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일화된 걸 그룹 음악과 이미지 거부

전 국민의 사랑을 독차지하려면 부모님 귀에도 쏙 들어와야죠

 

왼쪽부터 사랑, 다은, 나라, 우리, 아름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5인조 걸 그룹 ‘레이티’(LAY-T)는 두 가지 면에서 기존 걸 그룹들과 선을 긋고 있다. 신나는 디스코 음악에 트로트를 가미한 퓨전 장르를 추구하는 점이 하나고 다른 한 가지는 20대 중반으로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풋풋한 귀여움을 간직하고 있다는 점이다.

‘레이티’는 자신들이 앞으로 추구할 ‘티스코’(디스코+트로트)가 또래들은 물론 기성세대까지 사로잡을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트로트만의 맛깔스러운 가사와 ‘뽕끼’, 디스코의 사운드와 리듬감이 절묘하게 믹스되는 것이야 말로 차세대 음악의 조건이라 보기 때문이다. 

‘레이티’ 멤버들은 수십 개 걸 그룹이 팬 층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을 알고 있어도, 결코 조급해 하지 않았다. 다섯 명의 비주얼과 ‘티스코’ 장르의 가능성을 믿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첫 싱글앨범 ‘Lay.T’를 발표한 ‘레이티’를 만나 보면서 각자 지닌 의욕, 트로트에 대한 애정 등을 들어봤다.

아름(25), 다은(27), 우리(26), 나라(26), 사랑(24)이 모인 ‘레이티’는 이름부터가 한국적이며 맑다. 멤버 전체 이름에는 ‘아름다운 우리나라 사랑’ 이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기도 하다.
‘레이티’ 5명은 2010년 말부터 한솥밥을 먹으면서 데뷔를 꿈꿨다. 합류 순서는 현재 리더 ‘나라’와 막내 ‘사랑’, 일본어에 능한 ‘우리’가 먼저고, 다음 날 ‘한국예술종합학교’ (이하 한예종) 출신인 ‘아름’이 소속사를 찾았다. 메인보컬 격인 ‘다은’은 한 달 후 마지막으로 가세했다.

‘레이티’는 늦게 시작한 연습생 생활을 ‘긍정의 힘’으로 밀고 나가면서 팀워크를 다졌다. “중·고등학생 때부터 프로 활동을 시작한 가수들과 비교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라는 시선도 예상한 듯, 10대와 차별된 성숙함과 배려심을 내세우고 있다. 
실제로 ‘레이티’는 몇몇 매체 인터뷰에서 폭넓은 공감대를 드러내 인터뷰어는 물론 독자들에게 호감을 불러일으켰다.   인터넷 게임, 스포츠와 관련된 화제에서 ‘레이티’는 예전 기억들을 끄집어 내 함께 공유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린 나이 때문에 혹은 스케줄에 쫓겨 대중문화를 깊이 알 수 없는 아이돌과는 살짝 다른 이미지였다. 
이런 느낌에 대한 궁금증으로 멤버들에게 “가수라면 방송 관계자, 유명인 등을 만날 기회가 많지 않나. 레이티의 성숙함이 장점으로 작용될 것 같다”는 질문을 해봤다.
이에 멤버들은 “‘개념돌’로 불리기 위해 노력한다. 어린 선배들만의 메리트를 가질 수는 없지만 20~30대, 40대 연령에게도 사랑받는 그룹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아름, 우리, 나라, 다은, 사랑

 

‘레이티’가 추구하는 색깔은 비주얼은 아이돌 걸 그룹처럼, 음악은 국민가요처럼이다. 레이티 무대를 접하게 되는 대중들은 상큼하고 섹시한 군무, 특정 세대에 국한되지 않는 친근한 노래를 동시에 접할 수 있다.
이 같은 색깔은 ‘백상 엔터테인먼트’ 대표의 신념아래 트레이닝 초기 때부터 만들어졌다. 트로트가 가미 된다는 제의를 처음 들었을 때는 반신반의하기도 했지만, 기대 이상의 가이드라인 곡 덕분에 멤버들도 마음을 바꿨다. 그리고 금세 트로트의 매력에 빠져 버렸다.

멤버들은 “댄스라인이 전혀 없는 트로트 곡을 처음 들었을 때필이 꽂혔다. 바로 계약하고 싶어졌다”는 말로 당시 설레임을 전달했다. 
디스코는 젊은이들이 좋아하고 또 익숙하게 여기는 음악장르다. ‘레이티’ 5명도 마찬가지. 때문에 소속사 입장에서 우선적으로 할 일은 멤버 개개인의 트로트를 듣는 귀, 부르는 목소리를 깨어나게 하는 것이었다. 멤버들은 ‘티스코’ 장르를 만든 전문 작곡가로부터 ‘뽕끼’가 스며들 수 있는 보컬 테크닉, 감정처리 등을 훈련 받으면서 트로트와 가까워졌다.
보컬과 댄스 실력을 키우면서 데뷔곡이 완성돼 갔고, 각자 개성과 안무를 반영한 디스코 사운드를 추가시켰다.
데뷔 싱글 수록곡 ‘말랑말랑’이 트로트 취향에 속하는 팬들이 반길 곡이라면 ‘나 잡아봐라’는 댄스음악 리스너들도 즐겁게 들을 만한 곡이다. 춤도 더 파워풀하다.
 

트로트의 내공이 생기면서 레이티는 다양한 연령대 공략의 발판을 마련했다. '레이티'가 바라는 장면은 엄마와 딸이 멜로디를 같이 흥얼거리거나, 할머니 앞에서 손자가 레이티 춤을 추는 광경이다.

모르는 사이에 트로트 팬들의 지지 얻어


케이블 채널 ‘온게임넷’이 주최한 2011 ‘게임대상 시상식’에서 첫 라이브를 공연을 펼친 ‘레이티’는 온라인 게임 시장과 상당히 가까운 사이다. 특히 ‘우리’, ‘사랑’은 온게임넷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 리포터를 맡으면서 '레이티'를 알리는 데 기여했다.
‘우리’와 ‘사랑’은 매주 주말 경기에 참여하면서 감독, 선수들을 인터뷰하고 발랄한 멘트로 분위기를 주도하면서 게임 팬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스타크래프트를 해봤냐는 질문에 ‘우리’는 “사실, 하는 것보다 관전하는 게 좋은 것 같다. ‘테란’ 종족을 배운 적이 있는데 제일 어려운 종족이라더라. 집 짓고 살림 꾸미기만 했지 공격은 못했다”는 경험담을 공개하기도 했다.
반면 막내 ‘사랑’은 '레이티' 최고 게임 유져다. 어릴 시절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프린세스 메이커’, ‘고인돌’, ‘라이온 킹’, ‘소닉’ 등을 즐겼다고 한다. 
두 멤버의 활약을 지켜본 ‘아름’, ‘나라’, ‘다은’ 또한 자신만의 특기로 팀의 앞길을 밝히려 애쓰는 중이다. 그 중 하나는 예술 음악을 공부한데서부터 오는 음악적 감각이다.
음악을 전공한 입장에서 엔터테이너 그룹에 속한 느낌이 어떠냐는 질문에 ‘아름’과 ‘다은’은 “음악적인 프라이드는 있지만 팀에 나의 재능을 실어주고 싶다”고 답변했다. 오락적인 요소를 추구하는 음악이지만 그 안에서도 가치를 뽐낼 기회가 있다는 것. ‘아름’은 ‘한예종’에서 금관악기인 호른을 전공하고 있고, ‘다은’은 재즈피아노 실력자다.

다양한 궁금증을 풀어나가던 중에 한 번은 ‘레이티’가 모르는 ‘레이티’ 소식을 일러주는 기회도 맞이했다. ‘음원사이트 ‘벅스’ 트로트 차트에 ‘말랑말랑’이 진입한 것을 아느냐’는 질문에 “연습에 열중하느라 미처 몰랐다”면서 기뻐한 것. 레이티의 곡 ‘말랑말랑’은 지난 1월 26일을 기준으로 트로트 부분(벅스 장르별음악) 26위에 랭크돼 있다.
이미 ‘월드 이벤트’, ‘실버TV’ 등의 성인 케이블에 출연했고 또 계획 중이라니 오프라인 쪽에서의 인지도 상승도 시간문제다.
마지막으로 5명에게 2012년 계획과 하고 싶은 분야를 물었다.
넘치는 끼를 만능 엔터테이너라는 이름으로 표출하고 싶어 하는 멤버들은, 시트콤, O.S.T, 가상 연애 프로그램, 버라이어티 등 많은 분야에 의욕을 보였다.

물론 ‘레이티’의 성공이 제일 먼저다. 리더 ‘나라’는 “아직 신인이지만 친근한 노래로 큰 사랑을 받도록 노력하겠다. 열심히도 좋지만 무엇보다 잘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아직은 ‘레이티’를 모르는 대중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레이티가 오랫동안 신나는 ‘티스코’를 부르는 가수로 남아있다면 지금 초·중생들은 트로트의 숨겨진 매력을 장윤정, 박현빈 등이 아닌 ‘레이티’를 통해서 알게 될 수도 있겠다.  

<이창환 기자> hoj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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