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정치의식 변화와 디레버러지 두 축으로

각국 정부, 가장 적절한 수준의 디레버러지 감행
글로벌 경제 침체 영향으로 활력 저하 어려움 직면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다. 용의 해인 올해는 무엇보다 정치의 계절이 될 것이다. 작년 10월말, 시민운동가 박원순의 서울시장 당선으로 조금 일찍 시작된 정치일정이 총선출마를 염두에 둔 예비후보자들의 등록과 동시에 올해 대통령 선거를 결승점으로 삼아 본격적인 레이스에 돌입하고 있다. 야권 대통합과 여권의 환골탈태가 용호상박의 기세로 맞부딪치는 와중에 대한민국 정치의 주요 변수 중 하나인 북한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부음을 알리며 끼어드는 형국이다.

투자자 중에는 경제만 잘 알면 그 뿐이라는 분들이 간혹 있다. 이는 나무는 보되 숲은 보지 못하는 편협한 사고방식이다. 국민 모두의 가슴에 쓰라린 상처로 남은 1997년의 IMF 사태가 순수하게 경제적인 사건이었을까? 혹자는 그것의 경제적인 면을 강조하며 경제적 실패라고 규정하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경제정책을 담당한 정치 및 사회시스템의 결함이 근본적인 원인이었음을 알 수 있다.

정치는 경제뿐만 아니라 한 사회의 모든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좌우하는 대단히 중요한 요소로 무릇 정치의 변혁은 주권자인 국민 의식의 변화에서 비롯된다. 국민이 변할 경우 정치가 변하고, 변화된 정치는 국가를 운영하는 전체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토록 중요한 정치 분야에서 시스템 근간을 뒤흔들 수도 있을 미묘한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지난 10월 지지율 5%에 불과한 박원순의 서울시장 당선과 안철수의 급부상은 국민의 의식이 어디로 향하는지를 뚜렷하게 드러난 사건이었다. 또 며칠 전 증시를 뒤흔들었던 김정일 사망 역시 한반도에 새로운 시대가 다가오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정치의식 변화와 디레버러지

경제적인 면에서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2008년 미국 모기지 사태에서 불거진 세계경제의 위기는 그간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함으로써 가까스로 어려움을 타개해 왔음은 알려진 사실이다. 유동성 공급에 의한 인위적 경기부양이라는 바람직스럽지 못한 영향이 2~3년 뒤부터 현실화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제부터 눈앞에 펼쳐질 상황은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부터 현재까지와는 본질적으로 전혀 다른 양상이 될 것이다.

올 한해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사회문화적 모든 국면의 전환은 이 두 가지 화두를 축으로 ‘패러다임 쉬프트’라고 불러도 무방할 만큼 근본적이고 심대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나는 꼼수다> 열풍과 <청년유니온> 출범으로 대표되는 2030세대를 중심으로 한 정치의식의 변화는 때마침 다가온 총선과 대선 등의 정치일정과 결부되어 올 한 해 뜨거운 격변을 예고하고 있다. 기존 정치권 역시 이러한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자신이 가진 기존의 틀을 혁파하고 새로운 틀을 제시함으로써 보다 유리한 기회로 삼으려고 기민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경제 분야에서 올 한 해 최대 이슈는 바로 디레버러징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08년의 금융 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각국의 유동성 공급은 사실 빚으로 빚을 막는 돌려막기에 불과하다. 불행히도 돌려막기는 영원히 지속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각국 정부는 스스로에게 가장 적절한 수준의 디레버러지를 감행할 것이며, 이는 글로벌 경제에 일정 수준의 디쎄션을 불러올 것이다. 따라서 수출 주도형 소규모 개방경제 체제인 대한민국 경제는 글로벌 경제 침체의 영향으로 활력이 저하되는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식상한 표현이긴 하지만 어쨌든 위기는 위험이자 기회이다. 일본보다 먼저 아시아 최초로 정치적 민주화와 경제적 풍요를 동시에 성취한 대한민국은 늘 그래왔듯 위기 앞에서도 당당한 ‘Pride of ASIA’가 될 것이다. 또한 이것은 일찍이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서 세계인의 찬탄을 받았던 대한민국이 용의 해인 올해 필연적으로 맞닥뜨려야 할 운명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전진오 굿세이닷컴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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