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이 최근 모 언론 여론조사 결과 정당 혁신 노력에 대한 신뢰도에서 새누리당의 47.3%에 훨씬 뒤지는 38.5%로 나타났다. 정당 지지율에서도 32.9%로 새누리당의 38.2%에 밀렸다. 민주당이 패기·활력·신선 이미지 등 야당 고유의 아이콘을 상실한 채 거꾸로 무사안일, 안전운행 모드로 일관하고 있다는 혹평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의 지난 2차 공천 확정자 명단을 보면 민주당이 개념 있는 정당인지 의구심이 절로 생긴다. 참신성 있고 감동적인 새얼굴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1심 유죄판결을 받고 항소중인 임종석 사무총장도, 제일저축은행에서 금품을 받아 기소된 이화영 전 의원도 공천장을 거머쥐었다. 유권자들의 법감정은 아예 무시됐다.

선거구 대물림까지 일으켰다. 충북 옥천에서 자유선진당을 탈당해 민주당으로 되돌아 온 이용희 의원의 아들이 그 자리에 공천됐다. 김상현·정대철 전 의원의 아들들도 공천 물망에 올라있다. 강원지역 경선후보 가운데는 이명박 정권의 공신인 뉴라이트, 선진국민연대 핵심 인사까지 확정돼 있어 ‘정체성’ 시비마저 일어났다.

야권후보 단일화와 관련해 통합진보당은 협상 결렬 선언을 했다. 야권연대가 바람 앞의 등불 처지가 됐다. 이는 총선에서 야권의 공동 침몰을 의미하는 것 일수 있다. 여야는 공천심사 돌입 전 경쟁적으로 엄격한 공천기준을 발표 했다. 말할 것 없이 도덕성이 주요 잣대가 됐다. 반드시 ‘쇄신 공천’을 이루겠다고 했지만 드러나는 공천 그림은 초장부터 볼장 다본 그림이다.

민주당이 후보 경쟁력을 내세웠지만 당내에서 조차 ‘도로 열린우리당’이란 비아냥을 피할 수 없는 사정이다. 국민의 눈높이로 참신한 인물을 발굴해 공천혁명을 완수하겠다는 말은 한낱 정치적 수사에 불과해졌다. 여야가 스스로 집권 기반을 갉아먹는 우를 범하고 있다. 민주당 공천 신청자에는 ‘청목회’ 사건으로 1심 유죄 선고를 받은 최규식 현 의원, 학교 이사장으로 교비를 횡령해 2심까지 유죄 판결을 받은 강성종 의원도 들어있다.

이들이 당선돼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즉시 의원직을 상실한다. 그러면 어이없었던 ‘강원도 이광재식 보궐선거’를 치러야 된다. 그 비용 모두는 국민 몫이다. ‘공천 혁명’을 내걸고 ‘비리 혐의자’나 ‘철새 정치인’, 지역구를 대물림한 ‘세습 정치인’을 공천하는 배짱이 가히 친위쿠데타 적이다. 민주통합당 출범에 결정적 역할을 한 친노단체 ‘혁신과 통합’은 “불법 비리혐의 후보에 대해서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라”고 민주당에 요구했다.

“확정판결이 나기 전이라도 법률적으로 다툼의 여지없이 사실관계가 확인된 경우에는 공천에서 배제하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상임대표단에 속한 이해찬 전 국무총리·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김두관 경남지사가 이 성명서에 서명하고 문성근 민주당 최고위원이 최고위원 회의에서 이를 낭독한 불과 3일 후 민주당이 2차 공천자를 발표하면서 불법 비리혐의자를 공천했다.

농부는 흙을 믿고 농사를 짓지만 흙은 바람의 변덕에 흩날리는 이치를 왜 깨닫지 못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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