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계 빈볼 ‘논란’고의 사구 선수 생명 위협 ‘도’ 넘었다

지난 8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09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의 경기에서 3회말 두산 공격, 1사 주자 1루 김현수가 SK 글로버에게 몸에 사구를 맞고 있다.

야구계는 고위사구 논란으로 뜨겁다. 지난 8월 24일 부산 사직구장 롯데 대 기아 타이거즈의 경기 9회말 2사후 기아의 마무리 투수 윤석민이 던진 초구 커브볼이 타자 조성환의 머리에 맞았다. 결국 조성환은 뇌진탕 증세를 보이며 병원신세를 지게 되었다. 이에 흥분한 사직구장 팬들이 쓰레기와 물병 등을 투척하며 난동이 벌어졌다. 이로 인해 경기는 10여분 동안 중단됐다. 경기가 끝난 뒤 윤석민은 머리를 숙여 깊이 사죄의 뜻을 표했다. 하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빈볼사구 논란에 대해 알아본다.

윤석민은 이미 지난 15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서 타석에 선 홍성흔의 손을 맞춰 골절상을 입혔다. 타점왕을 노리던 홍 선수는 사실상 남은 시즌을 접어야만 했었기에 롯데팬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었다.

포스트시즌을 향한 정규리그 4위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싸우는 두 팀이기에 예민한 상태의 롯데 팬들의 분노는 더 뜨거웠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해당 팀과 야구 관련 사이트에는 빈볼이냐 실투냐를 시작해 인신공격을 하며 상대 연고지까지 들먹이며 지역감정으로까지 확산됐다. 본질과 관계없는 글들이 넘쳐 게시판이 뜨거웠다.

윤석민은 롯데를 상대로 던진 사구 2개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라 정신적인 충격과 우울증을 증세를 극복하지 못해 결국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눈에는 눈, 의리의 보복성 투구 난발

롯데 조성환 선수가 사구를 맞아 쓰러진 것이 처음은 아니다. 조 선수는 지난 해 SK와의 원정경기에서 SK 투수 채병용의 투구에 맞고 쓰러졌다. 얼굴에 사구를 맞았던 그는 광대뼈 함몰 및 골절 중상 판정을 받아 수술을 받았다.

조성환 선수의 사구에 화가 난 롯데측 투수 김일엽은 SK 박재홍 선수에게 위협구를 날렸다. 화난 박재홍은 마운드로 달려가고, 양팀 덕아웃이 총출동해 벤치클리어링을 연출했다.


해외 고의사구 논란

해외에서도 고의적 사구는 일어난다.

지난 8월 4일 보스턴과의 원정경기 3회 2사에서 클리블랜드 추신수 선수는 보스턴 에이스 조시 베켓의 타구에 무릎을 강타 당했다. 1회 2사 1루에서 타석에 섰던 셸리 던컨에 이은 두 번째 사구였다. 클리블랜드 덕아웃에서 긴장감이 일어났다.

신경전을 벌이던 두 팀은 클리블랜드 투수 젠슨 루이스가 보스턴 애드리안 벨트레 선수의 등을 맞혔다. 보복성 빈볼이라 판단한 벨트레가 루이스 쪽으로 위협적으로 다가갔고, 양팀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나와 벤치클리어링을 연출했다. 경기 후 클리블랜드 악타 감독은 “우리 선수들을 고의로 맞혔다고 생각해 보복성 투구를 던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구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야구관계자와 팬들의 입장이 엇갈린다.

야구관계자들은 “국내 프로야구의 선수층이 얇기 때문에 프로 선수들은 그라운드 뒤에서는 형 동생 사이로 서로 친하게 지낸다”며 “투수가 사구로 타자를 맞혔을 경우 경기가 끝난 후 사과전화를 한다. 지난 19일 경기 후 윤석민은 홍성흔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지난 8월 24일 경기에서 사구논란이 있던 경우도 윤석민 선수의 모친이 조성환 선수가 입원한 부산까지 내려가 문병을 했다” 며 “이들의 사구가 고의가 아닌 실투였음에도 불구하고 팬들이 과민하게 반응해 고의사구 논란으로 번진 것으로 보인다. 선수들도 경기에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야구팬들도 야구를 그냥 보고 즐겼으면 싶다”고 말했다.

반면 야구팬의 입장은 다르다.

야구팬 A씨는 “야구장에서 경기를 보다보면 승부가 결정이 나는 순간이 있다. 투수와 타자 사이에 긴장감이 고조된다. 어떤 투수들은 타자와의 정면 승부를 피하기 위해 일부러 사구를 던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무엇보다 선수층이 얇기 때문에 선수 스스로가 상대에 대한 배려를 하는 마음이 있다면 고의사구는 사라질 것”이라며 “고의사구는 스포츠 정신을 위배하는 범죄행위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축구장에만 훌리건(Hooligan)이 있는 게 아니다. 야구장에도 난동을 부리는 사람을 가리켜 ‘그라운드 홀리건’이라고 한다. 야구가 건전한 스포츠 문화로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가 되기 위해선 선수들은 페어플레이 스포츠 정신을, 야구팬들은 야구를 즐기는 문화로 정착되어야 한다는 게 야구전문가들에 한결같은 지적이다.

[박주리 기자] park4721@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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