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신동빈, 父子 간 ‘경영 불화설’ 내막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좌) - 신동빈 한국롯데 회장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과 신동빈 한국롯데 회장 간 ‘경영 불화설’이 제기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 배경에는 두 父子 간의 경영 스타일이 판이하게 달라 사업 방향을 정하기 전에 의견충돌이 잦다는 지적이다. 신 총괄회장은 1960년대 한국롯데를 창업하면서 식품과 유통 분야를 비롯한 상대적으로 위험이 작은 내수 위주의 사업을 택했다. 게다가 목 좋은 땅을 선점한 후 경제성장으로 인한 지가상승의 혜택을 톡톡히 얻어 오늘날 ‘부동산 재벌’ 롯데를 일궜다.

반면 아들 신 회장은 일본 노무라 증권에서 증권 관련 업무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 후 한국에 건너와 신 총괄회장의 비호를 받아 롯데그룹의 요직을 두루 거치며 경영수업을 받았다. 더욱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는 ‘증권맨’으로서 경험을 살려 오히려 공격적인 해외투자와 M&A에 관심을 보였다. 아버지 신 총괄회장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경영 행보를 보였다. 이에 [일요서울]이 연속 기획으로 두 부자 간 경영 불화 내막과 신 회장의 행보에 대해 집중 조명해본다.

신 총괄회장은 땅을 직접 사서 개발하는 방식으로 기업을 성장시켜왔다. 서울 양평동 롯데제과 사옥 부지(1967년), 잠실 롯데월드 부지(1981년), 제2롯데월드 부지(1987년)는 신 총괄회장이 직접 발품을 팔며 매입해, 추후 개발을 준비한 땅이다.

IMF 외환위기 당시에도 부채비율이 낮아 구조조정을 굳이 할 이유도 없었고 부동산에 대한 믿음이 워낙 강해서인지 땅만큼은 절대로 건드리지도 않았다.

그러나 신 회장은 지난 2009년에 발표한 ‘2018 비전(매출 200조 원)’을 달성하기 위해 공격적인 해외투자와 인수합병(M&A)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이를 위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외부차입과 부동산을 매각해야 했고, 이와 관련해 신 회장이 신 총괄회장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의견충돌이 잦았다고 알려졌다.

또한 재계의 한 소식통에 의하면 “신 회장이 외부차입과 부동산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공격적인 해외투자와 M&A를 통한 사세 확장을 하는 것에 대해 초기에는 신 총괄회장이 매우 우려하며 불편해 한 바 있었다”고 전했다.

두 부자의 잦은 마찰에 대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그러한 사실에 대해서는 전혀 들은 바가 없다”고 일축했다.


윤리 경영 어디에…

신 회장은 신 총괄회장과는 전혀 다른 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논란을 빚었던 롯데마트 ‘통큰 치킨’이 가장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영세 자영업자 죽이기’라는 여론의 비난을 받고 제품 판매를 중단했다. 사회 도덕적 통상 관념의 윤리 경영의 최근 추세에서 바라보면 “돈 되는 사업이라면…”에서 두 부자가 닮았다.

지난 2월 중순 정기임원인사에서 신 회장은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해 2세 경영체제의 닻을 올렸다는 재계의 평가가 쏟아졌다.

이에 앞서 신 회장은 2009년에 롯데그룹이 향후 2018년까지 매출 200조 원을 달성해 ‘아시아 TOP10 글로벌 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2018 비전’을 선언했다.

신 회장이 ‘2018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난해 기록한 총매출 61조 원을 앞으로 남은 8년 동안 약 3배 이상 성장시켜야 한다. 따라서 재계에서는 “비전 달성을 위해서는 신 회장이 해외진출과 M&A를 통해 회사의 덩치를 키울 수밖에 없다”라고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신 회장은 ‘2018 아시아 TOP10 글로벌 그룹’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그동안 인수합병(M&A)에 막대한 돈을 투자해왔다. 지난해에만 4조 원이 넘는 돈을 쏟아 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008년 6254억 원, 2009년 1조4899억 원에 불과했던 인수자금보다 전년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인수자금 확보를 위해 외부차입은 물론 부동산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해외투자 “빨간불”

그러나 최근 롯데그룹이 의욕적으로 추진해오던 베트남 사업에 잇달아 적신호가 켜졌다. 지난 7월 말 대우건설이 보유했던 ‘하노이 대우호텔’과 부속 서비스 제공 아파트 및 사무실 전용 빌딩인 ‘대하 비즈니스 센터(DBC)’를 베트남 국영기업인 하넬에게 빼앗겼다.

또한 대형 할인점 ‘롯데마트’도 지난 2008년 말 호찌민 시의 푸미흥 신도시 지역에 1호점을 연 것을 시작으로 2호점 개점을 서둘렀으나 코옵마트 등 현지 경쟁업체들의 조직적인 반발과 베트남 당국의 허가 지연 등으로 매장 완공 1년여 만인 지난해 7월 영업허가를 겨우 받은 바 있다.

롯데마트는 이후 다점포화 전략을 추진해왔으나 증자 문제 등으로 현지 동업자(소유 지분 20%)와 갈등을 빚고 있다. 이 문제는 양측의 입장 차가 너무 커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찌민 시의 투티엠 지역에서는 호텔, 백화점, 대형 할인점, 놀이시설 등을 건설하려던 계획도 토지 보상 문제 등으로 사실상 백지화됐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롯데가 신동빈 회장 체제 출범과 함께 현지의 특성을 무시한 채 현금 동원력을 무기로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결과, 의욕적으로 추진해오던 베트남 사업에 적신호가 잇달아 들어온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소식통도 “현지에 진출한 대다수의 한국 대기업들은 현지의 움직임을 체계적으로 파악해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반해 롯데의 경우는 이러한 부분을 무시해 어려움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고 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의욕적인 해외투자와 M&A전략을 추진하고 있어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다만 베트남에서처럼 현지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신동빈 회장의 ‘공격 경영’에 적신호가 켜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 회장이 ‘2018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공격적인 경영 행보를 하는 것에 대해 증권사 한 관계자는 “롯데가 최근 들어 공격적 경영과 아울러 내부적 효율성을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다만 지난해 이미 해외투자 부문 지분법 평가손실이 900억 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조금은 더 시간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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