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출사표 희망한 洪, 친박 ‘난색’에 ‘불쾌’

▲ 홍준표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사진=정대웅 기자>

[일요서울 | 정찬대 기자] 홍준표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의 거취문제를 두고 당 안팎에서 말들이 많다. 4.11총선과 관련 이미 자신의 모든 것을 당에 일임한 상태이지만 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그의 공천 여부와 출마 지역구 등을 놓고 ‘박근혜 비대위’를 비롯한 새누리당 공심위의 결단만이 남아있다.

홍 전 대표는 지난 8일 “19대 총선에 공천 신청을 하지 않겠다”며 “총선 불출마를 포함한 모든 거취 결정을 당에 일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앞서 이상돈 비대위원은 홍준표, 안상수, 정몽준 전 대표와 이재오 의원 등을 거론하며 전직 대표나 현 정부 실세의원은 ‘용퇴대상’이라고 압박했다.

홍 전 대표는 이에 발끈하며 “나는 현 정권 실세가 아니라 새누리당 실세로 이는 대통령이 마련해 준 것도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어 “외부 인사 한 두 명에 의해 흔들릴 당이 아니다. 무절제한 발언으로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옳은 행동이 아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수도권 출마가 녹록치 않은 홍 전 대표가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동대문을과 함께 주목한 곳은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이 출마하는 부산 사상구이다. 당내에서도 ‘홍준표 차출론’이 제기되면서 그의 부산 출마에 힘이 실리는 듯 했다.

홍 전 대표는 지난 13일 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지금 태풍이 불어 닥치는데 조각배를 띄우자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문 상임고문의 대항마로 중량감 있는 정치인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부산에 전략공천하면 따르겠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내 거취는 이미 당에 일임했다”며 이를 부정하지 않았다.

그는 특히 “문 상임고문이 이번 선거에서 이기면 지지율이 10%나 폭등하게 되고, 이럴 경우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대권에서 필패다. 이기는 공천을 해야 한다”며 자신이 문 상임고문을 이길 수 있는 인물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홍 전 대표의 이 같은 입장은 그와 친분이 깊은 친박계 인사와의 사전교감 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홍 전 대표가 ‘문재인 대항마’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자 친박계 일부 의원들은 홍 전 대표의 부산출마에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치면서 혼선을 가져왔다. 홍준표-문재인 대결이 판을 너무 키운다는 이유에서다. 당내 이 같은 의견에 홍 전 대표는 “출마한다면 동대문이 최우선”이라며 부산 출마설을 일축했다.

그는 “부산 사상구를 비롯한 낙동강 벨트를 걱정하는 말로 부산을 언급했는데, 마치 지역구를 옮겨 출마할 의사가 있는 것처럼 보도된 점은 유감스럽다”며 “동대문 재출마 여부만 당에서 조속히 결정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친박계 입장에서 봤을 때 친이계와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는 홍 전 대표의 부산행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민주통합당에 큰 폭으로 패하고 대신 홍 전 대표가 문 상임고문을 꺾고 부산에서 당선될 경우 그 여파가 상당히 커질 수 있다. 총선 결과에 따른 책임론으로 박 위원장이 어느 정도 상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홍 전 대표만이 개선장군처럼 돌아온다면 당내 대선구도 또한 복잡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홍준표 차출설’에 민주통합당은 반색했다. 특히 그의 경쟁상대로 지목된 문 상임고문은 “새누리당에서 거물이 나올수록 좋다. 정부·여당에 대한 심판이 부각되는 대결구도가 바람직하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한 “선거판이 커지면 커질수록 좋고 내가 바라는 효과도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이로 인해 야권의 바람이 더 많이 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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