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사건에도 광저우서 술파티? 논란

인천을 지역구로 둔 한나라당 의원들이 북한의 연평도 공격 이후 중국 광저우에서 유람선을 타고 술파티를 벌였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광저우는 아시안게임이 열렸던 곳이고, 지난 11월 23일 북한의 공격을 받은 연평도는 인천시 옹진군에 속해 있다. 한나라당은 사실과 다르다고 펄펄 뛰고 있어 논란은 가시지 않고 있다. 팽팽히 맞서고 있는 광저우 술 파티 논란을 짚어봤다.

민주당 인천시당에 따르면 사건의 발단은 연평도 포격이 있은지 4일 후인 지난 11월 2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오후 9시께(현지 시간) 한나라당 이경재·조진형·홍일표 의원 등 인천 출신 국회의원들이 유람선 관광을 하면서 술판을 벌였다는 것이다. 같은 당 이학재 의원은 술 마시는 것이 부적절 하다는 이유로 거부한 것을 보면 이들의 처신이 부적절 했다는 주장이다.

민주당 인천시 시의원들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유람선에서 중국술을 마시는 사진과 함께 동영상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찜질방에서 심적·육체적으로 힘들어하는 연평도 주민을 생각한다면 유람선에서 술판을 벌인 것은 분명 잘못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내용의 보도가 나가자 한나라당은 펄쩍 뛰고 있다. 사실과 상당부분 다르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측 주장에 따르면 당시 행사는 인천아시안게임조직위가 주최한 행사였고, 송 시장을 비롯, 천정배 의원 등 민주당 인사들도 참석한 행사였다.


유람선에 민주당 인사도 다수 참석

조직위는 행사에서 테이블당 맥주 2병을 제공했고 종이컵에 나눠 마신 것이 전부라는 것이다. 유람선엔 홍영표 민주당 의원도 함께 있었다고 한다.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11월 30일 “송영길 인천시장의 ‘폭탄주 발언’에 대한 비난 여론이 커지니까 이런 식으로 ‘물 타기’를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조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내가 현장에 있지는 않았지만 당사자들이 공식적으로 성명을 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대신해서 실상을 말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 의원은 또 “지난 26일 있었던 행사는 인천아시안게임대회 조직위원회에서 개최한 공식행사였다”며 “술판을 벌일만한 분위기도 전혀 아니었고, 탁자마다 맥주 1병과 종이컵 몇 개가 놓여있었던 정도”라고 해명했다.

조 의원은 “한나라당 조진형·이경재·홍일표·이학재 의원과 함께 민주당의 홍영표·신학용 의원 등 야당 의원들도 있었다”면서 “민주당 인천시당의 발표와 일부 언론의 보도는 전혀 사실과 다른 이야기였다”고 주장했다.


선내 기온 올라가 차 대신 맥주로…

양측의 입장이 맞서고 있는 가운데 이날 현장에 있었던 기자의 증언이 나와 주목된다.

동아일보 박희제 기자는 11월 30일 기자의 눈을 통해 “마침 기자도 국회의원이 탄 유람선 현장에 있었다. 기자가 지켜본 현장 상황은 소문과는 달랐다”고 밝혔다.

박 기자의 증언 내용은 이렇다. 조직위는 유람선 관광 행사가 있던 당일 광저우 시내 호텔에서 ‘인천아시안게임의 밤’을 열었고 이 행사 직후 초청 인사를 위해 ‘주장(珠江) 강 유람’ 코스를 마련했다.

조직위는 선내 기온이 올라가자 뜨거운 중국차 대신 중국 맥주 두세 병을 국회의원이 앉아 있는 테이블 두 곳으로 가져왔다. 박 기자와 마주앉은 의원 가운데 한 명은 술을 입에 대지 않았고 다른 한 명은 한두 모금 정도 마셨다.

박 기자는 “뒤편에 앉은 국회의원들은 무언가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술판’ 분위기와는 전혀 달라 이를 ‘유람선 술판’으로 매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현장에 있었던 의원들과 조직위 관계자들은 주장 강 유람선 관광이 국회의원들의 선상 파티로 둔갑해 인터넷에 떠돈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황당해 했고, 민주당의 한 의원도 인천시당이 사실을 왜곡해 한나라당을 자극하고 있다는 것.

민주당은 이 같은 증언이 나오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아직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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