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이영표 아우라 우리가 지울게요!

지난 3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축구대표팀 친선경기 대한민국과 세르비아의 경기가 열렸다. 후반전 김영권(대한민국)이 팀의 두번째 골을 터트린후 환호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축구 국가대표팀이 잇따라 강팀을 격파하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기존 해외파 선수들과 새롭게 발탁된 국내 젊은 피 선수들이 조화를 이뤄 조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박주영, 기성용 등에 대한 호평도 연일 이어졌지만 축구 전문가들은 지동원, 김영권 활약에 주목했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꾸준한 활약을 펼쳐 차세대 박지성, 이영표로 자리 잡기를 바랐다. 조광래식 ‘스페인 축구’에 높은 이해도를 보이고 있는 지동원, 김영권의 활약상을 따라가 봤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세르비아, 가나와의 평가전에서 연승을 거뒀다. 지난 3월 온두라스 전까지 합치면 A매치 3연승이다. 세르비아와 가나는 각각 FIFA랭킹 16위와 15위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었다. 대표팀의 이번 활약은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영표(알 힐랄 FC)의 부재를 걱정하던 축구 팬들에게도 점진적으로 신뢰를 심어줬다.

3경기 승리는 2010년 월드컵 주축 선수와 새로 발탁된 선수들이 함께 이뤄냈는데 전술은 삼각편대로부터 시작됐다. 박주영(AS 모나코), 이청용(볼턴 원더러스), 지동원(전남 드래곤스), 이근호(감바 오사카)가 번갈아 기용된 공격 편대는 폭넓은 활동량과 영리한 움직임을 바탕으로 막강한 공격력을 선보였다. 창의성이 돋보인 2대1 패스 등으로 깊은 인상을 준 것이다. 포지션 상으로는 스트라이커와 윙어로 구분되지만 위치를 바꾸는 변형적 움직임을 펼쳐 상대 수비진을 휘저었다.

대표팀 에이스로 불리는 박주영과 이청용 호흡도 여전했다. 박주영과 이청용은 모나코와 볼튼에서의 활약을 그대로 대표팀 전술에 적용해 조광래 감독을 만족시켰다. 박주영은 골 결정력과 세련된 패스로, 이청용은 측면 돌파와 드리볼로 경기를 풀어나갔다.

조 감독은 이달 두 차례 평가전에 대해 “결과만 놓고 본다면 100점 만점”이라고 기뻐하면서 “변화하는 한국 축구에 대해 적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다”고 덧붙였다.


FIFA랭킹 몇 위나 뛰어 오를까

축구 전문가들은 조 감독이 현 멤버들을 중심으로 ‘2014 브라질월드컵’ 예선을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은 오는 9월부터 시작된다.

먼저 수비진은 이정수(알 사드), 차두리(셀틱 FC), 김영권(오미야 아르디자), 홍정호(제주 유나이티드)로 압축되고 있다. 이중 맏형인 차두리는 특유의 압박 수비와 적극적인 오버래핑으로 포백(4-back)을 한층 더 단단하게 매우고 있다.

미드필더는 기성용(셀틱 FC), 김정우(상주상무피닉스), 이용래(수원 삼성)로 대표되고 있다. 이중 기성용은 평가전 때 상대팀 감독에게 극찬을 받을 만큼 물오른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그리고 공격진은 박주영, 이청용, 지동원이 대표적이다. 팀내 에이스로 활약하는 박주영, 이청용에 이어 지동원 역시 잉글랜드 ‘선덜랜드 AFC’ 행을 앞두고 있어 공력력은 앞으로 더욱 배가될 전망이다.

현재 예상되는 선발 라인업은 포스트 박지성, 이영표 시대를 준비하는 조 감독의 출사표였다. 그리고 박지성과 이영표의 빈자리에는 새내기 지동원과 김영권이 들어서 있었다.


“선배들 EPL에서 맞붙어봅시다”

지동원은 지난 7일 가나 전에서 왼쪽 윙어로 나서 헤딩 선제골을 터트리는 등 맹활약을 펼쳤다. 후반 터진 구자철의 두 번째 골도 지동원의 위치 선정에 이은 헤딩슛이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경기를 마친 후 조 감독은 “지동원은 측면과 중앙 스트라이커를 고루 기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칭찬했다.

지동원은 183Cm의 장신임에도 불구하고 스피드와 발재간을 동시에 겸비했다. 킬러 본능 역시 돋보여 대표팀의 주된 고민사항으로 자리한 골 결정력 면에서 기대를 줬다.

지동원의 킬러 본능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3,4위전때 이미 유명했다. 이란에게 3-2로 뒤지던 막판 혼자 두 골을 몰아치며 4-3 대 역전극을 만든 것이다.

그간 활약을 지켜보던 해외 스카우터들은 지동원을 이적시키기 위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고 선덜랜드가 150만 달러(16억 원)에 데려가는 데 성공했다.

지동원이 선덜랜드 선수로 뛰게 되면 8번째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이자 최연소 프리미어리거 라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이에 축구 팬들은 “잉글랜드 리그에서 박지성 후계자다운 면모를 보이길 바란다”며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최고 드리블러의 세대교체

대표팀 왼쪽 수비수 김영권은 지난 3일 세르비아 전에서 1골 1도움으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평소 “박지성의 빈자리 보다 이영표의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진다”는 조 감독의 고민을 상당수 덜어주는 맹활약이었다.

이영표 빈자리를 두고 홍철(성남)과 윤석영(전남)을 점쳤던 조 감독이었지만 지난 3월 온두라스 전 이후 관심은 김영권에게 쏠렸다. 그리고 그 관심은 세르비아, 가나 전을 계기로 완전히 굳혀졌다.

세르비아 전 이후 조 감독은 김영권에 대해 “앞으로 출전 기회를 많이 얻으면 실력이 더 좋아질 것 같다”며 신뢰를 보냈다.

김영권은 왼발을 잘 쓰는 왼쪽 풀백이라는 점이 장점이다. 세르비아 전에서 올린 골과 도움은 모두 왼발에서 나왔다. 이 점은 이영표의 유일한 단점이었던 ‘왼발 크로스 부정확성’과 비교돼 더 빛을 발했다.

풋살 경험을 통해 공격과 수비 능력을 겸하고 있는 것도 김영권 만의 특징이다. 김영권은 좁은 공간에서 공을 주고받는 풋살을 통해 축구의 세밀함을 가다듬었고 멀티플레이어의 자질을 키웠다. 풋살 선수로 뛰던 2009년에는 대한축구협회 풋살 리그에서 득점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간혹 대표팀 내 다른 멤버들과 호흡이 맞지 않아 실수를 하기도 하지만 왼쪽 수비수로서 그의 다재다능함은 대표팀에 큰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지동원과 김영권은 이달 19일부터 열리는 ‘2012 런던올림픽’의 주전선수로 발탁됐다. 홍명보 감독은 두 선수가 대표팀 경력을 앞세워 팀을 잘 이끌어 줄 것을 주문했다. 두 선수가 올림픽 예선과 월드컵 예선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길 기대해본다.

[이창환 기자] hojj@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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