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家 형제 싸움 ‘막전막후’

- ‘아름다운(?) 형제의 난’...3세들 대응 여부에 ‘눈길’
- 형제 간 싸움 지속될수록 기업이미지 나빠져 ‘울상’

금호家 형제들의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화해 제스처를 취하는 듯하면서도 시간이 지나면 또 다시 형제 간 싸움으로 비화되고 있다. 최근에도 형제들이 각자 지분을 매각하면서 자기 밥그릇을 확실히 가르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향후 금호家 형제들의 싸움이 3세들의 경영 싸움으로 비화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아버지 대에서 끝내지 못한 아들들의 힘겨루기가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아버지들이 일으켰던 ‘형제의 난’을 재현할지에 초미의 관심사가 모이고 있는 현황을 들여다 봤다.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그룹 회장,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통상적으로 재벌 그룹들은 2세까지는 형제경영을 유지해도 3세부터는 분가의 수순을 밟는다. 보통 3세들은 입사 후 4년도 채 되지 않아 임원으로 승진하는데 이때 나이는 평균 31세에 불과하다. 일반 직장인들의 경우 임원 승진은 23년이 걸리고 그마저도 0.6%의 확률로 임명되는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이에 최근 대기업 총수 일가들의 3세 경영이 주목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금호아시아나그룹(회장 박삼구)과 금호석유화학(회장 박찬구)의 3세 승진이 재계의 눈길을 끄는 이유는 남다르다.

먼저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삼구 회장의 장남인 박세창 금호타이어 전무가 승진 1년 만에 다시 부사장으로 올라섰다. 또한 금호석유화학은 고(故) 박정구 회장의 장남인 박철완 부장과 박찬구 회장의 장남인 박준경 부장이 상무보로 승진했다.

특히 금호석유화학의 3세들은 상무보 승진이 두 번째라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10년 4월 상무보로 승진했다가 3개월 만에 부장으로 강등된 후 다시 상무보에 오른 것이다.

재계 관계자들은 “3세들에게 현장 경험을 강조하며 강등까지 시켰던 박찬구 회장이 왜 이때 이들을 승진시켰겠느냐”면서 “이는 형인 박삼구 회장이 장남을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시킨 것에 대한 맞대항”이라고 평했다.

실제로 이들의 승진 발령은 불과 5일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먼저였고 금호석유화학이 그 뒤를 이었다. 계열분리를 앞두고 양쪽 진영 모두 한시라도 빨리 3세들의 경영일선 배치를 완료해 본격적인 대결 구도를 펼치는 형국이다.

일각에서는 ‘형제의 난’으로 대표되는 지분 싸움 이후 금호그룹이 가장 주목받는 시기라고 말하고 있다.

지난 2009년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은 그룹 경영권을 놓고 ‘형제의 난’을 벌이다가 같은 해 7월 동반퇴진을 발표했다. 박찬구 회장은 이사회에서 전격 해임됐으며 박삼구 회장은 동생 퇴진의 책임을 지고 명예회장으로 물러났던 것이다.

이에 반발한 박찬구 회장은 박삼구 회장에게 경영 책임을 묻겠다고 밝히면서 파국으로 치달을 뻔 했으나 다시 박삼구 회장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을, 박찬구 회장이 금호석화를 맡아 분리 경영하기로 하면서 잠시 휴전에 접어들었다.

당시 박찬구 회장은 형제 간 사전 합의 없이 지분 보유의 삼각 비율을 깼고 이로 인해 다른 형제들의 분노를 산 것이 해임 이유로 거론됐다. 이전까지 박삼구, 박찬구 회장 및 고 박정구 회장의 장남인 박철완 아시아나항공 부장이 각각 10.1%씩 보유하던 황금비율은 유명했다. 하지만 박찬구 회장이 장남과 함께 지분을 사들이면서 부자가 보유한 지분이 18.47%로 높아진 것이 화근이었다.

사실 전부터 이들의 형제경영은 흔들리고 있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박찬구 회장이 애초부터 그룹 경영권을 쥘 수 없었다는 것이다.

앞서 박삼구 회장은 “내게 유고(有故)가 있을 경우 내부 전문경영인이나 외부 덕망 있는 인사를 그룹 회장으로 추대한다는 선대와의 합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때문에 이 사실을 염두에 둔 박찬구 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갖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었다. 박찬구 회장이 금호석유화학을 중심으로 계열을 분리할 것이라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고 결국 계열분리가 진행되는 것이 그 반증이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금호家 내에서 65세가 넘어가면 형제에게 그룹 경영권을 넘겨주는 ‘65세룰’에 대한 불안, 형제들이 계열사 주식에 각각 4분의 1만큼 출자해 공동으로 경영한다는 ‘4가계 합의문’ 위반에 대한 앙금, 박삼구 회장의 대우건설·대한통운의 무리한 인수 추진을 두고 박찬구 회장이 우려를 나타낸 것 등이 갈등 요인으로 한 데 어우러지면서 “형제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평가가 이어졌었다.

금호家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아버지들의 싸움이 아들들에게 넘어가면 어떤 양상으로 이어질지 궁금하다”면서 “이번 금호家의 3세 경영 본격화가 단순한 계열분리로 끝날지 아니면 또 다른 ‘형제의 난’이 도사리고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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