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분석가 “읍소전략, 130석+α 가능”

▲ 민주당에서 지목한 서울지역 유력 당선 후보자 가운데 좌부터 인재근, 박영선, 정청래, 이목희 후보(사진=정대웅 기자)

[일요서울ㅣ정찬대 기자] “한 달 새 30석이 날아갔다”

19대 총선에서 과반의석까지 기대했던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이 오는 4·11총선에서 원내 제1당이 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자체 전망을 내놓으면서 위기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대선 전초전으로 인식되는 이번 총선에서 원내 제1당이 되고 여소야대가 되는 것은 총선 이후 정국 주도권은 물론 연말에 있을 대선에서의 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측면에서 민주당은 총선전략에 고심하고 있다.

민주당 박선숙 사무총장은 총선 판세와 관련해 “현재 104석 정도를 내다보고 있다”고 읍소했다. 그는 서울지역 우세 선거구를 5곳 정도로 압축하고, 대부분 지역을 접전 중이거나 열세 지역으로 꼽았다. 또한 친노(노무현)의 돌풍을 예고했던 부산지역도 2~3석을 제외하고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민주, 104석 예상… 더 내려갈 수도

박선숙 사무총장은 지난달 28일 총선 판세와 관련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미흡한 모습을 보이면서 많이 어려워졌다”며 “104석 정도를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25일 발표한 총선 예상 의석수 106석에서 2석이 빠진 수치이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민주당이 후보를 낸 209개 지역구 가운데 우세 38곳, 경합우세 22곳, 경합 44곳, 경합열세 17곳, 열세 88곳으로 분류하고 있다. 비례대표 20여석을 합해도 125석을 넘지 못하고 있다.

박 사무총장은 ‘MB정권 심판론’의 선거구도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고 있으며,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 후보의 지지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점을 열세 요인으로 꼽았다.

박용진 대변인은 수도권 판세와 관련 국회 브리핑에서 “전체 112개 선거구 중 우세는 20곳 정도이며 경합우세는 9곳 정도”라고 밝혔다. 그는 “112석이 달린 서울·수도권(서울 48석, 인천 12석, 경기 52석)을 자체 분석해 본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전했다.

박 대변인은 “지지율 조사에서 3~7%p가량 차이로 이기고 있는 경합우세 지역은 9곳이며, 3%가량 지거나 이기는 것으로 나온 백중지역은 28곳으로 평가됐다”며 “나머지 지역은 경합열세이거나 열세지역”이라고 덧붙였다.

즉 민주당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57곳이 우위를 점하거나 경합 중인 것으로 자체 진단했으며, 나머지 55곳은 경합열세이거나 열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의 판세분석에 따르면 서울에서는 도봉갑(인재근 후보), 광진을(추미애 후보), 마포을(정청래 후보), 구로을(박영선 후보), 금천구(이목희 후보) 등 5곳 정도를 우세지역으로 꼽았으며, 나머지는 초 접전 중이거나 열세라고 판단했다.

민주당 강세지역인 강북벨트는 도봉갑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을 접전지역으로 분류했다. 실제로 각종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도봉을(김선동 vs 유인태), 노원갑(이노근 vs 김용민), 을(권영진 vs 우원식), 강북갑(정양석 vs 오영식) 등에서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서대문갑(이성헌 vs 우상호), 구로갑(이범래 vs 이인영), 성동구을(김동성 vs 홍익표)에서는 새누리당 후보들이 현역이라는 프리미엄을 안고 있어 민주당 후보들이 그 뒤를 추격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친노의 돌풍을 예고했던 PK(부산·경남)지역은 당초의 예상과 달리 그 효과가 극대화되지 못하면서 낙동강 벨트 공략이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에 민주당은 문재인(부산사상구) 후보와 현역의원인 조경태(사하구을) 후보의 당선을 유력하게 점치고 있으며, 여기에 문성근(북·강서구을) 후보와 김영춘(진구갑) 후보가 새누리당 후보와 접전을 벌이면서 부산에서 2~3석 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론조사결과 ‘엎치락뒤치락’ 박빙

중앙일보·한국갤럽·엠브레인이 지난달 23일부터 24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서울 종로구는 민주당 정세균 후보가 33.2%를 얻어 28.8%를 얻은 새누리당 홍사덕 후보를 4.4%p 앞섰으며, MBN과 매일경제가 여론조사기관인 서울마케팅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4~25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정세균 후보(37.8%)와 홍사덕 후보(35.6%)가 오차범위 내에서 박빙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영등포을 지역구에서는 새누리당 권영세 후보(35.5%)와 민주당 신경민 후보(32.4%)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에 앞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권 후보(39.7%)가 신 후보(30.1%)를 9.6%p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앙일보 여론조사결과 야권연대가 실시된 서대문갑은 민주당 우상호 후보가 통합진보당 박희진 후보의 지지율을 흡수하면서 33.4%를 기록했으며, 이성헌 후보는 31.7%를 나타내 박빙의 승부를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후보단일화 이전에는 우 후보가 28.6%를 보여 이 후보(33.5%)에 비해 다소 뒤졌었다.

동아일보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14~15일 실시한 동대문을 여론조사에서는 새누리당 홍준표 후보가 35.1%를 차지했으며, 민주당 민병두 후보(32.8%)는 2.3%p 차로 그 뒤를 바짝 추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일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24일 실시한 대전지역 여론조사결과 유성구에서 민주당 이상민 후보가 41.1%의 지지율을 얻어 선두를 보인 가운데 새누리당 진동규 후보가 27.7%, 자유선진당 송석찬 후보가 18.1%를 각각 차지했다.

또한 천안갑에서는 민주당 양승조 후보가 42.4%를 얻어 새누리당 전용학(40.8%) 후보와 박빙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처음 선거를 치르는 세종시는 민주당 이해찬 후보(41.4%), 자유선진당 심대평 후보(25.0%), 새누리당 신진 후보(18.6%) 순으로 나타났다.

부산일보가 KNN과 공동으로 ㈜아이앤리서치컨설팅에 의뢰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부산 사상구에서는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49.9%를 차지해 새누리당 손수조 후보(39.1%)를 큰 폭으로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북강서을은 새누리당 김도읍 후보가 52.7%를 차지해 민주당 문성근 후보(36.6%)와 격차를 보였다.

중앙일보가 실시한 부산진갑 여론조사는 새누리당 나성린 후보(20.8%), 민주통합당 김영춘 후보(21.2%), 무소속 정근 후보(25.1%)가 오차범위 내에서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일보가 지난달 24~25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민주당의 독주가 뚜렷한 가운데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선전하고 있는 광주 서구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후보는 34.5%의 지지율을 얻어 야권연대 후보인 통합진보당 오병윤 후보(30.8%)를 3.7%p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광주 서구갑에서는 민주당 박혜자 후보가 23.3%의 지지율을 보이면서 현역인 무소속 조영택 후보(20.7%)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치분석가 “민주당 최소 130석 이상 차지”

민주당이 104석(비례미포함)이라는 다소 엄살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정치 분석가들은 비례를 포함해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최소 130석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일요서울]과 전화통화에서 “민주당이 읍소전략을 통해 엄살을 피우고 있지만 이는 전략적으로 하는 얘기”라며 “민주당이 130석 가량을 얻을 것이다. 서울에서만 15~20석 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이 야권연대를 한다고 20여 곳에서 후보를 내지 않은 상황에서 130석은 매우 큰 의석”이라며 “새누리당에 조금 못 미치거나 과반의석을 차지하지 못한다고들 말하는데 야권연대를 통해 20여 곳을 접고 선거를 치르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학)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최소 130석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며 “새누리당보다 비록 적게 나올 수는 있지만 야권이 연대해 선거를 치르고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즉 민주당이 새누리당보다 의석수가 적다하더라도 향후 민주당이 정국 주도권을 행사하는 데 있어 통합진보당이나 진보신당이 새누리당과 맞서 힘을 보탤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는 의미다.

신 교수는 특히 “안철수 원장이 정치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안 원장의 선거개입으로 민주당의 의석수는 더욱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민주당 인재근(서울 도봉갑), 송호창(경기 의왕·과천) 후보에 대한 지지의사를 표명하며 4·11총선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신 교수는 민주당 예상 의석수를 “서울 25곳, 경기 28석, 인천 6석 가량 차지할 것으로 생각된다”며 “서울에서의 압승이 이번 총선에서의 승패를 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충청지역은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접전이 예상되며, 영남지역은 당초 예상과 달리 야권진영이 5석을 얻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호남지역은 무소속이 강세인 곳이 있지만 당선 후 민주당 복당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정권 심판론이 약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민주당이 충분히 살리지 못할 뿐 소멸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얼마든지 변수가 작용할 가능성은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PK지역의 경우 친노바람이 박근혜에 가로막혀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한 뒤 “민주당의 위기감이 지지층 결속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은 대략 135석 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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