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군 합동조사단 발표 “천안함, 북한제 중어뢰 수중폭발로 침몰”

천안함 침몰해역에서 수거한 어뢰 프로펠러. 지난 20일 민군합동조사단은 어뢰 내부에 적혀 있는 ‘1번’이라는 글씨가 북의 것이기에 북의 공격에 의해 천안함 사고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위) 지난 20일 국방부에서 윤종성 과학수사 분과장이 천안함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천안함의 침몰 원인을 둘러싼 논란이 마침내 종지부를 찍었다. 천안함은 북한에서 제조한 고성능 폭약 250㎏규모의 중어뢰에 의한 수중 폭발로 침몰한 것으로 최종 결론났다.

천안함 침몰 원인을 조사해온 민·군 합동조사단의 윤덕용 공동단장은 지난 20일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천안함 침몰사건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합조단은 해저에서 수거한 파편자료와 군이 확보한 비밀자료 분석에 근거해 “천안함은 북한제 어뢰에 의한 외부 수중폭발의 결과로 침몰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인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향후 우리 정부의 대응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보수진영에서는 전면전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강력 대응해야한다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반면 진보진영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있으니 좀 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천안함 사건을 놓고 보수와 진보 양측이 첨예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북한은 우리측에 북한의 진상 조사단 파견허가를 요청한 상태다. 더불어 조사단 파견을 우리측이 거부할 시 전면전을 불사하겠다고 경고해 한반도에 극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윤 단장에 따르면 지난 15일 백령도 해상에서 쌍끌이 어선에 수거된 각각 5개의 순회전 및 역회전 프로펠러, 추진모터와 조종장치는 북한의 수출용 무기소개 책자에 소개된 ‘CHT-02D’ 어뢰의 설계도면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CHT-02D 어뢰는 음향 항적 및 음향 수동추적 방식을 사용하며 직경이 21인치이고 무게가 1.7t으로 폭약장약이 250㎏에 달하는 중어뢰다.

윤 단장은 “지금까지 발견된 모든 증거들을 종합할 때 어뢰는 북한의 소형 잠수함정으로부터 발사되었다는 것 이외에 달리 설명할 수가 없다”며 “천안함은 북한제 어뢰에 의한 외부 수중폭발로 침몰했다”고 말했다.

합조단은 천안함이 침몰한 해상에서 프로펠러 2개가 온전하게 달린 1.5m 길이의 어뢰 뒷부분 동체를 수거했으며, 프로펠러와 구동축 사이에 ‘1번’이 적혀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북한의 어뢰 표기방법과도 일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합조단은 컴퓨터를 이용한 폭발유형 시뮬레이션 결과, “수심 6~9m, 가스터빈실 중앙으로부터 대략 좌현 3m의 위치에서 총 폭발량 200~300㎏규모의 폭발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천안함 침몰 결정적 증거물

북한 해군의 수상한 움직임도 ‘북한 천안함 격침설’에 무게를 싣고 있다. 미국, 영국, 호주, 스웨덴 전문가 대표 등이 참석한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장에서 합조단은 지금까지 파악된 북한 해군의 움직임에 대해 설명했다.

합조단은 서해의 북한 해군기지에서 운용되던 일부 소형 잠수함정과 이를 지원하는 모선이 천안함 공격 2~3일 전에 서해 북한 해군기지를 이탈하였다가 천안함 공격 2~3일후에 기지로 복귀한 것을 확인했다.

윤 단장은 “다른 주변국의 잠수함정은 모두 자국의 모기지 또는 그 주변에서 활동하고 있었던 것이 확인됐다”며 “이는 미국과 호주, 캐나다, 영국 등 5개국의 다국적 연합정보분석TF에 의해 확인된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은 로미오급(1천800t급) 잠수함 20여척, 상어급(300t급) 40여척, 연어급(130t급)을 포함한 소형 잠수정 10여척 등 70여척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에 천안함을 침몰시킨 위력과 같은 폭발량 200~300㎏규모의 직주어뢰와 음향 및 항적유도어뢰 등 다양한 성능의 어뢰도 보유하고 있다고 합조단은 전했다. 이어 천안함 침몰이 일부에서 제기해온 좌초나 피로파괴, 암초 충돌, 내부폭발과 무관하다고 거듭 확인했다.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합조단 발표 직후 “이명박 대통령은 국정 최고책임자, 군 통수권자로 결연한 각오로 임하고 있다”며 “응분의 책임을 묻기 위한 단호한 (대북 제재) 조치를 곧 결심할 것”이라고 밝혔다.


南 대북의식 전환점 마련

박 대변인은 이날 오후 청와대 정례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길지 않은 시간에 검토를 하고 결론을 낼 것”이라고 말해 이미 대북제재 준비가 끝났음을 암시했다.

또 박 대변인은 천안함 사건 조사결과 발표 시점과 관련, “북한의 소행을 입증할 수 있는 어뢰 추진체가 지난 15일 나왔다. 며칠 되지 않았다”면서 “가장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조사가 된 시점이 오늘”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다음날인 지난 21일 오전 긴급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개최해 구체적인 후속 대응방안을 다각도로 논의했다. 이날 국가안보회의에서는 국제사회 차원의 공동대응, 한미 연합방위태세 강화, 북한 상선의 남한영해 통과 금지, 남북 경제협력 중단 등 전방위 대북제재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 취임 이후 네번째 소집되는 NSC는 헌법에 명시된 최고의 대통령 자문기관으로, 국무총리와 외교통상부 장관, 통일부 장관, 국방부 장관, 국가정보원장 등이 당연직 위원으로 참석한다.

정부는 미국측과 집중 협의를 통해 유엔 안보리 회부, 북한 잠수함 공격에 대비한 정기적인 한미 군사훈련, 제주해협 봉쇄 등 외교·군사적인 대북 제재·압박 카드를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 대북 제재 조치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대북 제재안 회부, 대북 지원 전면 또는 대폭 중단, 개성공단 및 금강산의 남측 인원 소개를 포함한 남북 경제협력 중단 또는 대폭 축소 등이 검토되고 있다.

청와대 주변에선 “이번에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매우 강력한 대북제재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의 의지가 그만큼 확고하다는 것이다.

가장 큰 국민적 관심사는 이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지목해 책임을 물을지 여부다. 아울러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 북한의 주적 개념 부활, 대북 군사 전략의 기조 강화 등의 문제도 보다 적극적으로 논의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조사 결과에 즉각 반발하고 나선 북한이 군사적으로 재도발을 할 가능성, 남북 경협 중단시 북한 영토에 있는 우리 국민의 신변이 위협받을 가능성 등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참모들의 설명이다.


북한 전면전 변수 고민

그러나 북한의 반응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우리측이 천안함 침몰 원인을 조사한 끝에 ‘북한의 기습’으로 결론 내리자 북한은 이에 즉각 반발하고 있다. 천안함 침몰과 북한은 무관하다는 게 북한 당국의 주장이다.

조사결과 발표가 있던 지난 20일 조선중앙방송은 “북한 최고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가 대변인 성명을 발표해 남한의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를 ‘날조극’이라고 주장하면서 국방위 검열단을 남한에 파견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북한의 이번 성명은 남한 국방부의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가 시작된 지 30분만인 10시30분께 나왔다. 이는 과거 도발 때와 달리 이례적으로 신속한 반응이다.

국방위는 이날 발표한 대변인 성명에서 “천안함의 침몰을 우리와 연계돼 있다고 선포한 만큼 그에 대한 물증을 확인하기 위해 국방위원회 검열단을 남조선 현지에 파견할 것”이라며 “함선 침몰이 우리와 연계돼 있다는 물증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열단 앞에 내놓은 물증에는 단 한 점의 사소한 의혹도 없어야 함을 미리 상기시킨다”고 강조했다.

또 국방위는 “그 어떤 응징과 보복행위에 대해서도, 우리의 국가적 이익을 침해하는 그 무슨 제재에 대해서도 그 즉시 전면전쟁을 포함한 강경조치로 대답할 것”이라며 “우리가 수행하는 전면전쟁은 날조극을 꾸민 역적패당과 그 추종자들의 본거지를 청산하고 통일대국을 세우는 전민족적이고 전인민적인 전국가적인 성전”이라고 주장했다.

국방위는 서해에 대한 입장도 분명히 했다.

국방위는 “조선 서해를 포함해 우리 주권이 행사되는 영해, 영공, 영토 안에서 발생하는 자그마한 사건도 대결 광신자들의 도발로 낙인하고 한계가 없는 보복타격, 자비를 모르는 강력한 물리적 타격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의 이같은 반응에 이 대통령은 여러 변수를 고려하면서 ‘최적의 대북제재안’을 찾기 위해 밤잠을 제대로 못 이루며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국제공조를 통해 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중국의 반응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이 ‘침묵’으로 북한을 감싸고 있어서다. 중국은 그동안 천안함 침몰사건과 관련, 우리 정부에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조사” “신중한 자세 견지” “구체적인 증거 제시”를 주문해왔으며 지난 18일 장신썬 주한 중국대사를 통해 조사결과를 공식 통보받고도 아직 아무런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국제공조 중국이 걸림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어떤 반응을 보일 지가 향후 대북제재를 위한 국제연대에 큰 영향을 끼치지만 중국이 남한에 적극 협력할지는 현재로서 불투명하다.

중국 정부는 현재 우리 정부가 제공한 조사결과에 대한 평가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측은 천안함 북한격침 결론과 관련해 우리측이 제공한 증거가 사실에 부합하는 지 자체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과정에서 북한 측에 사실 확인요청도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증거 확인 조사를 통해 일단 천안함 사건의 ‘진상’을 파악한 후 내부 입장을 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이 내부적으로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으로 판단한다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북한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실제로 중국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 이후 더욱 북한과 친밀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한반도 평화가 우선시 돼야 한다”는 식의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류장융(劉江永) 칭화(淸華)대 국제문제연구소 교수가 최근 “중국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깨는 사건이 발생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천안함 사건의 원인이 어느 측에 있든 중국은 어느 일방의 편을 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 데서도 그런 분위기가 묻어난다.

그러나 중국은 조만간 국제무대에서 이와 관련한 ‘입장 표명’을 강요당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가 북한의 이번 도발을 유엔 헌장과 정전협정을 정면으로 위반한 사안으로 규정,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를 공식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이미 지난 18일 중국 측에 이번 조사결과를 사전 설명하면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국제무대에서 발언권이 센 일본에도 브리핑해 이미 안보리 회부를 예고했다.

중국의 행로와 관련, 일단 국제사회의 반발을 우려해 거부권 행사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제재수준을 낮추는데 주력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기권하는 방법을 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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