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家 이야기] 롯데그룹 편 <속>

- 한·일 롯데 간 지배구조 정리돼야 승계 마무리된다
- 경영환경 변화에 따라 형제간 골육상쟁 있을 수 있어

한국과 일본에 기반을 두고 있는 롯데그룹의 실질적 지배구조는 베일에 싸여 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한국 롯데 경영권은 차남 신동빈 회장에게, 일본 롯데는 장남 신동주 부회장에게 물려주는 것으로 승계구도를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일본 롯데를 비롯해 한·일 롯데 간 지배구조와 형제 간의 지분 소유 문제가 정리돼야 비로소 경영권 승계가 마무리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롯데家는 한국과 일본에 있는 비상장 계열사들을 통한 폐쇄적인 지배구조로 오너일가가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도록 했다. 롯데그룹 직원들조차도 지배구조를 잘 알지 못할 정도로 치밀하다는 전언이다. 이에 [일요서울]이 연속 기획으로 롯데그룹의 지배구조와 경영권 향방에 대해 집중 조명해본다.

올해 초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향후 경영체제와 관련 “형(신동주)은 일본, 내가 한국을 담당하는 방향으로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신동빈 회장의 대항마로 거론되던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이 지난 2월 정기임원 인사에서 승진이 좌절되자 사실상 후계구도에 종지부를 찍는 듯했다.

따라서 한국 롯데가 신동빈 체제를 공식화함에 따라 그동안 제기되어 왔던 형제 간 경영권 분쟁은 일단 해소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재계 한 관계자는 “지분구조상 호텔롯데가 일본 롯데의 지배를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신동빈 회장 체제가 출범한 만큼 롯데그룹의 후계구도가 완전히 정립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형 신동주 부회장과의 후계 논란도 사그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일본 롯데보다 덩치가 10배 정도 큰 한국 롯데의 경영성과에 따라 재차 경영권 분쟁의 여지를 배제할 수 없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국 롯데가 신동빈 회장 체제를 공식화한 가운데 형제 간 지분구조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누가 호텔롯데 지분을 더 많이 갖고 있느냐에 따라 롯데그룹 경영권의 향배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경영권과 관련 “일본은 장남 신동주 부회장이, 한국은 차남 신동빈 회장 체제로 경영권 승계는 마무리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형’ 손 뻗으면 ‘동생’ 경영권… “아뿔사”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여타 재벌에 비해 비상장사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61개의 계열사 중 상장사는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삼강 등 단 8개뿐이다. 나머지 비상장사 지분은 오너 일가들이 나눠 지배하고 있는 구조다. 

호텔롯데는 롯데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 역할을 맡고 있다. 호텔롯데가 가지고 있는 지분을 살펴보면, 롯데쇼핑 9.58%, 롯데제과 15.3%, 롯데삼강 9.8%, 호남석유화학 13.64%, 롯데알미늄 13.0%, 롯데건설 40.6%, 롯데캐피탈 26.6%, 롯데물산 31.1%으로 그룹의 주요 계열사 전체를 아우르는 구조다.

음식료 제조 분야는 롯데제과가, 유통분야는 롯데쇼핑을 위주로 해서 지배가 이뤄지는 모양새다. 또한 금융계열사인 롯데캐피탈과 롯데카드, 롯데손해보험 역시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이 나눠 지배하고 있다.

또한 석유화학과 관광레저 사업은 일본 롯데홀딩스 등이 지배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호남석유화학의 최대주주는 33.6%인 롯데물산이다. 나머지는 호텔롯데와 일본 롯데홀딩스가 각각 13.6%, 10.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최대주주인 롯데물산은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배를 받고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롯데물산의 68.9%를 보유하고 있다.

결국 한국 롯데는 호텔롯데의 지배구조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호텔롯데의 최대주주인 일본 롯데홀딩스가 한국 롯데의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 관심의 대상이 된다. 여기에 현재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는 일본 롯데홀딩스로 전체지분의 19.2%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일본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가 신동빈 회장의 형인 신동주 일본 롯데 부회장이라는 것.

일각에선 “신동빈 회장이 한국 롯데에서 공식적으로 닻을 올렸지만 지배구조에선 형인 신동주 부회장의 영향력이 더 클 수도 있다”는 조심스런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신동주 부회장의 입김이 훨씬 더 강하게 작용할 수 있는 지분 구조 탓이다. 실질적인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인 호텔롯데를 장악하고 있는 사람은 신동주 부회장이라는 점이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어서다.

일본 롯데의 지배구조가 잘 드러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주주구성 때문이기도 하다. 일본 롯데는 일본에서 누구 소유인지 알기 어려운 투자전문회사를 여러 개 만들어 출자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오너가 직접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것과 달리 오너 소유일 것으로 추정되는 회사를 통해 간접 지배하고 있는 방식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한·일 양국에 걸쳐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러한 지분구조가 정리되지 않는 한, 롯데家의 제2차 형제 간 골육상쟁은 신 총괄회장이 그러했던 것처럼 대를 이어 나타날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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