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덕 한나라당 의원이 검찰에 나가 돈봉투 살포 의혹의 당사자가 박희태 국회의장 측이었다고 밝혔다. 세간에 떠돌던 정치권의 전당대회 돈 살포 소문이 그 실체를 드러냈다. 고 의원의 진술 내용이 아주 구체적이나 박 의장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아주 많이 봐왔던 모습이다.

과거 정치권 사건치고 혐의를 쉽게 인정한 사건이 없다. 한결같이 음모론을 제기 했다. 특히 법조출신 정치인들의 일단 ‘오리발’ 내밀고 보는 행태는 자신들이 잡아넣고 심판했던 전문 범죄자들 보다 더하면 더 했지 조금도 덜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사회는 잘못이 드러나면 무조건 오리발이 최고 ‘빽’이라고들 망설임 없이 말한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 앞에 한 점 의혹 없이 철저히 밝히고 앞으로 과거의 잘못된 부분이 나오더라도 다 털고 갈 것”이라고 했다. 당연하다. 사람과 의식 모두를 바꿔야 한다. 야권도 자유롭지 않다.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야권의 “금품 살포를 목격한 바도 있고 경험한 바도 있다”는 증언을 했다.

돈으로 줄을 세우고 패거리를 동원하는 구태 정치를 끝장낼 때가 이제 온 것 같다. 지금까지 우리 정당 구조는 당권파 소수가 공천권과 인사권을 독점하는 제왕적 구조였다.

패거리 정치, 돈 선거 관행을 뿌리 뽑지 못하고 일단 소나기를 피해보자는 미봉책은 또 한 번 유권자들을 속여보자는 속내다.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목사는 또 비례대표 돈 공천설을 제기했다.

한나라당은 더욱 ‘차떼기 정당’의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검찰 수사에 적극협조하고 쇄신과 자정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돈을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별다른 죄의식 없이 당 안팎에서 관행처럼 여겨진 결과가 오늘의 정치 혐오를 키웠다. 민심이 천심이었던 게다. 하루하루 부대끼며 살아가는 서민대중이 권력놀음에 빠진 정치인을 끊임없이 걱정하는 전도된 현실이었다.

지금 ‘판도라의 상자’가 연달아 열리는 상황에서 4·11 총선 선거기간이 시작되는 3월 29일까지 불과 두 달 열흘 남짓 남은 시점이다. 더욱이 국회의 수장이 수사선상에 오른 사상 초유의 비상한 정국이다. 검찰이 정치 파장 앞에 좌고우면할 계제가 아니다. 엄정한 수사로 ‘돈 전당대회’의 전모를 밝혀내야 한다. 역사가 지켜보고 있다. ‘고승덕 300만 원’은 빙산의 일각일 뿐 다른 더 많은 의원들이 더 큰 액수의 돈봉투를 받았으리라는 것이 상식선상의 확신이다.

한나라당 내부에서 쇄신만으로는 필패라는 인식이 수도권 의원들에게 광범위 하게 퍼져있다. 일부 의원들은 의정보고서에 한나라당 로고나 당명을 일부러 지우고 있어 당과 사실상의 결별을 한 상태다. 박근혜 비대위의 갈 길이 더 멀기만 하다. 한나라당의 기득권층이 깨지는 것은 당 혁명을 뜻한다. 땜질이 아니라 재창당이 돼야한다.

민주당이 자신은 깨끗한데 한나라당만 문제라는 식으로 맹공을 퍼부으면서도 검찰 수사가 민주당까지 번질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렇듯 정치하는 사람들 낯은 두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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