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신이 아니다.”지난 10월26일 국회의원 재선거 참패 이후 열린우리당에서 쏟아져 나온 불만 중 가장 튀는 발언. 진원지는 문학진 의원이다. 여당 초선의원, 게다가 노무현 대통령 정무제1비서관을 지냈음에도 그는 청와대를 향한 비판에 망설임이 없다. 지난 11월29일 국회 의원회관 525호에서 만난 문 의원은 “대통령은 인간이지 신이 아니다”고 말문을 연 뒤, 당시의 본의를 전했다. “당 지도부 그리고 당이 무비판적으로 대통령에 쫓기는 모습, 그런 행태에 대한 비판이자 자성의 목소리였다. 열린우리당은 그동안 독립된 목소리를 내지 못했으며, 국민과 더불어 갈 수 있다는 확신을 주지 못한 게 사실이다.

결국 계속된 지지율 하락, 선거에서 내리 패배하지 않았는가.” 그리고 한 달이 지났다. 더 이상 문 의원은 할 말이 없을까. “지켜보고 있다. 뼈를 깎는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다시 태어나지 못하면 사망이다. 진정한 변화는 곧 인적쇄신이다. 당과 정부, 청와대는 유기체다.”광주 재선거는 그에게 특별했다. 16대 총선과 2002년 8·8 재·보궐선거에서 경기 광주에 출마한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무소속 후보에도 밀려 3등을 했다는 것에 할 말이 없다. 정당 지지율의 현격한 차이, 큰 판의 흐름 등 극복할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재보선은 언제나 여당이 불리하다는 식의 분석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이는 책임회피이며 패배주의다.”이처럼 우리당 내부에 문제가 많지만 그렇다고 ‘분열’까지 운운하는 건 기우라는 문 의원. “우리당은 같은 지향점을 갖고 있는 제세력이 모인 집단인 탓에, 이념적 스펙트럼 또는 정치노선에도 차이가 있다. 가다보면 어떤 사안에 대해 의견이 다를 수도 있다. 물론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소란스럽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는 자연스런 현상이다.”문 의원의 지적은 내년 2월 치러지는 전당대회로 옮겨졌다. “이를 아우를 수 있는 건강하고 강력한 리더십이 절실하다. 현재 우리당이 처한 상황은 그 리더십이 부재한 결과다.” 전당대회와 관련해 최근 우리당에 등장한 ‘40대 기수론’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다. “나이는 인위적인 기준이다. 또 현실적으로 진정한 카드인가에도 의문이 남는다. 생각이 건강하고 강력한 리더로서의 역할을 해낼 수 있다면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민주당과의 통합에 있어서도 그는 역할을 찾고 있다.

그러나 문 의원의 통합은 민주당과의 ‘재통합’이 아닌, 평화·민주·개혁세력의 대통합이다. “우리와 정치적 지표를 함께 할 수 있다면 민주당, 민주노동당, 중부권 신당, 한나라당 일부세력 그리고 정치권 밖의 제세력까지 통합을 이뤄 내야 한다. 이것이 시대정신에도 맞고 매우 필요하다.” 민주평화국민연대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문 의원은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과 가깝다. 그럼에도 내년 전당대회에서 정동영 김근태 두 대권주자의 대결에 대해 판단을 유보했다. 당의 지지율이 상승할 것인가, 이들에게 보탬이 되는가에 명확한 판단이 서지 않기 때문이라고. 월간조선, 한겨레신문 기자 출신인 문 의원은 과거 국회와 17대 국회의 차이점에 대해 “말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우선으로 꼽았다.

“과거는 ‘제왕적정치’였다. 공천권과 인사권을 행사하는 보스의 눈치를 봐야 하니 해야 할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젠 모든 게 상향식으로 이뤄지다 보니 매우 자유스럽다. 특히 우리당의 경우엔 더욱 그렇다. 오히려 말을 너무 많이 해서 탈이다. 또 의원 개개인이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역량이 발휘되고, 열심히 하는 자가 인정받는 장이 마련됐다고 생각한다. 이는 우리 정치의 의미 있는 발전이다.”그렇다 해도 할말은 해야 한다는 문 의원. “할 얘기는 할 수 있어야 그 조직이 고인물이 되지 않는다. 필요하면 비판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정부, 여당도 발전하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게 아닌가.”

# 정가(政街) 패트롤“어디로 튈지 몰라 눈치만 봤는데”

거물 브로커 윤상림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보름 전까지만 해도 정치권을 떨게 만들었던 ‘오포’ 비리 수사가 단순 뇌물사건으로 종결될 전망이어서 여야 정치권은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다. 정작 ‘몸통’은 온데 간데 없고 ‘깃털’만 구속할 태세라는 것. 검찰은 경기도 광주시 오포 아파트 비리의혹 사건은 지난 2004년 1월부터 1년간 광범위한 수사를 벌여왔다. 최근 한나라당 차기 대선주자인 손학규 경기도지사의 측근인 한현규 경기개발원장이 시행사인 정우건설로부터 15억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직후부터는 ‘게이트’로 비화됐던 것도 사실이다.

검찰 주변에서 들리는 수사 선상에 이름이 올랐다, 혐의가 있다는 인사만 해도 10여 명.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을 비롯해 손학규 경기도지사,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 강동석 전 건설교통부 장관, 감사원, 참여정부 실세, 청와대 개입설 등 여야는 물론 정·관계를 넘나들었다. 이에 여야는 숨을 죽이고 있었음은 물론이다. 어느 선까지 연결이 돼 있는지, 또 어느 정당으로 튈지 몰랐기 때문이다.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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