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반 중학생들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피해 학생의 학교생활은 지옥 그 자체였다. 목검 폭력에, 전원선으로 피해 학생의 목을 묶어 끌고 다니며 과자부스러기를 핥도록 하고, 일회용 라이터로 몸을 지지기까지 했다. 어떤 잔인한 폭력조직도 동료에게 이렇게 극악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사정을 접한 친구가 선생님께 알리려고 하자 피해 학생이 “나 맞아 죽는 거 보려고 이러느냐”며 펄쩍 뛰고 말렸다고 한다. 우리 학교, 우리 사회가 어쩌다가 이 지경에 까지 이르렀는지 모르겠다. 가해 학생들은 죄의식조차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 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교육 당국자의 재발 방지 대책이 나왔다.

사람 사는 세상은 어느 때나 인간 개망나니가 있었다. 문제는 학교와 교사의 권위가 사라져 버린 세상이란 점이다. 그 지경에 또 진보니, 보수니 하는 어른들의 대립으로 학교가 정치적 대결 장소로 치닫는 판이다. 교사의 설익은 가치관을 정의와 역사의 이름으로 학생들에게 마구잡이 주입시키는 사례가 더 이상 간헐적이지가 않다.

서울에서 빚고 있는 학생 인권조례안을 둘러싼 논란과 갈등에 대해 과연 집회의 자유, 동성애 차별 금지가 학생들 인권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모르겠다. 동료들의 괴롭힘에 못 견뎌 자살까지 하는 사건이 같은 학교에서 몇 달 간격으로 거푸 일어났다. 왕따 때문에 학교가기 싫다는 학생들이 많다. 진정한 학생들의 인권이 어디서부터 보장돼야 하는 것인지 통찰이 있어야 한다.

일선 학교의 학생 지도 관리에 대한 인식 개선이 뭣보다 급하다. 사건이 확산되자 해당 교육청이 학교 폭력 실태파악을 위해 학생 설문조사를 하고 신고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법석이지만 학교는 오히려 문제 가리기에 급급할 것이 뻔하다. 따돌림 문제가 어린학생들 문제라는 온정주의가 오늘의 실상을 만들었다.

공연히 남을 괴롭히면 엄청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인식이 진작에 있었다면 오늘 같이 학교 현장이 막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느 ‘2010 학교 폭력 실태 조사’에 학교 폭력을 당한 뒤 자살을 생각한 학생이 11.7%로 나왔다. 폭력 양상도 다양해졌다. 교실 넘어 사이버 공간에서의 폭력도 심해졌다. 장난치듯 놀리며 모욕 주는 학대가 확대되고 있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집단 따돌림과 교내 폭력의 사슬을 끊어내야 한다. 왕따는 어른들이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면 방지할 수 있는 일이다. 피상적이고 뻔한 대책보다 따뜻한 대화와 관찰이 필요하다. 왕따로 인해 청소년 학생들이 우울증이나 대인 기피증에 걸려 자살까지 하는 현실이 만연한 개인주의 때문이라고 한 발을 뺄 일이 아니다.

학교 교실이 폭력의 공간이 되면 우리 미래를 망치는 일이다. 물론 극단적인 선택을 한 학생들에게도 이겨내고 해결하려는 의지가 아쉬웠던 점을 부인할 수 없지만, 사회가 이런 비극의 원인을 개인의 문제로 돌렸다간 바로 내 자식이 범죄 피해자나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사회전체가 함께 해결할 문제라는 전제가 요체일 것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