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카드 대전, 승자는 누구


- 하나SK카드, 초기 시장 90% 점유로 모바일카드 문화 선도해
- KT-BC카드, 모바일 지급 결제 표준으로 글로벌 금융사 꿈꿔

현재 하나SK카드(사장 이강태)는 모바일카드 시장을 압도적으로 차지하고 있는 독자 기수다. 이에 KT(회장 이석채)가 인수한 BC카드(사장 이종호)가 최근 모바일카드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고 기존 신용카드사들은 이를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작금의 모바일카드 시장은 일반 신용카드 시장에 비해 극히 작은 규모다. 하지만 장차 모바일카드가 진화하면 마그네틱 카드의 아성을 뛰어 넘을 수도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이에 향후 모바일카드 시장의 방향과 두 라이벌을 조명해 본다.

신용카드가 처음 탄생한 것은 지난 1950년대다. 당시 개인의 신용을 확인하기 위해 사용된 마그네틱 카드인식기(MSR) 방식은 60년이 넘도록 쓰이고 있다.

마그네틱 카드는 쉽게 복제가 가능해 이로 인한 금융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복제가 어려운 집적회로(IC) 카드가 개발되기도 했지만 마그네틱 방식은 여전히 우세했다.

현재까지도 마그네틱과 IC 등 플라스틱 카드는 신용카드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스마트폰 사용 확대와 비접촉식 무선근거리통신(NFC)의 발달로 인해 새롭게 모바일카드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모바일카드가 처음 탄생한 것은 지난 2002년이지만 10여 년 동안 정체되어 있다가 이제야 기지개를 켜는 셈이다. 모바일카드는 휴대전화 안에 IC칩을 넣어 별도의 플라스틱 카드 없이 휴대전화를 가까이 대는 방식으로 상품 및 서비스를 결제할 수 있다.

현재 하나SK카드는 국내 모바일카드 시장의 리더 격이다. 하나금융지주(회장 김승유)와 SK텔레콤(사장 하성민)이 각각 51%, 49%의 지분을 보유한 하나SK카드의 국내 모바일카드 시장 점유율은 90%로 사실상 1인 독주체제다. 지난해 2월 SK텔레콤이 하나SK카드 지분 매입을 통해 직접 투자를 결정한 이후 하나SK카드는 주도적으로 모바일카드 사업을 추진해 왔다.

이강태 하나SK카드 사장은 “모바일 결제 단말기의 보급 부족으로 당분간 모바일카드의 확산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지만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온라인 결제 이용자가 급증하며 모바일카드 보급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모바일카드 발급자 수 증가는 스마트폰 열풍과 함께 더욱 가속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SK카드는 NFC칩을 탑재한 스마트폰 출시와 함께 하나SK 모바일카드의 발급좌수와 매출액이 연초 대비 급증했다고 밝혔다.

특히 발급좌수는 이달 기준 약 15만 건으로 연초 5만 건 수준이었던 것에 비해 약 300% 증가했다. 월 매출액도 3억 원에서 15억 원으로 5배가량 늘어났고, 지난 7월에는 최초로 모바일카드 일 매출액이 1억 원을 돌파하는 등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나SK카드 관계자는 “현재 스마트폰 기반의 M-커머스 서비스 이용량이 높은 편이며 앞으로 NFC 기반의 뉴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통해 모바일카드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후발주자인 KT-BC카드 연합의 행보도 심상찮다. KT와 BC카드는 지난달 24일 KT 광화문 사옥에서 국내 금융산업 스마트시대를 이끌겠다는 내용의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사실상 KT의 모바일 결제 시장 진입을 확정지은 것이다. BC카드는 같은 달 6일 KT캐피탈이 지분 38.86% 인수를 마무리함에 따라 지난 1일 KT그룹 계열사로 공식 편입됐다.

KT와 BC카드는 KT의 ICT 역량과 BC카드의 가맹점 네트워크 역량을 결합해 카드결제 과정에서의 비용발생이 최소화되도록 프로세스 혁신을 추진하고, 양사의 인프라와 마케팅솔루션을 중소상인들에게 지원해 매출이 증대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KT와 BC카드는 플라스틱 카드를 모바일카드로 대체하고 제약 없이 모든 카드사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며 종이전표를 없애 ‘3無 금융서비스’를 실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종호 BC카드 사장은 “BC카드는 최고의 효율성을 제공하는 카드사의 프로세싱 파트너가 되어 모바일 페이먼트 시장의 글로벌 금융사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으며, 이석채 KT 회장은 “KT와 BC카드는 IT와 금융의 융합을 통해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KT-BC카드의 첫번째 발걸음은 지난 24일 ‘BC 차세대 모바일카드’ 사업 출범 선언이다. BC카드에 따르면 BC 차세대 모바일카드는 지난해부터 BC카드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공동 연구를 통해 개발했으며 연내 지식경제부의 국내 모바일 지급결제 표준으로 채택될 예정이다. 특히 모든 결제정보를 암호화하고 오프라인 가맹점 이용 시 결제 단말기 서명방식을 통해 보안성을 크게 강화했다.

또한 BC카드는 기존 플라스틱 카드를 모바일카드로 즉시 발급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행할 예정이며 이달 초에는 통신에 특화된 차세대 모바일 카드 신규 상품을 출시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 통신업계 전문가는 “통신사업자가 특정 서비스를 적용하고 과금할 때 카드사업자와 함께 일하면 수수료 등 많은 부분에서 이익 창출이 가능하다”면서 “하나SK카드나 KT-BC카드연합의 형태에서 볼 수 있듯이 향후 전 세계 대부분의 통신사들이 카드사를 소유하거나 제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통신과 금융이 결합된 형태를 띤 하나SK카드와 KT-BC카드가 국내 모바일카드 시장을 어떻게 양분할지에 대해 귀추가 주목된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