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억 대 철거사업권 노리고 물불 안 가렸다

경비·철거 업체를 운영하며 재개발 추진위원장 선거에 개입해 수십억 원대의 철거 사업권을 챙기려 조직폭력배 190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합법을 가장한 경비·철거 업체를 차려 재개발 관련 철거권 이권 취득을 목적으로 추진위 측과 결탁해 폭력을 행사해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이들은 재개발 현장 등에서 소위 ‘해결사’ 노릇을 하는 최근 건설, 유통, 용역 합법을 가장한 형태로 변화고 있는 ‘조폭의 기업화’ 추세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는 서울 동대문 L구역 재개발사업과 관련해 경비·철거 업체를 운영하며 80 상당의 철거사업권을 받는 조건으로 재개발 추진위원장 선거에 개입, 집단 폭력을 행사한 조폭 출신의 대표 김모(45) 용역폭력배 190명을 검거했다고 지난 8 밝혔다.

 

용역경비원 동원해 이권 개입

 

김씨는 90년대부터 전북지역 폭력조직을 조직해 자금책으로 활동하다 1994 구속돼 3 6개월간 복역했다. 김씨가 구속되자 조직은 규합이 어려워지면서 와해됐다. 김씨는 2003 해외에 다녀온 “돈과 사람이 모인 곳에 가야 돈을 있다”는 생각에 전북에서 서울로 진출해 용역·경비업체를 운영했다.

김씨는 추종 폭력배들을 용역경비원으로 동원해 각종 이권에 개입했다. 특히 경찰에 붙잡힌 용역폭력배 34명은 지난 5 아산 유성기업사건, 지난 1 관악 공인중개사협회사건, 지난해 6 황학동 롯데캐슬사건, 2009 8 송파 선상레스토랑사건, 2009 5 서초 리버사이드호텔 사건, 2009 4 도봉사 사건 각종 분쟁·이권 현장에 상습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바지사장’을 법인대표로 내세우고 용역·경비업체를 운영했는데 사무실에 횟칼과 대검, 단검, 표창, 야구방망이, 대형쇠망치, 쇠파이프 각목 각종 흉기를 구비·보관하면서 각종 이권대립 현장에서 사용했다.

이들은 평소에는 3~5명씩 소규모 단위로 합숙생활을 하면서 필요시 연합해 사적인 청부를 받고 조직적으로 집단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점조직으로 연결된 이들은 대표와 용역 실장 간부급들이 청부가 들어왔다고 용역폭력배들에게 연락하면 해당 이권 현장에 개입했다.

특히 김씨는 컴퓨터에 ‘우리 식구들’이라는 파일에 150 명의 조직원 명단을 관리해왔으며, ‘타지 식구들’이라는 파일에는 ‘인천○○파’ ‘전주○○파’ ‘광주○○파’ 전국 폭력조직원 100 명의 명단과 연락처도 관리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는 90년대에 폭력조직을 결성한 인물로, 전국 폭력조직과 여전히 연결되어 있었다”며 “김씨 조직이 와해됐어도 폭력조직들과의 끈끈한 유대관계는 이어져 것으로 폭력 조직들은 암암리에 연결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각종 흉기로 중무장해 난동

 

김씨 등은 2003 2월부터 동대문 L구역 재개발 추진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연임을 노린 K씨와 결탁해 재개발 추진위원장 선거에 개입했다. 김씨 등은 K씨를 그림자 경호하고 반대 주민과 마찰이 있으면 폭력을 행사했다.

K씨는 동대문 구민회관 대강당에서 예정되어 있는 집행부 선거에 재출마했으나 낙선이 우려되자 지난 8 2 자체 선임된 선관위 공정성을 문제 삼아 주민총회를 일방적으로 연기했다. 하지만 선관위 측에서 절차적 하자 등을 이유로 강행하려 하자 고향 선후배 관계인 김씨 등과 범행을 공모하게 됐다.

동대문 L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은 2003 3 주택재개발정비사업추진위를 설립했으나 현재까지 주민 75% 동의를 받지 못해 조합설립을 하지 못한 상태였다. 지역 주민들이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이 지지부진한 이유가 추진위원장 집행부 비리 때문이라고 의혹을 제기하는 낙선이 예상되자 부재자 투표함을 몰래 빼내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 등도 역시 K씨의 도움을 받아 조합을 설립 80 원대에 이르는 철거사업권을 취득하기로 상태로 K씨의 추진위원장직 유지가 필수적인 상황이었다.

이들은 경비업체 소속 폭력배 51명을 동원해 통일된 검은색 대테러 복장을 착용하게 하고, 절단기와 쇠망치, 쇠파이프, 사다리 등으로 중무장한 투표함을 탈취하게 했다. 중무장한 이들은 지난해 8 3 오전 5 30분께 추진위 사무실에 진입해 1 출입문을 절단기로 부수고, 투표함이 보관된 2층으로 올라가려 했으나 경비원들의 저지에 부딪쳐 실패했다. 이에 곧바로 건물 외벽에 사다리 2개를 설치해 2층으로 올라가 대형 쇠망치와 쇠파이프로 유리창을 깨트린 2 사무실로 진입했다. 이들은 과정에서 저항하는 경비원들을 쇠망치와 쇠파이프 등으로 집단폭행했다.

경찰 관계자는 K씨는 추진위원장 유지가 필요했고, 김씨 등은 80 상당의 철거사업권에 눈독을 들인 것으로 서로의 이익이 맞아 떨어진 것”이라며 “김씨는 철거사업권을 따기 위해 김씨를 그림자 경호하고, 각종 폭력을 행사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용역경비원들이 재개발 현장, 노사분규 각종 갈등 현장에서 합법적 형태로 가장해 폭력을 행사하는 ‘해결사’ 역할을 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며 “특히 재개발 현장에서의 폭력행위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이번 주택재개발 추진위 전원이 협력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하고, 감사 역시 나눠먹기식으로 금품을 수수하는 먹이사슬 공생관계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홍보업체 역시 재개발 추진위원회 측의 묵인 하에 홍보인원 부풀리기 방식으로 사실상 19000 상당의 용역비만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인천 장례식장 폭력사건 이후 ‘조폭과의 전쟁’을 선포한 경찰은 재건축 철거사업권 등을 노리는 기업형 조폭 소탕을 위해 대대적 단속에 돌입했다. 경찰은 지난달 24일부터 오는 12 31일까지 ‘조직폭력배 특별단속’기간으로 정해 단속을 벌인 결과 지난 9일까지 폭력조직원 329명을 검거해 45명을 구속했다.

 <최은서 기자> choie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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