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벌어진 2011년도 예산안의 강행처리는 여느 해보다 유독 폭력의 정도가 심했다. 강화 유리로 된 본회의장 유리벽이 깨졌고 국회의원들 간의 몸싸움에 병원으로 가야해야했던 의원들도 수두룩했다.

이번 예산안 처리는 고성과 욕설이 난무하는 가운데 재석 166명 중 찬성 165명, 반대 1명으로 결국 통과됐다.

그런데 국회 폭력으로 번질 만큼 강한 반대에 부딪힌 예산안 처리에 정작 반대표가 단 한 표 밖에 없다.

찬성 165명 중 한나라당과의 합당이 예정된 미래희망연대 김혜성·노철래·정영희 의원을 제외한 162명은 모두 한나라당 의원. 반대 1표는 창조한국당 이용경 의원이었다.

이 의원은 예산안 통과 이후 논평을 통해 "국회가 거수기로 전락했다. 예산안이 문제가 있다면 반대하면 됐을 것을 이제 와서 누가 누굴 탓하는 지 한심할 뿐"이라며 여당과 야당을 동시에 비판했다.

이 의원은 이날 예산안과 같이 본회의에서 처리된 2011년도 기금운용계획안 및 2011년도 임대형 민자사업(BTL) 한도액안 등에도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다.

그렇다면 예산안 표결처리에 강하게 몸을 날리며 반대하던 민주당 및 민주노동당 등의 야당 의원들의 반대표는 어디로 갔을까?

야당 의원들은 여당 의원들과 의장석을 되찾기위한 싸움 및 플래카드와 연호를 하느라 표결에 참여하지 못했다. 반면, 여당은 수적으로 우세해 의원별로 돌아가며 표결을 하고 다시 나와 몸싸움을 하면서 찬성표를 찍을 수 있었던 것.

이 의원은 몸싸움 대신 반대표를 통해 반대 의견을 전달한 셈이다. 이 의원은 이후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퇴장보다는 반대표를 행사한 것이 의회정치를 발전시킬 수 있는 길"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지난해 통과된 2010년도 예산안 처리는 어땠을까?

4대강 사업 예산으로 상임위원회 단계에서부터 여야간 극력한 대치 국면을 연출했던 2010년도 예산안은 지난해 마지막 날인 12월31일에 열린 본회의에서 재석 177명 중 찬성 174명, 반대 2명, 기권 1명으로 통과됐다.

찬성 174명 중 무소속의 최연희 의원과 미래희망연대 김정·김혜성·노철래 의원 등 4명을 제외한 170명은 모두 한나라당이었다. 반대 2명은 민주당 정동영·정하균 의원, 기권 1명은 무소속의 송훈석 의원이었다.

이 때도 역시 예산안은 야당의 극렬한 반발 속에서 '강행' 처리됐다. 김형오 당시 국회의장은 지난해 12월29일 본회의가 끝난 직후부터 여야의 의장석의 점거 싸움을 막기 위해 본인이 스스로 의장석을 점거했고 야당은 플래카드를 들고 의장석 주변에서 강력 항의하면서 표결이 진행됐었다.

2009년도 예산안은 재석 188명 중 ▲찬성 184명 ▲반대 3명(자유선진당 박선영, 창조한국당 이용경, 한나라당 임두성 의원) ▲기권 1명(자유선진당 이상민 의원)으로 통과됐다.

2008년도 예산안은 재석 189명 중 ▲찬성 165명 ▲반대 18명(한나라당 고흥길·이경재·이계진·전재희·정병국·정진석·김영덕·김영숙·임인배, 무소속 이계안·임종인, 대통합민주신당 선병렬, 민주당 손봉숙, 민주노동당 강기갑·이영순·천영세·최순영·현애자 의원) ▲기권 6명(한나라당 김영선, 자유선진당 김낙성·류근찬, 대통합민주신당 윤원호·이경숙·이인영 의원) 으로 가결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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