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진술번복? 거짓말 곧 드러날 것"

한명숙 전 총리에게 9억원대 불법정치자금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는 H건설사 대표 한모씨가 20일 재판에서 진술을 번복, 검찰이 난감한 입장에 빠졌다.

상황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수사 이후 공소유지까지 담당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동열)의 입장은 신중하다.

우선 검찰은 한씨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즉시 사건 관련자 2명을 증인으로 소환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해당 증인은 법정에서 한씨 진술의 사실여부에 대해 진술할 예정이며, 이들은 한씨와의 대질 신문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나머지 객관적 부분들은 사실과 일치하는데 한씨가 돈준 부분만 부인하고 있다"며 "한씨 진술 외에 회사 장부와 비밀 장부, 계좌추적 결과, 직접 관여했던 회사 관계자 등 제3자의 진술 등 객관적 증거들이 많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소유지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한씨가 일부 부인하는 진술이 거짓말인 것이 금방 드러날 것이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한 전 총리와 한씨가 지속적인 만남을 가지고 도움을 주려했던 객관적 정황도 다 맞아떨어진다"며 이날 한씨의 진술과 상관없이 유죄 입증이 가능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수사팀의 입장과 달리 검찰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이번 재판 결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재경지검 검찰 고위간부는 "한씨의 진술이 앞뒤가 맞지 않는 듯 해 유죄 입증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하지만 전례(한 전 총리의 뇌물수수 사건 1심 무죄)가 있는만큼 향후 검찰이 재판에 신중하지 않아 또 패배한다면 엄청난 후폭풍을 감내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출신의 모 법조계 인사도 "한 전 총리 뇌물수수 사건으로 인해 (특수1부가) 수사를 더 촘촘하게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난 뇌물수수 재판처럼 공여자 진술이 또 흔들리니 '한명숙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닌지 걱정된다"고 전했다.

앞서 검찰은 대한통운 곽영욱 전 사장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했다는 혐의로 한 전 총리를 기소했지만, 1심 재판과정에서 곽 전 사장이 법정에서 "돈을 직접 건낸 적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을 번복해 패해한 바 있다.

현재 한 전 총리는 2007년 3월 "대통령 후보 경선비용을 지원하겠다"는 한 대표의 제의를 승낙한 뒤, 같은 해 9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현금과 미화, 자기앞수표 등 총 9억원을 챙긴 혐의로 지난 7월 불구속 기소됐다.

한편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우진) 심리로 열린 속행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한씨는 "한 전 총리는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계시다", "수사 초기 제보자 남모씨가 겁박(劫迫)했다"는 표현을 써가며 "검찰 조사 때 진술은 허위"라고 밝혔다.

한씨가 언급한 남씨는 "한 전 총리가 한씨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제보를 검찰에 제공한 인물로, 한씨가 대표로 있는 H사 고위 관계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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