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독일 아니면 안 갑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축구대표팀 친선경기 대한민국과 세르비아의 경기가 열렸다. 전반전 박주영이 첫 골을 터트린후 환호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이창환 기자] 프랑스 ‘AS모나코’의 박주영(26)이 이적할 팀이 잉글랜드, 독일 클럽으로 점점 좁혀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물망에 오르고 있는 클럽은 EPL(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리버풀’과 분데스리가의 ‘FC 샬케04’다. ‘AS모나코’의 선수 수급을 담당하는 장 루크 부이지느 국장은 “박주영은 잉글랜드 내지 독일 클럽과 계약을 할 것이다. 박주영의 꿈은 잉글랜드나 독일 같은 빅 리그에서 뛰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영은 UEFA챔피언스리그나 유로파리그에 나갈 수 있는 팀을 이적의 조건으로 달았다. 아직 ‘AS모나코’에 직접적인 제안은 없지만 박주영을 원하는 팀이 많기 때문에 빅리그 진출 가능성은 높다. 물론 명문 클럽에 입성하지 성공하지 못할 시에는 높은 연봉을 제시하는 프랑스 다른 팀으로 이적할 수도 있다. 박주영 이적에 관한 소식을 조명해봤다.

2005년 국내 프로축구 K-리그에 데뷔해 4시즌 동안 꾸준한 활약을 했던 박주영은 2008년 여름 프랑스 프로축구 ‘리그앙’의 ‘AS모나코’로 이적했다. 팀을 옮기자마자 소속팀 에이스 자리를 꿰찬 박주영은 3시즌 동안 견고한 활약을 펼쳤다. ‘AS모나코’는 지난해 부진으로 리그 하위권을 맴돌았지만 박주영 만큼은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하지만 ‘AS모나코’는 2011~2012시즌을 2부 리그에서 보내야할 상황에 처했다. 박주영이 새로운 팀을 찾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박주영의 이적에 관한 소식과 소문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초부터 꾸준히 흘러나왔다. 이번 달 초까지 국내외 언론을 통해 소개된 클럽만 20여 개에 달한다.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주장에 대한 관심이 ‘AS모나코’에서의 활약으로 높아진 것이다. 프랑스 ‘리그앙’의 강호인 ‘올랭피크 리옹’과 ‘OSC 릴’, ‘스타드 렌’, ‘파리 생제르맹’, ‘보르도’ 등 여러 팀에서 박주영의 영입을 노려왔다. 박지성과 이청용이 활약하고 있는 EPL에서도 ‘리버풀’, ‘첼시’, ‘토트넘’, ‘맨체스터 시티’, ‘볼턴’, ‘풀럼’, ‘아스톤빌라’ 등이 박주영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독일 분데스리가의 ‘샬케04’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세비야’도 박주영의 영입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했다. 이탈리아 세리에A의 ‘AC밀란’과 ‘유벤투스’, ‘나폴리’까지 더하면 유럽 축구를 좌지우지하는 모든 리그로부터 관심을 받은 것이 된다. 옛 스승이던 셰놀 귀네슈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터키의 ‘트라브존스포르’와 우크라이나 프로축구의 절대강자 ‘디나모 키예프’도 박주영을 영입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실체가 공개되지 않은 러시아 프로축구 클럽도 박주영의 이적에 큰돈을 투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온 것으로 알려졌다.


‘빅리그 진출’은 아시아 최고 공격수란 증거

이 가운데 가장 지속적으로 박주영의 영입을 노리는 구단은 ‘리버풀’과 ‘샬케04’, ‘세비야’로 압축된다. 리버풀은 박주영의 기량과 함께 마케팅적인 측면까지 고려해 영입에 나선 것으로 평가 되고 있다. ‘샬케04’는 고령의 공격수 라울(34)과 예전만 못한 기량에 그치고 있는 클라스 얀 훈텔라르 등 기존 공격수의 대체 자원으로 박주영을 낙점했다. ‘거상’이라는 별명에서도 알 수 있듯 무명의 선수를 발굴해 비싼 이적료를 받아 재정을 유지한 ‘세비야’도 기량에 비해 몸값이 낮은 박주영을 영입해 추후 이적시키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박주영이 이적 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조건은 1부 리그에서의 생활이다. 가장 좋은 결과는 박지성과 이영표가 경험했던 챔피언스리그나 유로파리그를 참가할 수 있는 팀으로 가는 것이다.

그러나 ‘AS모나코’가 박주영의 이적료를 800만 유로(약 122억 원)로 책정한 것은 이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여러 구단이 박주영의 이적을 타진했지만 모나코가 원하는 수준에 못 미친 이적료를 제시한 탓에 이적이 성사되지 않았다는 얘기가 많다.

유럽축구의 이적 시장은 8월 31일까지 진행된다. 박주영으로서는 이달이 끝나기 전에 새로운 소속팀을 찾아야 한다. 8월이 지나 이적에 합의할 경우에는 2012년 1월 1일부터 새로운 유니폼을 입을 수 있다. 그전까지는 프랑스 2부 리그에서 경기를 해야 한다. 2부 리그는 이미 시즌에 돌입한 상태다.


원하는 조건으로 프랑스 리그 벗어날 수 있나

지난 2일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개인 훈련을 마친 박주영은 “소속팀을 옮기게 되면 처음부터 잘 할 수는 없다. 적응을 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속팀 잔류나 프랑스 리그 잔류를 전혀 염두해 두지 않은 발언이다.

현재 박주영은 한국축구대표팀 주장이자 붙박이 주전 공격수다. 최근에는 조광래 대표팀 감독으로부터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박지성의 뒤를 이어 한국 축구를 이끌어갈 차세대 리더로 낙점됐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적인 선수들과의 꾸준한 경쟁은 선수 개인뿐 아니라 한국 축구 전체를 위해서라도 필수적이다. 기존 해외파 선수들은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해 대표팀의 전력을 한껏 끌어올렸다.

박주영 이적의 최대 걸림돌은 높은 이적료가 아니라 병역 문제다

지난 10일 박주영 이적 가능성을 발표한 프랑스의 장 루크 부이지느 국장은 박주영의 이적 문제가 지지부진한 것을 병역 문제 때문이라고 발표했다. 국장은 이 문제를 박주영이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부이지느 국장의 말에 따르면 박주영은 국내에 머물고 있던 6~7월에 입영 연기를 위한 조치를 취했을 것으로 보인다. 박주영의 경우 K-리그의 상무나 2군 리그인 경찰청 팀에 입대하면 병역의무를 이행하면서 선수 생활도 이어갈 수 있다. 그러나 상무는 28세, 경찰청은 29세 이후에는 입대할 수 없다. 결국 2~3년 뒤에는 국내로 복귀해 병역 의무를 이행하는 것 외는 방법이 없다.

최근 박주영은 프랑스 리그앙 ‘스타드 렌’의 이적 제안을 거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스타드 렌’은 550만 유로(약 83억 원)의 이적료를 제시해 ‘AS 모나코'를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 냈으나 박주영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박주영이 이적을 거부한 이유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이번 협상 결렬로 박주영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hojj@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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