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아이를 위해, 조국을 위해…


미국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추신수(29)가 득녀와 ‘USA 투데이’ 1면 장식이라는 겹경사를 누렸다. 지난 8월 23일 경기 엔트리에 빠지면서 출산 소식을 알린 추신수는 아내 하원미 씨 사이에서 아들(무빈, 건우)과 딸을 얻게 됐다. ‘USA 투데이’ 대서특필은 현지 대중과 국내 팬들도 깜짝 놀란 소식이었다. 클리블랜드의 스타를 뛰어넘어 미국 전역의 인기스타가 되는 기틀을 단단히 다진 것. 음주운전 구설수와 손가락 부상을 극복한 추신수는 팀 에이스 자리에 다시 앉기 위해 맹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8월 23일(현지시간) ‘USA 투데이’는 유일한 한국인 메이저리거인 추신수가 음주운전 사건과 손가락 부상을 딛고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내용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신문 1면 상단과 스포츠섹션 1면 전체를 할애한 비중이었다.

‘USA 투데이’는 추신수가 현재 유일한 한국인 메이저리거임을 강조했다.

‘USA 투데이’는 “추신수의 위치는 특별하며 한국 최고 메이저리거다. 야구는 한국에서 인기있는 스포츠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으며 클리블랜드 매니 액타 감독의 말을 함께 전했다. 액타 감독도 “추신수는 한국을 대표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USA 투데이’는 기사에서 추가적으로 “추신수가 한국에서 유명인사라는 데 의문 부호를 달 사람은 없다”라는 내용을 덧붙였다. 신문은 추신수의 답변을 빌려 “한국에 가면 엄청난 사인과 사진 요청을 많이 받는다”고 전하기도 했다.

‘USA 투데이’는 추신수를 향한 존경과 격찬을 보도하면서도 최근 빚어졌던 음주운전 사건과 손가락 부상을 빼놓지 않았다.


마인드 컨트롤 위해 눈과 귀 닫고 살아

신문은 이들 사건 때문에 한국 팬들의 이목이 집중됐으며 추신수가 심적 고통에 시달렸다고 강조했다.

추신수는 음주운전 사건에 대해 “팀 분위기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정말 후회되는 일이었다”라며 “스스로 화가 많이 났고 비난도 감수하겠다는 생각이었다”라고 고백했다.

이어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면서 “모든 사람들의 말이 신경쓰였고 인터넷으로 반응도 체크했다. 기사보다는 댓글들이 더 나빴다”면서 ‘USA 투데이’에 마음고생이 심했음을 밝혔다.

추신수에 따르면 국내 네티즌들 중 일부는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야구 금메달 획득으로 얻은 병역면제를 취소하라”등의 악플까지 달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추신수는 당시 괴로움을 아내와 클리블랜드 감독의 위안으로 벗어났다. 두 사람은 많은 이야기를 건네면서 추신수의 머릿속에 있는 후회와 불안을 몰아냈다.

하지만 추신수는 지난 6월 터진 왼 엄지 골절상으로 더욱 어려운 시간을 보내게 됐다. ‘USA 투데이’는 ‘초여름은 그에게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간으로 자리 잡았을 것’이라는 내용을 전하기도 했다.

자칫 긴 슬럼프에 빠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추추 트레인’은 보란 듯이 부활했다. 왼 엄지 골절상을 털고 지난 8월 13일 복귀한 추신수는 곧바로 맹타를 휘둘렀다. 추신수는 복귀 이후의 타율이 0.343(35타수 12안타)으로 그동안의 공백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다이빙 수비’와 ‘레이저 송구’ 출격 완료

특히 복귀 이후 6경기 연속 안타와 이틀 연속 멀티히트는 움츠러들었던 추신수의 존재감을 되살리는 데 큰 몫을 했다.

추신수는 지난 8월 22일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의 원정경기에 우익수 겸 2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5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같은 달 21일 홈런포에 이은 맹활약이었다.

8월 21일 디트로이트전에서 시즌 6호 홈런포를 포함해 4타수 3안타를 날린 추신수는 22일 경기에서도 2안타 이상을 때려 타격감을 끌어 올렸다.

클리블랜드는 지난 8월 24일 기준으로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에서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공동순위다.

한편 추신수를 포함한 클리블랜드 선수들의 동료애가 언론 보도로 뒤늦게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8월 5일 클리블랜드는 ‘보스턴 레드삭스’ 와의 경기 후 백업 내야수 잭 해너한의 어머니로부터 급한 연락을 받았다. 첫 아들을 임신한 해너한의 아내가 갑작스러운 산통으로 병원에 입원했다는 것. 원래 출산 예정일은 10월 26일이었지만 예기치 못한 사정으로 앞당겨졌다. 클리블랜드로 가는 비행기는 모두 끊겼기 때문에 다음 날까지 기다려야 했다. 전세기를 타는 방법이 있었지만 3만5000달러(약 3800만 원)의 요금은 연봉 50만 달러의 해너한에게 큰 부담이었다.

추신수를 비롯한 팀 동료들은 “태어날 아들을 보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비용을 모았다. 덕분에 해너한은 병원에 무사히 도착한 뒤 1.4kg의 아이가 태어나는 시간을 함께했다.

당시 추신수는 부상자 명단에 올라 있었지만 자식을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을 이해했기 때문에 비행기 요금 모으기에 기꺼이 참여했다.

[이창환 기자] hojj@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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