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새앨범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 발표

▲ <뉴시스>

2002년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 이후 더 이상 음악으로 세상과 소통하지 않겠다며 작품 활동을 중단했던 정태춘이 새 앨범을 발표했다.

정태춘은 지난 2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어느 날 30여 년을 함께해준 아내를 위해 곡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기다려 준 소수의 벗(팬)들을 떠올리며 녹음했습니다”라며 새 앨범 소식을 전했다.

10년 만에 발표한 11집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는 ‘음유 시인’ 정태춘으로 불리던 창작 초기로 회귀한 듯 착각을 하게 한다. 5집 ‘아 대한민국’(1990년), 6집 ‘92년 장마, 종로에서’(1993년)처럼 사회 약자를 대변하는 날선 투사의 메시지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정태춘은 “초기의 노래는 저 혼자만의 독백, 일기였지만 중반에는 발언, 투쟁을 담은 사회적인 일기였죠. 이번엔 아내를 위한 노래였기에 다시 독백 같은 곡들이 나온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은옥은 “화자의 표현법이 바뀌었을 뿐 메시지는 여전히 무겁다”라며 “혹자는 우리의 30년 음악 인생이 음반 한 장에 담겼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박은옥은 이번 앨범에서 자신의 마음을 위로해 준 곳은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라고 손꼽았다.

그는 “정말 남편이 날 위해 써준 곡이구나 란 생각이 강하게 든 곡이예요”라며 “‘모든 시계들이 깊은 잠에 빠져도…네 먼 바다는 아직 일렁이고 있겠지’란 대목에서 뭉클했죠. 잊고 있었지만 제 마음 속에 다시 띄울 배가 있다는 생각에 저를 다독이는 노래였어요”라며 감동을 전했다.

정태춘은 앞으로의 활동에 대해 “새 앨범도 활동 재개를 위해,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낸 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세상 속에 살고 있어 이율배반적이겠지만 창작자로서 세상에 메시지를 전하고 피드백을 받는 관계는 맺지 않겠다는 생각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 완고한 이상주의자예요. 가장 열정적으로 활동할 때는 이상이 현실에서 실현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투쟁으로 연결돼야 한다고 여겼죠. 하지만 저같이 완고한 사람의 이상은 실현되는 게 아니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럼에도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처럼 여전히 이상 실현을 위해 헌신하고 애쓰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기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들 부부는 음반 발매를 기념해 오는 3월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라는 타이틀로 콘서트를 가질 예정이다.

<김종현 기자>todida@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