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시청자들은 진짜 정글과 진짜 연애가 나와야 채널을 안 돌린다

정글의 법칙 W

이번 설 특집 TV 프로그램은 새로운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과 영화가 시청률을 점령했다. 13개 이상의 특집 프로그램의 경쟁 속에서는 SBS ‘정글의 법칙 W’와 SBS ‘스타 애정촌 - 짝’ 나란히 1,2위를 차지했다. 특선 영화는 노인들의 진실된 사랑을 담은 ‘그대를 사랑합니다’가 블록버스터 액션, 코미디 영화 등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이번 기록은 과거의 설날, 추석 프로그램의 흥행 공식을 벗어났다는 데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스타 애정촌’의 경우야 예능 단골 소재인 커플 맺기를 주제로 했지만, ‘정글의 법칙’과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여자 연예인들의 오지 체험기, 노인들의 연애라는 독특한 소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두 예능의 오락적 재미와 매력, 설 연휴 찾아온 작은 영화의 감동을 살펴봤다.  

2012년 설날 예능 프로그램의 승자는 SBS였다. SBS는 ‘정글의 법칙 W’와 ‘스타 애정촌 -짝’으로 동시간대 시청률 1위는 물론 전체 1위(12.9%), 2위(12.7%)를 기록하는 성과를 남겼다. 
먼저 ‘정글의 법칙 W’는 김병만, 리키김이 이끌던 생존 버라이어티 ‘정글의 법칙’의 여성 버전이다. 아나운서 김주희와 배우 전혜빈·홍수아, 방송인 김나영과 정주리 등 각 분야 연예인들이 꾸밈없는 모습으로 출연, 색다른 재미를 안겼다. ‘정글의 법칙 W’를 위해 5명은 필리핀 팔라완 섬에서 4박5일을 보내며 현지 생활을 배우고 원주민(바타크족)들과 정을 쌓았다.
‘정글의 법칙 W’가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주된 이유는 여자 연예인에게서 보이는 강인함, 소탈함 때문이었다.
5명의 출연진은 나무를 베고 나뭇잎으로 지붕을 엮는 등 거처를 만들고 강가에서 다슬기를 잡으면서 자급자족을 보여줬다. 생존력이 뛰어난 멤버와 야생을 적응하지 못하는 멤버들의 대비는 신선한 재미로 다가왔다. 손수 모닥불에 불을 지피고 나무의 열매를 따면서 정글에 동화됐고 민낯 노출도 꺼리지 않는 마음가짐으로 프로그램의 현실성을 높였다.
멤버들과 바타크족과의 소통 역시 예능에서 흔히 접할 수 없는 장면이었다. 이들은 바타크 족과의 사냥을 비롯, 춤과 대화, 즉석 게임으로 가까워지면서 짧은 시간 동안 정을 쌓았다.
이에 방송계에서는 “SBS가 ‘정글의 법칙 W’의 뜨거운 반응을 적극 고려해 정규 편성을 계획하고 있는 것 같다”는 소문까지 들리고 있다. 남자 연예인 위주의 ‘야생 버라이어티’에 돌풍을 몰고 올 가능성이 감지됐기 때문이다.

나무타기 능숙한 ‘여자 달인’ 전혜빈에 시청자 눈 휘둥그레

때로는 설레게, 때로는 잔혹하게… ‘약육강식 연애사'

스타 애정촌

‘스타 애정촌’은 일반인들의 본격 짝짓기 프로그램 ‘짝’의 연예인 버전으로 방영됐다. SBS ‘짝’은 ‘돌싱’, 결혼 상대를 찾는 ‘엄친남’, ‘엄친딸’들의 출연으로 화제를 일으킨 다큐멘터리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이다. 몇몇 출연자는 ‘짝’ 출연으로 연예인을 능가하는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스타 애정촌’도 결혼 적령기가 된 남녀 연예인 12명을 섭외해 1박2일 동안 진행했다.
남자 멤버로는 박재정, 앤디(신화), 강균성, 한정수, 이현, 황현희가 지원했고 여자 멤버로는 유민, 김윤서, 신지수, 김재경, 유혜영, 이수정이 등장했다.
‘스타 애정촌’은 잠깐 즐기고 넘기는 커플 프로그램보다는 좀 더 진지하고 직설적인 내용으로 눈길을 모았다.
멤버들은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족시키기 위해 자신의 장점과 매력을 거침없이 공개했고, 사소한 말 하나 행동 하나로 희비가 엇갈렸다.
‘스타 애정촌’에서는 유민-박재정, 김윤서-이현, 신지수-강균성 총 세 커플이 탄생했다. 여자 멤버 중 단연 화제는 김윤서였으며 김재경, 이수정은 0표 굴욕을 맛봤다.
배우 김윤서는 이틀 내내 단아한 외모와 눈웃음, 따뜻한 심성으로 인기녀에 등극했다. 초반 앤디에게 호감을 보였던 김윤서는 그를 위한 커피와 과일을 준비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시했지만, 그녀만 바라본 이현의 정성 때문에 마음을 바꿨다.
마지막 결정에서 김윤서는 앤디와 이현의 선택을 받았지만 이현의 세레나데에 감동해 이현과 최종 커플을 이뤘다. 이번에 주목받은 김윤서는 과거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 최시원과 열애설에 휩싸인 바 있다. 
한편 걸 그룹 ‘레인보우’ 멤버 김재경과 레이싱 모델 이수정은 ‘도시락 데이트’에서 0표를 받아 홀로 점심식사를 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했다. 이에 이수정은 울먹이면서 “외로워서 나왔는데 혼자 오리 고기를 구울 때는 괜히 나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영화 쪽에서는 ‘그대를 사랑합니다’가 극장 개봉 당시의 훈훈하고도 꾸준한 인기를 재현했다.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어려운 처지에서도 부지런함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노인들의 끝자락 사랑을 다룬 드라마 영화다. 괴팍한 노인 할아버지를 이순재, 수줍음 많은 할머니를 윤소정이 열연하면서 감동을 더했다.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9.8%의 시청률로 코미디 흥행작 ‘헬로우 고스트’를 간발의 차로 제쳤다.  설 특집 외화로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대작 ‘아이언 맨’이 명성을 지켰다. 
 

<이창환 기자> hoj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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