨에 따라 이들의 향후 성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아드보카트 감독은 지난 27일 고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1부리그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감독으로 가게 됐다고 밝히면서 “김동진과 이호도 나와 함께 제니트로 간다. 두 선수에게 좋은 일이고, 나한테도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김동진과 이호의 현소속팀인 FC서울과 울산 역시 이날 선수들이 각각 제니트와 3년간 계약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김동진과 이호는 이번 독일월드컵에 출전한 K리그 선수 중 가장 먼저 해외에 진출하는 선수가 됐고,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이영표(토튼햄)가 히딩크 감독을 따라 당시 네덜란드 PSV에인트호벤으로 진출한 데 이어 전 대표팀 감독과 함께 같은 팀으로 가는 전례를 따르게 됐다.제니트가 속한 러시아 프리미어리그는 유럽의 여타 리그에 비해 낯설다. 70~80년대 중흥기를 맞았던 소련 축구의 흔적이 남아있지만 이후 긴 쇠퇴기를 겪으며 변방으로 밀렸다.그랬던 러시아 축구가 최근 정치와 경제의 안정으로 서서히 살아나고 있고 리그 활성화로 유럽 빅리그의 관심 역시 늘어나고 있다.

러시아 최고 명문 디나모 모스크바는 첼시의 소유주인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타 클럽들도 빅리그의 선수공급 창구 역할을 맡고 있다. 따라서 김동진과 이호도 러시아를 발판으로 빅 리그로 진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갖게 됐다는데 의미가 크다. 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새로운 환경에 빨리 적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언어·문화는 물론 러시아 축구 방식에도 익숙해져야 한다.

지난 시즌 UEFA(유럽축구연맹)컵 8강에 오른 러시아 명문클럽 제니트는 이미 올초 한·일월드컵 멤버였던 현영민이 진출한 팀이어서 다음 시즌부터는 아드보카트 감독의 지휘 아래 3명의 태극전사가 함께 뛰게 됐다.지난 2000년 안양 LG에 입단한 김동진은 2003년 3월 ‘코엘류호’에게 발탁돼 태극마크를 달았고, A매치 37경기에 출전해 2골을 기록하고 있다. 이호는 중동고 시절 브라질로 축구유학을 다녀온 2002년 청소년대표 출신으로 2003년 울산에 입단했다.2002년 ‘히딩크 감독을 따라 갔던 박지성, 이영표와 너무나 닮은 길을 가고 있는 김동진과 이호의 앞길이 챔피언스리그를 통해 더 넓은 빅리그로 도약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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