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등 소비자물가 상승 유도 서민 경제 직격탄

▲ <서울=뉴시스>
국제유가 급등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에 비해 현저히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산업에서 석유 의존도가 낮아진데다, 수입한 기름을 다시 가공해 판매하는 정유산업의 발전으로 석유제품 수출액은 오히려 늘어나 플러스로 작용하기 때문. 그러나 유가가 오르면 물가도 덩달아 올라 서민 경제엔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지난 9일 1990년와 2000년대 유가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분석해 발표했다. 비교․분석 방법은 ‘벡터자기회귀모형’(VARX)을 선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대 유가가 1%포인트 오르면 수입은 월간 0.19~0.34%포인트 증가했다. 유가가 1%포인트 오르면 수입은 향후 1년간 3.91%포인트 수준으로 늘어 순수출을 줄이는 효과로 작용했다. 

하지만 2000년대에는 유가가 오르면 석유제품 수출액도 같이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유가 1%포인트 상승은 수출을 월간 최대 0.14%포인트, 수입은 최대 0.26%포인트 증가시켰다. 연간으로는 수출을 0.78%포인트, 수입은 1.87%포인트 증가했다.

유가인상이 연간 수입에 미치는 영향은 1990년대 3.91%포인트에서 2000년대에는 절반가량인 1.87%포인트로 떨어진 것. 

KIEP는 “우리나라는 에너지 저소비형 구조로 산업구조가 조정되고 있다”면서 “산업에서 에너지 효율성도 제고되고 있어 이전 시기보다 유가충격에 대한 민감도가 완화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2000년대는 유가가 오르면 산업생산량과 물가가 동시에 올랐다. 유가가 1%포인트 오르면 수출 증가에 따라 산업생산은 월간 최대 0.1%포인트, 연간 0.44%포인트 늘어났고, 상대적으로 소비자물가도 월간 최대 0.01%포인트, 연간 0.09%포인트 동반 상승했다.    

KIEP “유가 충격은 2000년대 이후에도 순수출 감소, 물가상승 등을 통해 우리나라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면서도 “수출증가와 산업생산 증가 등으로 1990년대 보다 그 영향이 줄었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유가는 2000년대 이전보다 국내 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서민경제 안정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저소득층의 석유난방 비중이 42%로 평균 31%보다 크게 높다. 난방에 사용되는 등유 가격은 1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4.1%나 올랐다.

<천원기 기자> 000wonki@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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