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투수는 없고 병살타 타자만 있다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에 관한 인사청문회에서 김태호 후보자가 모두발언을 하자 카메라 플레쉬가 작렬하고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 이후 입각 후보자들의 자질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위장전입, 탈세, 부동산 투기 등 각종 비리의혹이 야당 의원들을 통해 제기됐다. 이명박 정권(MB정권)의 인사시스템 부재가 논란이 되고 있다. MB정부는 그동안 인사에 있어서 ‘고소영’, ‘강부자’ 내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학연, 지연 등에 얽힌 부자 내각이란 뜻이다. 사실 MB정권 인사는 정권이 출범하기도 전부터 말썽을 일으켰다. MB가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터진 ‘인수위 장어향응’ 파문이다. 2008년 2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멤버 다수가 인천시 관계자들로부터 장어를 대량 얻어먹은 사실이 드러나 인수위 멤버들이 사퇴한 사건이다. 시작부터 삐걱거린 MB의 인사스타일을 짚어봤다.

MB정권은 그동안 인사를 단행할 때마다 후보자들의 자질논란에 휩싸였다. 시작은 화끈했다.

17대 인수위 관계자 9명은 지난 2008년 2월 지인 다수와 함께 강화도의 한 유명 장어 집에서 장어요리를 인천시 관계자들로부터 접대 받았다. 장어접대 사실이 언론을 통해 드러나자 인수위 관계자 2명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사퇴자는 당시 국가경쟁력특위 소속 인수위원인 허증수 기후변화·에너지 티에프팀장과 접대자리를 주선한 박창호 비상임 자문위원이다. 인수위 자문위원이었던 고종완 (주)RE멤버스 대표가 자문위원 자격을 이용해 고액상담을 했다가 해임된 데 이어 발생한 일이라 도덕성 문제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이 뿐만 아니다. 같은 달 박은경 환경부 장관 내정자, 이춘호 여성부 장관 내정자, 남주홍 통일부 장관 내정자가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 자녀의 이중국적 등과 관련된 의혹으로 자진 사퇴했다. 정권 출범 초기부터 인사검증 시스템의 문제점이 노출된 것이다.

지난해 7월에는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스폰서 의혹과 위장전입 등이 논란이 되면서 청문회에서 중도 사퇴했다. 청와대는 천 후보자의 낙마 이후 인사검증 시스템 강화를 외치면서 예비검증 및 자기검증 질문서 작성 절차를 강화하는 등 각종 장치를 마련했다. 인사기획관 자리도 신설했다. 당시 청와대 안팎에서 인사수석비서관 신설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인사개입 등 부작용을 우려해 수석급의 인사기획관으로 자리가 마련된 것.


청와대, 인사검증 보완에도 제자리

청와대는 두 차례에 걸쳐 인사파동을 겪은 뒤 공직후보자에게 160개의 사전 인사검증 질문서를 작성해 제출하도록 했다.

또 30개 항목에 걸쳐 위법사항이 있는 지 여부를 국세청 등 관련부처에 자료를 넘겨받아 검증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현재까지 청와대의 인사검증 문제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8일 발표된 실용정부의 3기 내각은 40대 젊은 총리를 내세운 ‘젊은 내각’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여전히 자질 검증 논란은 가시지 않고 있다.

지난 1,2기에 비해 젊어졌을 뿐 ‘고소영’, ‘강부자’ 식 인사는 변한 것이 없고 오히려 ‘회전문 인사’ 라는 비판도 나왔다.

후보자들의 실정법 위반 사례 등을 비롯해 도덕적 비위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재훈 지식경제부장관 후보자는 서울 강남에 10억 원 상당의 아파트를 소유하고도 노원구 중계동과 남대문시장에 상가를 소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이 후보자에게 투기의혹이 제기됐다. 신재민 문화부장관 후보자는 청문회를 통해 ‘비리 종합 백화점’이라는 오명을 썼다. 신 후보자는 부동산 가격이 오르던 2006년 경기도 양평에 땅을 사들여 부동산 투기의혹을 받고 있다. 자녀 교육을 위한 위장전입은 청문회의 단골 메뉴가 됐다.


아버지의 ‘정’ 때문에 실정법 위반?

신 후보자는 청문회에 세 자녀의 위장전입에 대해 “아버지의 정 때문에 불가피했다”고 해명했다.

신 후보자는 위장전입 사실을 시인하며 “세 딸의 학교 전학을 위해 4차례 주민등록법을 어기고 주소를 이전한 적이 있다”면서 “성실히 법을 지키고 살아가는 국민과 청문위원들에게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신 후보자의 해명도 명쾌하지 못했다. 그는 위장전입 배경에 대해서는 “목동에서 일산으로 이사를 했는데 큰 딸이 이사 간 학교에서 왕따를 당했다”고 밝혔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장관 한번 해보겠다고 딸 까지 팔아야 했느냐”면서 거센 공세를 퍼부어댔다.

학교 부적응 문제를 겪었던 신 후보자의 세 자녀는 모두 외국어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국내 명문대에 진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은 이재오, 유정복, 박재완 후보자만 수용했고, 여타 다른 후보자에 대해선 반대의견을 내보였다. 일부 후보자들에게서 위장전입, 논문표절, 부동산투기 등이 문제가 됐다. 과거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선 위장전입 등이 도덕적 결점이 되어 낙마사유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정부에선 관대한 입장이다. 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울 만큼 도덕적 결점이 아니라는 이유에서이다.

청와대도 인사 검증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지만 현재 기준으로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검증을 했을 경우 결점이 아예 없는 적임자를 찾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임명을 철회하지 않고 강행군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이 대통령의 용인술에 리더십과 인사스타일의 괴리현상, 연고적 경력주의, 비(非) 실용주의 현상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이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이 집권 초기에는 사적 연고를 바탕으로 능력을 중시하는 ‘연고적 능력주의'였으나 갈수록 사적 연고와 경력을 동시에 중시하는 ‘연고적 경력주의'로 흐르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